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통해 “대구 이사 빨라질 수도” 조기대선 시사
유승민‧한동훈‧이재명 향해 ‘배신자‧양아치’ 비난
친한계 “진심은 없고 노욕만 가득”
민주당 “홍준표, 대선의 헛된 꿈에 사로잡혀 국론분열”

홍준표 대구시장이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동상 제막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4.12.23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동상 제막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4.12.23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홍 시장은 연일 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하며 ‘보수층 지지층’ 민심 얻기에 주력하는 한편 자신의 정치 전략과 비전을 담은 책을 집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홍 시장의 행보에 여야 모두 "진심 없는 노욕", "그런다고 대통령 될 수 있을 것 같은가"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동훈‧유승민, 주군 탄핵을 초래한 배신자”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대 교수회관에서 '청년의 미래와 정치'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4.5.2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대 교수회관에서 '청년의 미래와 정치'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4.5.2

홍 시장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두고 '배신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5일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간 내가 한동훈의 실체를 공격해 왔기 때문에 최근 이를 반격하는 한동훈 레밍들의 반발 정도야 흔쾌히 받아주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유모 전 의원이 나를 보고 윤석열 대통령 레밍 1호라고 했다"며 "그는 늘 사욕과 분풀이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서 어떤 음해를 하더라도 나는 괘념치 않는다"고 했다.

이런 홍 시장의 발언은 지난 23일 유 전 의원이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대구시장 하는 분이 레밍이라고 한다. 그게 레밍이다. 그분이 레밍 1호다"이라며 저격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이어 "나는 언제나 당당하게 내 길만 간다"며 "시샘을 부리든지 앙탈을 부리든지 마음대로 해 보라"고 했다.또 "그런다고 레밍이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지 않고, 배신자가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지 않는다"며 "레밍은 레밍일 뿐이고, 배신자는 영원히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홍 시장은 "한 모와 유 모는 둘 다 자기 주군(主君)의 탄핵을 초래한 배신자일 뿐"이라고 비판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내란죄는 이재명에게 물어야…양아치처럼 정치하면 오래 못 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성탄예배에 참석해 있다. 2024.12.25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성탄예배에 참석해 있다. 2024.12.25 [사진=연합뉴스]

홍 시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서도 "양아치처럼 정치하면 오래 못 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덕수 권한대행도 탄핵소추 한다고 하고 국무위원도 5명 더 탄핵해서 국정 마비를 시킨다고 하는데 이런 게 입법 내란이고 국헌 문란"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란죄는 이재명 의원에게 물어야겠다. 가관이다"라며 "양아치처럼 정치하면 오래 못 간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지금까지 탄핵소추를 28번이나 하고 자기를 수사한 검사도 탄핵 소추했다"며 "나아가 자기를 유죄 선고했다고 판사도 탄핵했다"고 했다.

민주당 “헛된 꿈”‧친한계 “대선 후보 되면 보수 붕괴의 화룡점정” 

이처럼 홍 시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중앙정치에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대선출마를 시사하자 여야 모두 홍 시장을 저격하고 나섰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5일 서면브리핑에서 "홍 시장이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며 "대선의 헛된 꿈에 사로잡혀 국론 분열시키지 말고 시정이나 잘 돌보라"고 직격했다.

한 대변인은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에 반대한다더니 정작 탄핵안이 가결되니 조기 대선의 헛된 꿈을 꾸고 있냐"며 분노했다. 한 대변인은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는 자당 의원들을 공격하더니 이제 야당 대표를 물어뜯으며 이목을 받으려는 것이냐"며 "그야말로 눈 뜨고 보기 부끄러운 양아치 정치"라고 따졌다.

이어 한 대변인은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며 지역사회의 반발을 맞닥뜨린 사실도 짚었다. 한 대변인은 "박정희 동상으로 대구 시민들을 분열시키더니 이제는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두 공격하며 국론을 분열시키려고 하냐"면서 "그런다고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대변인은 "홍 시장은 12·3 내란 수사를 탄핵 이후로 미뤄야 한다면서 사실상 내란수괴 수사를 지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스스로 괴물이 되지는 말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홍 시장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박정훈 의원은 홍 시장이 탄핵소추안에 찬성 표결을 한 의원들을 징계해야 한다면서도 당초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선회한 오세훈 서울시장에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다른 잣대를 들이대자 "더 이상 노욕이 당을 잠식하게 두고 보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진심은 없고 노욕만 가득한 이런 분 탓에 우리가 후져 보이는 건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홍 시장 글에 나라를 걱정하는 내용이 한 줄이라도 있던가"라며 "심지어 대구시정에는 마음이 떴다고 스스로 선언하고 있으니 정말 노답"이라고 강조했다.

친한계로 꼽히는 박상수 대변인도 지난 18일 "홍 시장 같은 자를 대선 후보로 내세우면 보수 붕괴의 화룡점정을 찍으며 대선에서 9% 정도 득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윤계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홍 시장에 대해 "홍 시장의 최근 발언이나 정치적 의견을 보면 참 탁월한 통찰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3일 김 전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 저널’에서 “홍 시장은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본류이고 또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셔야 한다"라며 “요즘 우리 당(국민의힘)의 어려운 입장에서 선도적인 의견을 내고 계시고, 공감하고 있는 부분도 많다"고 강조했다.

그간 김 전 최고위원은 홍 시장과 여러 차례 충돌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발언은 이례적으로 비친다. 특히 김 전 최고위원은 홍 시장이 2021년 복당한 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자 "홍준표가 후보가 되면 큰일 난다"고 비판했고 이에 홍 시장은 김 전 최고위원을 향해 "진박감별사라며 박근혜 정권을 망친 사람이다. 이제 그만 정계에서 사라지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저서 출간‧휴대전화 번호 변경‧묘소 파묘(破墓)

여야의 집중포화에도 홍 시장은 조기 대선 출마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25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홍 시장은 내년 1월 중순 무렵 2권의 저서를 출간할 계획이다. 그간 자신의 페이스북 등 SNS에 적었던 장ㆍ단문의 메시지 등을 엮은 책으로 SNS를 자주 활용해 온 홍 시장은 과거 “페이스북 글은 내 인생의 기록이자 생각을 정리해 후대에 남기는 개인 실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2권의 저서 발간과 별개로 자신의 정치 전략과 비전을 담은 책도 집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은 최근엔 10여년 간 사용해 온 휴대전화번호를 바꾼데 이어 지난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 10월 부모님 묘소를 파묘(破墓)하고 위패는 대구 근교의 절에 모셨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파묘 이유에 대해 "아버지 묘소는 50년, 어머니는 30년을 관리했는데 파묘하고 위패는 대구 근교의 절에 모셨다. 이 정권이 무속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내가 대선에 나올 경우 '묫자리가 좋네, 안 좋네' 하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라고 밝히며 "이제 다시 한 번 기회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제대로 한번 선거를 치러보고 싶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홍 시장의 행보가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본격적인 대선 출마 채비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nomad(유목민) 인생이다. 태어나서 23번째 이사한 게 대구”라며 “돌고 돌아 제자리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사가야 한다는 생각에 연말이 뒤숭숭하다”고 적었다. 이어 “어차피 대구시장은 4년만 하고 졸업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덧붙였다.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홍 시장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5% 동률로, 보수 후보 중 공동 1위였다. 직전 조사 대비 한 전 대표가 6%포인트 추락한 사이 홍 시장은 2%포인트가 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시장은 지난 2021년 대선 경선에서 민심에서 이기고도 당심에서 밀려 경선 2위에 그친 후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도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등 당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다만 다른 여권 주류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홍 시장 역시 조기 대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명하게 대선 출마를 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기 대선이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하는 만큼 홍 시장의 입장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 시장이 SNS에서 ‘대구 시장 조기 졸업’을 꺼낸 직후부터 여권 내부와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됐고, 이후 홍 시장은 대선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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