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지역 상의 회장단 대거 참석…정기국회 앞두고 현장 목소리 쏟아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의힘-대한상공회의소 정책간담회'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의힘-대한상공회의소 정책간담회'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치권과 경제계가 머리를 맞댔다.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는 지금 기업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법과 제도는 어디를 어떻게 손봐야 하는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섰다. 최 회장은 최근 국제 회의에서 느낀 분위기를 전하며 "기업 환경이 우리가 알고 있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미래를 내다보고 수천억, 많게는 조 단위 투자 계획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며 "이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내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인사 자리라기보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꺼내놓는 성격이 강했다. 대한상의는 이 자리에서 '입법 현안 제언집'을 국민의힘에 공식 전달했다.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규제 개선, 생산적 금융 활성화, 위기 산업 구조 조정,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 확보 등이 핵심 내용이다.

특히 최 회장은 현재의 규제 구조가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무대에서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전 세계가 자국 중심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고, 기업들도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이런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도 제기됐다. 정년을 늘리더라도 임금체계 개편이나 직무 재설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기업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참석자는 "고령화 시대이기 때문에 노동시장 논의는 불가피하지만, 제도 변화가 산업 현장의 현실과 괴리를 일으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 전반에 드리운 불확실성도 빠지지 않았다. 글로벌 금리,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문제 등 여러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규제 해석 역시 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제계에서는 "규제 자체보다 더 무서운 건 해석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이 투자 확대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청 모드였다. 장동혁 대표는 "기업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정기국회에서 필요한 입법 과제들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당내 정책 관련 핵심 인사들 역시 "산업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상의 회장단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제조, 에너지, IT, 유통 등 업종이 다양해 논의 주제도 기업 규모와 산업군을 넘나들며 폭넓게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술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현실을 공유했고 "투자가 제때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간담회는 약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정기국회 논의에 이번 논의가 반영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남겼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산업계의 문제 제기가 어느 정도 속도감 있게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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