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부각되며 미국 기술주가 급락하자 21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올해 AI·반도체 랠리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던 한국 증시는 충격을 정면으로 맞으며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 엔비디아 호실적에 힘입어 4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하루 만에 3800대로 추락했다.
21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날 대비 3% 넘게 하락한 3872.19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2.25%), 홍콩 항셍(-1.59%)보다 하락폭이 더 컸으며 아시아 주요 지수 가운데 낙폭 1위를 나타냈다. 블룸버그는 "AI 특수가 가장 강하게 반영된 한국 증시가 월가발 기술주 충격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았다"며 "올해 코스피는 60% 이상 상승하며 글로벌 증시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었다"고 분석했다.
수급도 극명하게 갈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7426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4752억 원을 순매수하며 조정장에서도 공격적인 '사자' 대응을 이어갔다. 기관도 2337억 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미국 기술주 조정과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에 따라 글로벌 위험자산 비중을 줄였고, 개인은 국내 업황과 실적 모멘텀에 기대를 걸면서 저가 매수에 나서는 흐름이다.
다만 개인의 매수 집중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5000' 기대감 속에 대거 시장에 진입했고, 신용융자 잔액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고점 매수 부담과 반대매매 위험이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형주는 미국 기술주 하락 여파를 정면으로 받았다. SK하이닉스는 7.71% 내린 52만7000원, 삼성전자는 4.97% 떨어진 9만5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2.15%), 현대차(-1.34%), 두산에너빌리티(-5.41%)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김상훈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는 "12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약해진 상황에서 Fed 위원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자 미국 증시가 흔들렸고, 한국 시장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 불안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2.50원까지 상승했다. 이날 환율은 1472.4원으로 출발해 한때 1474.1원까지 치솟았다. 시초가 기준으로는 지난 4월 9일(1484.0원)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고치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