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이재명 한 사람으로 국민 신뢰 얻을 수 있나" 김경수 "우리가 변해야"
尹 체포되던 날 비명계 모여 "우원식 파이팅"
김부겸 "민주당, 자기 고집 부려 지지율 하락".. 지도부 직격
김동연, 비명계 대거 영입 "기회 만들겠다"
비명계 원외 초일회, 내달 정세균과 회동
친명 "아군에 총질" "대안 있나?" 반발.. 여론 변화에는 '고심'
이재명, 당 지지율 하락 이유 분석 지시

비명계 잠룡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명계 잠룡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역전되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자 숨죽이고 있던 비명계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체로 자성의 목소리가 다수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선수 교체론'을 제기하고 있어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일련의 여론 흐름이 지속될 경우 비명계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종석 "이재명 한 사람으로 국민 신뢰 얻을 수 있나" 김경수 "우리가 변해야"

친문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라며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나쁜 대통령을 법적 절차에 따라 탄핵·체포·구속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면서도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해도, 일상이 돼버린 적대와 싸움의 정치는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이재명의 민주당이 국민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어 "우리 안에 원칙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위치를 먼저 탐하고 태도와 언어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행세를 하는 게 참 불편하다"며  "모질고 독한 표현을 골라 함부로 하는 말은 무엇을 위함이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냐. 왜 안 그랬던 사람들까지 그렇게 변해가냐. 따뜻함을 잊어버리고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며 친명 중심의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찰이 없는 일은 어떻게든 값을 치르게 된다"며 "그게 두렵다. 민주당은 지금 괜찮냐"고 덧붙였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 중·성동구갑에 출마하려 했으나 공천배제(컷오프)된 바 있다. 당시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민을 하기도 했으나, 결국 당에 잔류해 선거를 돕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날린 것이다.

'친문 적자'라 평가 받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저들과 다르게 가자. 달라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며 "저들과 달라야 이길 수 있다. 우리가 바뀌어야 정치가 바뀐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동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민주당도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셈이다.

尹 체포되던 날 비명계 모여 "우원식 파이팅"

김부겸 "민주당, 자기 고집 부려 지지율 하락".. 지도부 직격

김 전 지사는 지난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전직 원내부대표단과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만찬도 함께 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이 경찰과 공수처에 체포된 날이기도 하다.

이 모임에는 김 전 지사 부부를 포함해 박홍근·조승래·위성곤·유동수·강훈식 의원과 조응천·제윤경 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조응천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여기 인물들 참 많다"며 "소보로빵 한 가지만 팔란 법 있나, 우리도 대전 빵집 '성심당'처럼 튀김 소보로도 팥빵도 같이 팔자"고 말했다고 한다. 

또, 건배사로 "튀김 소보로"를 선창하자 참석자들이 "우원식 파이팅"을 후창했다.

우 의장은 지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담장을 넘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이끌면서 최근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이 '우원식 파이팅'을 외친 것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지도부를 비판하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일 한반도평화경제포럼이 주최한 영화 《하얼빈》 상영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정당 지지율에 대해 "윤석열 정권처럼 서두르고, 국민 생각 안 하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 것이란 실망감이 있는 것"이라며 "탄핵 이후 여유 있게 국정을 리드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동연, 비명계 대거 영입 "기회 만들겠다"

비명계 원외 초일회, 내달 정세균과 회동

유력한 대권 주자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조용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1일 고려대 정책대학원 강연 도중 '조기 대선을 하면 출마할 것인지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국가통치를 할 건지'라는 질문에 "질문 중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는 구절은 조금 거슬린다. 저는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제까지 정치하면서 남의 눈치 본 적도 없고, 제 소신껏 했었다. 기회는 제가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조기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지사가 당내 비명계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권 이사장에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이자  '민평련계 대모' 인재근 전 3선 의원을 임명했다.

또, 전해철 도정자문위원장, 고영인 경제부지사, 윤준호 정무수석, 김민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김경협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이사장 등 도정을 맡고 있는 다수 인사가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다. 

비명계 원외 모임 초일회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초일회는 22대 총선에서 낙천한 민주당 전직 의원들이 속해 있는 대표적인 비명계 모임이다. 박광온·박용진·강병원·송갑석·양기대·윤영찬 전 의원 등 15여명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간 초일회는 김부겸 전 총리,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 야권 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형태로 소통해왔다. 내달 9일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나 현재의 정국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초일회는 김경수 전 지사나 김동연 지사와 만남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초일회가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친명 "아군에 총질" "대안 있나?" 반발.. 여론 변화에는 '고심'

이재명, 당 지지율 하락 이유 분석 지시

비명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친명계도 대응에 나서며 당내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최대 원외 조직이자 친명계 조직으로 꼽히는 더민주혁신회의(혁신회의)는 21일 논평에서 "작금의 정치 현실을 만든 당사자들이 반성은커녕 여전한 기득권의 태도로 가르치려 나섰다"며 "본인들이 하면 민주화 운동이고 남들이 하면 그저 '적대와 싸움의 정치'일 뿐인가. 내로남불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임 전 실장의 페이스북 메시지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이어 "알량한 정치적 자산을 챙기기 위한 아군을 향한 총질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기적인 자폭행위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이재명 대표와 함께 오직 국민만 보고 당내 기득권을 반드시 극복하고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친명 전현희 최고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비판이 어디를 향해야 할 때인지 민주당 당원이라면 누구나 안다"며 "동지는 어려울 때 힘이 돼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22일 SBS라디오에서 "그것(지도부 책임론)을 부각시킨다고 실체적인 대안이 있느냐"며 "내란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에 국민적 기대가 있으니까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60일이라는 긴 기간이 있으니 정치적인 문제는 그때 가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친명계는 겉으로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지지율 하락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 대통령감'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31%를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7%)을 크게 앞섰지만 지난달 3주 차 조사에서 37%를 기록한 뒤 더 오르지 못한 채 30% 초반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정권 교체'보다 '정권 연장'을 원하는 여론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월 3주 차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 의견은 7.4%P 상승한 48.6%였다.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는 6.7%P 하락한 46.2%로 조사됐다.

지난 18일과 19일에 걸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 일이 있었음에도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상승하고 민주당은 하락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8일~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민주당 39.0%, 국민의힘 45.3%로 나타난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한달간 지지율이 무려 15.2%p 상승했으며, 해당 조사기관 기준으로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조사 이후 9개월 만이다. 

이에 이재명 대표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 대한 원인 분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이렇게 나오는 정확한 이유를 분석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 대표는 23일경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 경제 회복을 강조하면서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행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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