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자나라 한국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어" "방위비 스스로 부담해야"
나토 '방위비 5% 인상' 요구 관철…한국에도 5% 압박
방위비 및 국방비 인상 요구로 주한미군 감축 명분 쌓기?

주한미군.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 '자국 방위비는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방위비를 연 100억달러 부담하라'고 압박했다. [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 '자국 방위비는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방위비를 연 100억달러 부담하라'고 압박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을 향해 '부자나라'라고 언급하면서 "자국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방위비를 연 100억 달러(약 13조원) 부담해야 한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지난해 타결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에 따라 내년에 한국이 부담할 1조5192억 원 보다 10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전날 '관세 서한'을 통해 8월 1일부터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100억 달러의 방위비를 거론한 것은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전해진 만큼 한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방위비를 요구함으로써 주한미군 감축 명분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한국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어"…무역 협상 우위 포석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나는 그들(한국)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도록 만들었는데 바이든이 집권하면서 그걸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한국에 '우리는 당신은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7천억원)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그들(한국)은 난리가 났지만 30억 달러에 동의했다. 나는 전화 한 통으로 30억 달러를 벌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한국에게 경제적 효과를 주고 있지만 미국은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많은 성공한 국가의 군대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고, 그들은 매우 잘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난 2019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100억 달러가 아닌 50억 달러의 인상을 요구했다. 또, 이날 주한미군 규모를 4만5000명이라고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2만8000명 수준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에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칭하면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

이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거론한 것은 한국과 무역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갖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관세 서한을 통해 8월 1일부로 모든 한국산 수입 제품에 25%(기본 관세 10%와 국가별 관세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100억 달러가 아니어도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보다 인상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맺고 한국이 1조5192억 원을 지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나토 '방위비 5% 인상' 요구 관철…한국에도 5% 압박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32개 회원국으로부터 2035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해석에 힘이 실린다.

나토 정상들은 최근 전력증강 계획인 '나토 군사역량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연간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국방 수요에 투입하고 이를 위한 연례 계획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GDP의 최대 1.5%를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에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직접 군사비 3.5%와 간접 비용 1.5%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를 맞춘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을 향해서는 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 지출 확대 노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동맹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국방 지출 기준을 갖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국내 언론에 "유럽 동맹들이 아시아 동맹들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정하고 있다"라며 "그 기준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앞으로 미국이 제기할 안보 청구서의 핵심이 국방비 인상 요구일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방비는 약 61조 원(GDP의 약 2.3%) 수준인데, 이를 미국의 요구에 맞춰 5%로 늘리려면 약 2배 이상을 증액해야 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분담금을 100억 달러(약 13조 원) 올리겠다고 발언한 것보다 50조 가량 더 많은 금액이다. 

방위비 인상 요구로 주한미군 감축 명분 쌓기?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에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 감축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국방부가 주한미군 약 4천500명을 미국령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현재 2만8천500명 안팎인 주한미군의 약 16%를 빼내 중국 견제 등 우선순위 목표에 더 부합하는 영역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 특히 중국의 대만 공격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을 인도·태평양 군비 태세 조정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고, 러시아·북한·이란 등 다른 위협은 해당 지역의 동맹에 최대한 맡긴다는 내용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을 마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미국이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동북아시아의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돼왔다.

하지만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미간 협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지키기 위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나 국방비 인상을 거론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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