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핵화 집념털면 美와 못만날 이유없어"
트럼프 "김정은 연내 만나고 싶다…북한, 핵보유국"
李 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 대북 메시지 '3단계 비핵화' 제시할 듯 
"트럼프-김정은 북핵 동결 합의 시 수용 가능"
김정은 "통일은 없다"…'두 국가론' 강조하며 핵 위협도
정부 "긴 안목으로 적대성 해소노력" "북핵 해결 대화에 열려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22일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한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22일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한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내달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판문점이나 제3의 장소에서 두 정상이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어 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이 확정되자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만날 의사를 밝힌 것이다. 

관건은 '비핵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릴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앞서 지난 중국의 전승절 참석차 방중한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지칭하며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에 무게를 둔 모습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론을 제안한 바 있는 이재명 대통령도 22일 공개된 B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과 당분간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는 데 합의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며 북미 대화 성사에 힘을 싣었다.

북미대화 성사 실마리가 보이고 있는 가운데, 22일 유엔 참석차 출국한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 예정된 유엔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메시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김정은 "비핵화 집념털면 美와 못만날 이유없어"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재집권을 전후해 수 차례나 김 위원장과 친분을 언급한 바 있는데 김 위원장도 이에 호응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김정은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고, 여전히 그렇다", "김정은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등의 언급을 했다.

그러면서 취재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연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10월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의 전후로 두 정상의 만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교가에서는 APEC을 계기로 두 정상이 판문점 등 제3의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어 왔다. 이는 트럼프 1기 당시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번개 회동'을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연설 시점도 묘하다. 지난 19일 대통령실이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을 공식화한지 이틀 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를 낸 것을 감안하면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2019년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사진=AP=연합뉴스]
2019년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김정은 연내 만나고 싶다…북한, 핵보유국" 

관건은 김 위원장이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비핵화 포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 지 여부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단언하건대 우리에게는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한미는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을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 트럼프 1기 당시에도 결국 비핵화를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하노이 노딜'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한미 양국의 흐름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목표'와는 별개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 부르며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외교가에서는 집권 2기 출범 이후 각지의 분쟁 중재를 시도하며 노벨평화상에 대한 기대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정전상태인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핵 동결'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李 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 대북 메시지 관심 '3단계 비핵화' 밝힐 듯

"트럼프-김정은 북핵 동결 합의 시 수용 가능"

이재명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중단'→'축소'→'비핵화'는 3단계 해법을 제시한 상태다.

비핵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설정해 두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를 내세우지 않고 동결부터 하자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23일(미 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단계적 비핵화와 북미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북미 대화 의지를 보인 만큼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제안한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구상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본격화 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22일 보도된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 비핵화 해법과 관련, 북핵 동결이 "임시적 비상조치"로서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핵무기 제거 대신 당분간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에는 명백한 이점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통일은 없다"…'두 국가론' 강조하며 핵 위협도

정부 "긴 안목으로 적대성 해소노력" "북핵 해결 대화에 열려있다"

[출처=연합뉴스=자료 조선중앙통신]
[출처=연합뉴스=자료 조선중앙통신]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왔다"며 "정전협정은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반도에 두 개의 교전국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 앞에서 공식 확인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면서 "국제적으로 완전히 두 개 국가로 고착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대해선 "마주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이며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한 핵 위협도 했다. 그는 '전쟁 억제력'이라는 핵무기의 '제1사명'이 상실될 때에는 '제2사명'이 가동된다며, 이 경우 "한국과 주변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한다"고 위협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긴 안목을 갖고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남북 간 적대성 해소와 평화적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측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재확인한다"며 "북미 대화 지원 등 평화 정책을 위한 노력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도 북한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교부는 22일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한미는 향후 북미대화를 포함, 대북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정부는 앞으로 평화 분위기 안에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북미회담 재개를 촉진하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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