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I반도체 수출통제 폐기..."對中관세 선제철회 안해"
中 "관세협상, 美 요청 따른 것…중국 경제 튼튼해"
美中, 스위스서 '관세전쟁' 첫 공식대화…양국 고위급 참석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에서 관세 협상을 예고한 가운데 양국의 기싸움이 치열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5/692842_503221_5854.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에서 관세 협상을 예고한 가운데 양국의 기싸움이 치열한 모습이다.
트럼프 정부는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한 대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을 철회할 계획을 밝히며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를 선제 철회할 계획은 없다며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도 145%의 고율 관세로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서 제조업이 타격을 보고 있으나 '이번 관세협상은 미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면서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AI반도체 수출통제 폐기..."對中관세 선제철회 안해"
7일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정책은 전임 바이든 정부가 지난 1월 마련한 'AI 확산 프레임워크'(Framework for Artificial Intelligence Diffusion)라는 이름의 AI 반도체 수출통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전 세계 국가를 ▲ 한국 등과 같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 ▲ 일반 국가 ▲ 중국, 러시아, 북한 등과 같은 우려 국가로 등급을 나눠 구분하고 등급에 맞춰차별적으로 AI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하는 방식이다.
이 조치에 따라 동맹국에 대한 수출은 제한이 없으나 일반 국가 범주에 속할 경우에는 수출 상한선이 설정된다. 또 우려 국가에 대한 수출은 통제하도록 했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해당 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복잡하고 관료적"이라면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대신 정부간 협상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보도가 오는 10일 예정된 미중 관세 협상을 앞둔 시기에 나온 것은 미국이 중국과 원활한 협상을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선제적인 대(對)중국 관세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일종의 기싸움이라는 의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145%의 관세를 철회하는 것에 개방적인 입장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먼저 움직였다는 중국 측 주장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가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나?"라고 반문한 뒤 "나는 그들이 돌아가서 자기들 파일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1조 달러(약 1천390조원)를 잃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에 대한 관세를 향후 인하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어느 시점에 나는 그것을 낮출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들은 그들과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中 "관세협상, 美 요청 따른 것…중국 경제 튼튼해"
중국도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협상이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자신들은 관세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다는 모습이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미국은 중국과 협상을 진행하길 희망한다고 계속해서 표명했다"며 "이번 회담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의 과도한 관세 부과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며 "어떤 형태의 압박이나 협박도 중국에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높은 관세 부담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미국의 시각에 대해서도 린 대변인은 "어떠한 외부 충격도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기초와 우수성, 강한 근성, 큰 잠재력 등 기본적인 측면을 바꿀 수 없다"며 "우리는 강력한 압박 저항 능력과 충분한 조치 수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신들의 분석은 이와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은 미국과의 격렬한 무역 전쟁으로 수많은 수출 주문 취소, 근로자 해고, 공장 생산량 감소 등으로 제조업 부문이 타격을 봤다"며 "미·중 양측이 가혹한 관세를 줄이기 위한 돌파구를 찾으려 회담을 열기로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중국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방침을 밝힌 것도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美中, 스위스서 '관세전쟁' 첫 공식대화…양국 고위급 참석
한편, 미국과 중국은 오는 10일 스위스에서 첫 공식 무역·경제 대화에 나선다.
지난 달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45%의 추가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중국은 이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125%의 보복 관세 조치를 내놓은 가운데 나온 나온 양국 간 첫 고위급 회담 소식이다.
미국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측에서는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참석 예정이다.
미중 양국이 무역 전쟁 재발 이후 처음 공식 대화에 나서면서 비현실적으로 높아진 관세율의 인하 등 현안에서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몇 번의 만남으로 양국 간 '빅딜'이 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갈등 완화 자체만으로도 양국 정부에 경제적, 정치적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양국 간 수개월간 단절됐던 공식 대화를 재개하는 긴장 완화(ice-breaker)의 첫 회담을 가진다"면서 "고율 관세 인하,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 800달러 미만 소액 소포에 대한 정책, 주요 수출 통제 등이 핵심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