“1948년 제정한 헌법, 그간 집권자의 야욕으로 파행 거듭”
“새로운 체제 정립을 위한 헌법이 필요”
“한국 헌정사, 권력 간 견제‧균형 없었다”
“5년 단임제, 장기집권의 폐해 극복하면서 천명 다해”
“야당, 국정 책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판과 견제에만 치중”
“권한 내려놓지 않은 정부여당, 비상계엄이라는 파국 맞아”
“대통령 무책임제 극복+국회다수파의 정치적 책임 제도 필요”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이 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대통령으로 기운 제도의 불균형을 극복하여 새롭게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이 19일 '대통령·국회가 함께 책임지는 헌법이 필요하다'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대통령으로 기운 제도의 불균형을 극복하여 새롭게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이 지난 19일 한국일보에 <대통령·국회가 함께 책임지는 헌법이 필요하다>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12·3 불법계엄과 탄핵정국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하고 대통령으로 기운 제도의 불균형을 극복하여 새롭게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지난 헌정은 바람직한 상황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14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14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성 전 총장은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로 87년 체제가 37년간 존속하면서 헌법의 안정을 구가했지만 지난 헌정은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는 “권위주의의 구각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지만 민주화의 상징이던 김영삼·김대중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전직 대통령이 가족과 친인척 비리로 불행한 대통령이 되었다”라고 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자진하였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오랫동안 수감되었으며 노무현·박근혜·윤석열 세 명의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어 직무가 정지되었다”라며 “급기야 윤 대통령은 비록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었지만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한 채 형사 피고인으로 전락했다”라고 밝혔다. 

“외국의 제도 무분별한 도입…우리에겐 안 맞아” 

성 전 총장은 민주화 이후에도 대통령의 불행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그들의 잘못이 제일 크겠지만 보다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을 가진 자의 본인 성찰 부족 이전에 제도의 잘못을 살펴보아야 한다”라며 “ 87년 헌법에서 4번의 평화적 정권교체는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한 상태를 보여주는 징표이나 그 과정에서 외국의 '좋다는 제도'라는 대통령 정책실, 방송통신위원회, 특별검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이 들어와 '제도의 성찬'을 이뤘다”라고 했다.

그러나 성 전 총장은 이에 대해 결과는 신통치 않다며 그 이유에 대해 “우리의 역사와 토양을 외면한 채 무분별하게 도입한 낯선 제도는 우리 옷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 했다. 

“한국 헌정사, 모든 길은 청와대로만 향했다” 

성 전 총장은 “지난 77년에 이르는 헌정사의 교훈을 귀감으로 삼아서 우리에게 맞는 법과 제도를 찾아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항시 그 권력을 남용하려 한다"라고 설파하였다며 그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 원리에 입각한 입법·사법·행정의 '3권분립'을 제시하였다고 전한다. 

성 전 총장은 그러면서 “한국 헌정사에서는 과연 권력 상호 간에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며 “모든 길은 대통령이 머무는 청와대로 귀결되었고 그 청와대를 벗어나려는 윤 대통령의 몸부림은 장소만 이전하였지 용산은 또 다른 구중궁궐이 되어버렸다”라고 지적했다. 

“전직 검찰총장의 비상계엄 선포…헌법 손질 불가피” 

성 전 총장은 “87년 헌법 체제는 위기와 한계 상황에 이르렀으며 1997년 미증유의 외환위기 환란을 극복한 국민적 저력을 정치에도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4년에 박정희·전두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군을 동원한 비상계엄 선포가 장군이 아닌 전직 검찰총장 손에 의해 단행되었다는 점이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한다”라며 “군인, 민주투사, 법률가 등으로 이어진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을 종식시키는 새로운 체제 정립을 위한 헌법이 필요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다시는 불행한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도록 헌법의 권력구조에 대한 근본적 손질이 불가피하다”라며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장기집권의 폐해를 극복하면서 천명을 다하였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임기, 글로벌 기준인 4년 중임제로” 

성 전 총장은 “국회의원 4년 임기에서 대통령도 글로벌 기준인 4년 중임제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권력의 균형추가 대통령으로 기울면서 나타난 부작용을 청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헌정 안정을 도모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원내각제는 매력적이기 때문에 1960년 4월 학생혁명 이후에 도입한 정부 형태가 전형적인 의원내각제였다”라면서도 “국민들은 여전히 87년 6월 항쟁 때 소리 높여 외쳤던 ‘직선쟁취’의 유혹을 간직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직선제를 유지하면서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방책은 책임내각제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성 전 총장은 이어 “대통령과 국회다수파의 불일치는 미국식 대통령제에서 보여주는 '분점 정부'(divided government)로 이 경우 정부와 의회의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이 필수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여야 의회지도자 특히 야당지도자와의 대화에 있지만 한국에서 여소야대는 매우 낯설고 윤석열 정부의 불행도 여기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대통령과 야당의 정면충돌 불러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및 당 관계자들이 5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과 검사들에 대한 탄핵 추진 규탄대회를 하던 중 본회의에 참석하던 민주당 몇몇 의원들이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고 있다. 2024.12.5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및 당 관계자들이 5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과 검사들에 대한 탄핵 추진 규탄대회를 하던 중 본회의에 참석하던 민주당 몇몇 의원들이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고 있다. 2024.12.5 [사진=연합뉴스]

성 전 총장은 “대통령 취임 시에도 그러하였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압도적으로 단일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며 87년 체제에서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상황이 연출됐다”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과 국회 권력은, 마주보는 두 기차가 달리듯이 정면충돌했는데 국회를 장악한 야당은 그간 잠자던 국회의 권한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리·국무위원 해임건의, 감사원장·장관급뿐만 아니라 평판사와 평검사까지 이어지는 탄핵소추를 의결한데 이어 특별검사, 무차별적인 예산 삭감도 강행했다”라고 지적했다. 

성 전 총장은 그러면서 “국회를 장악한 야당은 국정 책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판과 견제에만 치중했고 정부는 의회를 장악한 야당의 의회권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민의에 따라 대통령과 정부가 권한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지만 내려놓는 데 전혀 익숙하지 않은 정부여당은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파국으로 내닫게 됐다”라고 밝혔다. 

“‘권력분산형 대통령중심제’ 제3의 정부 형태인 이원정부제”

성 전 총장은 지난 11월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에서 정대철 회장을 중심으로 제시한 개헌안에 대해 소개했다. 

'권력분산형 대통령중심제'라고 명명한 제도는 ▲대통령 4년 중임제에 직선제는 유지한다 ▲둘째, 국회는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내각불신임권을 가진다는 내용이다.

성 전 총장은 이에 대해 “대통령직선제와 내각불신임권은 이원정부제의 핵심사항으로 즉 대통령제의 핵심인 대통령 직선과 의원내각제의 핵심인 내각불신임권을 차용한 점에서는, 대통령제도 아니고 의원내각제도 아닌 제3의 정부 형태로서 이원정부제라 명명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원정부란 국민으로부터 직선 되는 대통령과 의회의 신임에 기초한 총리(내각)가 한 정부 안에서 병존하는 양두(two-head)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한국에서는 1980년 전두환 군부가 도입하려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소위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혐오로 인하여 왜곡된 권위주의적 정부 형태로 오도되기도 했다”라며 “이원정부제의 원형으로 지목되는 1919년 독일 바이마르공화국헌법 체제도 결국 나치 출현의 빌미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성 전 총장은 “이원정부제는 국가원수가 왕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일원적 의원내각제가 정립되기 이전에 과도기적으로 왕과 의회가 권력을 분점하던 이원적 의원내각제의 현대적 재현”이라며 “그런 점에서 정당 이론의 바이블인 '정당론'의 저자인 프랑스의 세계적인 정치헌법학자 모리스 뒤베르제 교수는 유럽에서 이원정부제가 작동하는 각국의 학자와 총리를 초빙한 학술대회에서 '반(半) 대통령제'(semi-presidentialism)라고 명명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헌정회가 제시한 내용의 핵심은 '책임내각제'로 국민직선을 통하여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의 정치적 무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국회가 불신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대통령으로 기운 제도의 불균형 극복해야”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2024.12.14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2024.12.14 [사진=연합뉴스]

성 전 총장은 “정부 형태 내지 권력구조의 형성과 작동에 정답은 없다”라며 “현행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제도 변경이 불가피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제 요소는 지나치게 확대되어 작동하고, 의원내각제 요소는 사실상 사문화되었다”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으로 기운 제도의 불균형을 극복하여 새롭게 모색하는 길만이 균형을 회복하고 민주헌정을 구현하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무책임제를 극복하고 국회다수파도 국정에 직접 참여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 선택이 불가피하다”라며 “'권력분산형 대통령중심제'이든 '이원정부제'이든 그 명칭은 중요하지 않고 제도의 설계와 실천이 중요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성 전 총장은 “정치 혼돈이 극도에 달한 지금이야말로 천명을 다한 제6공화국의 외피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제7공화국 헌법 시대를 열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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