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한덕수 거부권 행사로 재표결 부결되며 폐기
민주 “재추진 입장 명확”...이소영, 상법개정안 대표 발의
국힘 “못사니즘 추구” 권성동 “정략적 이유로 상법 밀어붙여”
금융위 부위원장 “상법 개정안, 부작용 막을 장치 없어”
소장파 김재섭·김상욱 “상법 개정 찬성”...이복현 “상법 개정해야”

이재명 민주당 경선후보가 '상법개정 재추진'을 선언하고 나서, 대선 본선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경선후보가 '상법개정 재추진'을 선언하고 나서, 대선 본선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선후보가 ‘주가지수 5000시대’를 위한 일환으로 '상법 개정 재추진'을 선언해 향후 대선 본선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주도한 상법개정안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17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졌고 부결돼 폐기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재추진한다면 현재로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새 정부에서는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법 개정에 정부와 국민의힘에서 반대 목소리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며 실제로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 소장파인 김재섭 의원과 김상욱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상법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위해 상법 개정 빠른 시일내 재추진"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는 21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공약 발표에서 “불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인 원인 중 하나”라며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재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소액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도 선임될 수 있도록 집중 투표제를 활성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경영 감시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합병 시 기업 가치는 공정하게 평가되도록 하고 일반 주주 보호 장치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의 일반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상장 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리서치센터장들과 만남에서는 “대주주의 지배권 남용을 어렵게 만들겠다”며 “이번 상법 개정은 실패했는데, 빠른 시간 내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한덕수 거부권 행사, 재표결 부결로 폐기

민주 “재추진 입장 명확”...이소영, 상법개정안 대표 발의

앞서 민주당이 주도한 상법 개정안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뒤 재의결에서 부결해 폐기됐다. 이날 이 후보가 언급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당초 재계 반발로 담기지 않았다. 즉, 재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전보다 주주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가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상법 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22일 상법 개정안 재추진을 못 박았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변인은 “지금 단계에서 언제까지 (재추진을) 하겠다는 일정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상법 개정안 처리를 재추진한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에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에 주주충실의무를 부과하는 내용 하나만 담긴 ‘원포인트’ 개정안이다.

이 의원 측은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전체 주주의 이익’을 추가하고, 특정 주주의 이익만을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사에게 주주충실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원포인트 형태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국힘 “못사니즘 추구” 권성동 “정략적 이유로 상법 밀어붙여”

이재명 후보의 상법 개정안 재추진 선언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反)기업적 포퓰리즘 행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는 자본시장법이라는 합리적 대안이 있는데도 오직 정략적 이유만으로 상법 개정안을 다시 밀어붙이겠다고 한다”며 “여기에 끝없는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기업의 영업비밀 제출을 강제하는 국회증언감정법까지 반기업·반시장 입법들도 줄지어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무한 파업을 조장하며 영업 기밀은 유출하고 국내 기업에 규제만 더한다는데 무슨 수로 주가지수 5천을 달성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경기 침체를 넘어 후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는 것은 자기 말을 스스로 배신하는 것이며, 기업과 성장에 대한 이 후보의 말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유상범 의원 역시 “기업이 창의적·생산적 전략이 아닌 경영권 방어와 단기 생존에 몰두하게 만드는 반기업적 행보”라며 “포퓰리즘·반기업 정책으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은 ‘잘사니즘’을 말하고 ‘못사니즘’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의 대안으로 상장사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법인에 적용되는 상법이 아닌 상장사에 한정된 자본시장법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소액 주주 이익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금융위 부위원장 “상법 개정안, 부작용 막을 장치 없어”

정부도 상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외신기자들 대상 간담회에서 “여러 부작용과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개정을 먼저 해보자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개정은 하나는 되고 하나는 안 되는 이슈라기보다는 어떻게 디테일을 가져가야 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한 이슈”라며 “현재 상법 개정안은 부작용을 없애는 부분이 전혀 안 들어간 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도 “어떤 법률이나 제도의 개선이 정치적 힘겨루기나 정치적 자존심을 건 승패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2일 3기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 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어떤 법을 바꾸느냐보다 그 법을 어떻게 준수하고 잘 적용해 나갈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소장파 김재섭·김상욱 “상법 개정 찬성”...이복현 “공정 경쟁은 보수 핵심 가치”

국민의힘과 정부가 상법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상법 개정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재표결 결과는 총 299명 투표 중 찬성 196표, 반대 98표, 기권 1표, 무효 4표였다. 이날 국민의힘을 제외한 의석수(192명)를 감안하면 국민의힘에서 9명이 이탈한 셈이다.

당내 소장파인 김재섭 의원과 김상욱 의원은 상법개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김재섭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전체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할 때가 됐다”며 “상법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박스피’라는 오랜 오명을 벗고 자본시장을 밸류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기업의 경영 위축, 행동주의 펀드 득세, 소송 남발 등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실증적 근거가 없는 막연한 걱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욱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상법개정은 주주의 주권보호 시작”이라며 “주주의 주권보호는 금융시장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직을 걸겠다'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계셨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거라고 저는 확신한다”며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까지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무부와 저희의 입장이었다”며 “기본적으로 우리는 보수 정부고,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은 보수의 핵심적 가치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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