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6년 만에 정상회담…'노딜' 평가 속 두 사람은 '만족'
'우크라 영토'와 '나토 수준 안전보장' 종전 조건 합의
푸틴 "돈바스 넘기면 평화협상 가능"
트럼프측 "푸틴, 나토와 유사한 '우크라 안전보장 제공'에 동의"
미-러, 전략적 협력 "노딜 아닌 빅딜"…트럼프, 러시아와 중국 포위?
트럼프 만나는 젤렌스키, 영토포기 수용할까
영·독·프 등 유럽 정상들 대거 백악관으로…우크라 휴전·안보보장 재강조

알래스카에서 만나 악수하는 미-러 정상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알래스카에서 만나 악수하는 미-러 정상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미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종식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자리에서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영토인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가 점령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사한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이러한 제안을 건네며 평화 협정 체결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영토를 뺏기게 됐으나 이 제안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지원 중단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푸틴, 6년 만에 정상회담…'노딜' 평가 속 두 사람은 '만족'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5일 미 알래스카주 최대도시 앵커리지 북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3시간 가까이 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6년여만이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 지도자를 만난 것은 처음이며, 서방 국가를 방문한 것도 처음이었다.

이날 회담은 휴전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합의 대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조만간 다시 만나는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끝나 '노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모두 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며 "우리가 합의한 여러 지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합의하지 못한 것들이 있지만 우리는 일부 진전을 이뤘다"며 "합의하지 못한 게 아주 적게 남아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회담이 건설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서 "오늘 우리가 도달한 합의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로 가는 길을 열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 주에 5천, 6천, 7천명이 살해당하는 것을 정말 끝낼 것이며, 푸틴 대통령도 나 만큼 그걸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을 끝내는 데에 진지하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 영토'와 '나토 수준 안전보장' 종전 조건 합의

푸틴 "돈바스 넘기면 평화협상 가능" 

트럼프측 "푸틴, 나토와 유사한 '우크라 안전보장 제공'에 동의"

이날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은 종전 조건으로 보인다. 즉,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하면 나토와 유사한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 고위 유럽 관리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유럽 정상들에게 전하면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을 포기한다면 러시아와 신속한 평화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고위 관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현재의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하고 우크라이나 또는 유럽 국가를 재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서면으로 약속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면 남부 전선을 동결하고 공격을 멈추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전한 바 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뜻한다. 러시아는 현재 루한스크의 거의 전부, 도네츠크의 약 75%를 장악했으나 도네츠크 서부의 전략적 요충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 직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러시아로부터 단순 휴전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은 기존에도 이 두 지역을 러시아에 완전히 넘기는 것을 조건으로 휴전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포기를 조건으로 내건 푸틴의 평화 협상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급선회한 셈이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을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했다"며 "관련 작업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은 나토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트코프 특사는 17일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양보를 얻어냈다. 즉, 미국이 (나토조약) 제5조와 유사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싶어 하는 진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나토 조약 '제5조'는 나토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다른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사용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집단 방위 조항으로, 푸틴 대통령이 이에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위트코프 특사는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푸틴 대통령이 동의한 것을 "게임의 판도를 바꿀 만큼 강력한 안전 보장"이라고 표현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추가 영토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어떤 유형의 안전 보장을 제공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유럽이 할 수 있는 것과 제안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의 약속(US commitment to a security guarantee)을 제안할 경우 그건 매우 큰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트럼프)가 그렇게 할 경우 그건 그가 얼마나 간절히 평화를 원하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면 그런 양보까지 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건 대통령이 내려야 할 결정"이라고 밝혔다.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 '돈바스'와 나토 수준의 안전보장을 종전 조건으로 주고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러, 전략적 협력 "노딜 아닌 빅딜"…트럼프, 러시아와 중국 포위?

전문가들은 이번 미러 정상의 합의는 '노딜'이 아닌 '빅딜'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8일 CBS라디오에서 "평화 과정을 본격 시동을 거는 회담이 시작되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외에 그동안 소강 상태에 있었던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전략적인 상호작용이 재개되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며 "정상외교가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양국이 경쟁과 다툼도 있겠지만협력할 부분은 협력해 나가는 그런 전략적 상호작용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동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일정 부분 영향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손을 잡음으로써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외교적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미-러간 알래스카 회담으로 중국이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으며 제한적인 데탕트가 미국-중국-러시아의 삼각 구도를 어떻게 재편할지 관심이라고 보도했다.

상하이 푸단대 선딩리 교수는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있어 전략적 딜레마를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의미 있는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갈등이나 장기적인 긴장 속에 갇히는 것을 선호한다"며 "일부 중국인들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장기전을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힘을 동시에 약화시키는 이로운 일로 여기고, 이를 국제 전략과 국가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연방대 아르티옴 루킨 교수는 "트럼프는 푸틴을 알래스카에 초청해 트럼프는 미국이 러시아와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중국에 입증했다"며 "중국은 트럼프와 푸틴이 중국에 대해 논의했는지, 그리고 그러한 논의가 중국을 희생시킨 것인지 추측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킨 교수는 특히 "알래스카 회담은 러시아가 중국에서 벗어나는 미국-중국-러시아 삼각관계를 재조정하기 위한 첫 번째 중요한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루킨은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이 적이 되고 러시아와 미국이 동맹이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러시아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더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만나는 젤렌스키, 영토포기 수용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미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전달하며 평화 협정 체결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두 정상이 종전 조건에 합의한다면 이르면 이번주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여하는 3국 정상회담을 열고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유럽정상들과 통화에서 이르면 오는 22일 3자 회담을 원하다고 말했다고 액시오스가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을 요구하면서 돈바스 지역 포기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는 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안보는 유럽과 미국의 참여를 통해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게 보장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모든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참여 하에 논의돼야 하고 특히 영토 문제는 우크라이나 없이 결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합의'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전쟁 종식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은혜를 모른다"며 거칠게 비난했고, 회담 중간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쫓아내기도 했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는 돈바스 가운데 일부만 내주는 것을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정상들 대거 백악관으로…우크라 휴전·안보보장 재강조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만남에는 유럽 정상들도 대거 동행한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17일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 보장을 위한 '의지의 연합' 참여국들을 소집해 화상 회의를 열었다.

2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참여국들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협상 참여·우크라이나 내 살상 중단·미국의 강력한 안보 보장 방안 필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아리안나 포데스타 유럽연합(EU) 집행위 부대변인은 출입기자단에 "이날 논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살상 중단 필요성, 제재를 통한 대러 압박 유지, 우크라이나의 자국 영토 결정권,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강력한 안보 보장이라는 주제 등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부대변인은 "이번 회의는 우크라이나가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걸 지지하는 데 대한 단결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EU와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강화해야 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 조건을 결정할 주권적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고 적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브뤼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한 젤렌스키 대통령도 "살인부터 멈춰야 한다"며 "무기의 압력 아래에서 푸틴의 요구 사항을 검토하는 건 불가능하므로, 우선 휴전을 선언하고 최종 협상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선(先) 휴전을 거듭 요구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오는 18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에 참여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한꺼번에 백악관을 찾는다.

로이터 통신은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푸틴·젤렌스키 대통령 간 3자 회담을 중재해 우크라이나가 자국 미래를 결정하는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에 미국을 참여시키고, 필요시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역량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깔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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