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휴전 포함 협상 재개 제안...젤렌스키 "푸틴 기다리겠다"
트럼프 "30일간 조건 없는 휴전해야...더 많은 제재 가할 것"
유럽 "러, 휴전 의지 안 보여…제재 강화할 것"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로이터=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5/693409_503827_2143.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향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휴전 협정 가능성을 포함한 직접 대화를 제안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푸틴 대통령을 기다리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중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휴전 포함 협상 재개 제안...젤렌스키 "푸틴 기다리겠다"
푸틴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를 향해 오는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 새로운 휴전 또는 정전 협정이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반복적으로 휴전을 제안해 왔고, 한 번도 우크라이나와의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나는 목요일(15일) 튀르키예에서 푸틴을 직접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내일부터 완전하고 지속적인 휴전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는 외교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하다. 살상을 지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협상 제안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양국은 2022년 전쟁 초기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협상이 결렬된 뒤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일단 대화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그간 지지부진하던 협상이 급진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등 친서방 정책을 전쟁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이 때문에 양자가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크림반도 등 러시아 점령지 문제 역시 합의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인하며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30일간 조건 없는 휴전해야...더 많은 제재 가할 것"
이처럼 양국 정상이 갑작스럽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미국과 서방의 전방위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프란치스코 전 교황 장례식을 계기로 바티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독대한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2차 제재 등을 거론하며 "(푸틴 대통령이)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했다.
또 지난 8일에는 "미국은 이상적으로 30일간의 조건 없는 휴전을 요구한다"며 "휴전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협력국들은 더 많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푸틴 대통령이 대화를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를 향해 "우크라이나는 즉시 이에 동의해야 한다"며 "나는 우크라이나가 푸틴과 협상을 할 것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회담을 당장 하라"고 촉구했다.
유럽 4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정상도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12일부터 30일간 휴전을 촉구했다.
이들은 휴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미국과 함께 에너지·금융 부문에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일단 푸틴과 젤렌스키가 대화에 합의하는 모습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SNS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위대한 날일 것"이라며 "끝이 없는 '피바다'가 끝나고, 수십만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완전히 새롭고, 훨씬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그것(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양측(러시아와 우크라이나)과 함께 계속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러, 휴전 의지 안 보여…제재 강화할 것"
반면, 유럽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푸틴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당장 제재를 피하기 위해 대화하는 시늉만 하면서 시간을 끄는 특유의 기만술이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부활절 30시간 휴전, 전승절 72시간 휴전 등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적 있다. 러시아는 11일 대화를 제안한 후에도 밤사이 100대 이상 드론을 보내 우크라이나를 공습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유럽연합(EU) 등 이른바 '바이마르+(플러스) 그룹'은 12일 런던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휴전 협상에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는 진전을 이루려는 어떠한 진지한 의도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러시아는 지체 없이 휴전해야 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즉각적이고 전면적이며 무조건적인 30일간 휴전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 침략 전쟁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방위를 지원하기 위한 유럽의 노력 강화 방법을 논의했다"며 "크렘린궁의 수입 제한, 그림자 선단 단속, 유가 상한제 강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감축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낮추는 강도 높은 조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