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외교 성과 강조하며 반격…머스크·젠슨황과 '해빙' 연출
인플레이션 방어·AI 산업 띄우기·사우디 투자 확대 강조
재선 동력 확보 위한 여론전 본격화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4314_528354_5028.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세가 나타난 가운데 직접 관련 질문을 정면으로 언급하며 "일부 조사에서는 수치가 떨어졌지만,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통상 여론조사 하락을 스스로 거론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개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지지율 추세가 민감한 정치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음을 스스로 인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연설하며 자신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10개월 동안의 경제·외교 성과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가가 됐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하락세를 보인 지지율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주요 정책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후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기 집권 이후 최저 수준이다. 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아직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역사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어 왔지만, 지금의 물가 상황은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9개월 전만 해도 우리 국가는 죽어 있다고들 했지만, 지금은 가장 활기찬 국가가 됐다"며 "현재는 좋은(normal) 수준의 인플레이션이며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안정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계란 가격 급락과 모기지 금리 하향 조정을 예로 들며 개선 흐름을 설명했다. 이어 "팁·초과 근무 수당에 대한 세금 감면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이라며 실질 소득 개선 정책도 언급했다.
이번 포럼에서 특히 관심을 끈 장면은 테크 업계 주요 인사들과의 '긍정적 스킨십'이었다. 행사에는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젠슨 황 CEO를 연설 도중 직접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며 "당신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치켜세웠다. 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을 언급하며 "이 칩을 따라잡을 회사가 단기간에 등장하기 어렵지만, 젠슨 황은 더 멀리 더 빠르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와도 여러 차례 교감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두 사람은 과거 정치·세제 정책을 두고 갈등을 겪으며 한때 등을 돌렸으나, 최근에는 냉랭했던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를 언급하다가 "테슬라를 구매할 때 대출 금리 공제를 받을 수 있다"며 머스크를 향해 "당신은 운이 좋다. 나는 당신 편"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테크 산업을 전면에 내세워 혁신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 확대도 주요 메시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하루 동안 수십 개 사우디 기업이 2천7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는 미국 일자리 창출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내 고용 성과를 강조함으로써 현재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경제 불안 심리를 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정치적 지지층 결집을 넘어, 국제 경제 협력·AI 산업 성장·세제 개편 등 다양한 정책 이슈를 한데 묶어 '성과 프레임'을 강화하는 전략적 발언으로 보인다. 최근 가자지구 전쟁 중재, 해외 투자 유치 확대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성과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국정 운영 평가 흐름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짙게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직접 언급한 것은 자신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위기 인식을 드러내는 이중적 메시지"라며 "AI·테크 산업을 전면에 배치하는 전략은 미국 유권자층에서 상대적으로 지지 기반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재결집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 확대 역시 국내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있어 정치적 효과를 노린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연말까지 물가 안정 대책·세제 개편·에너지 정책 조정을 포함한 후속 조치를 단계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여론 흐름이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