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이준석에는 모질게 하더니, 당에서 제명하라”
김기현 “납득 어려운 주장, 매사에 자중자애해야” 경고
민주당 “황당무계‧민주주의 희롱…최고위원 사퇴하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당에 부담을 드린 점에 깊이 반성하면서 사과의 말씀드린다. 앞으로 매사에 자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3/606113_406353_5856.jpg)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5‧18 헌법수록 반대’ ‘전광훈 천하통일’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사과 입장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당에 부담을 드린 점에 깊이 반성하면서 사과의 말씀드린다. 앞으로 매사에 자중하겠다”고 밝혔다.
강연으로 미국에 들렀다 이날 귀국한 김 최고위원은 “미국 현지의 폭풍우로 하루 동안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고 공항에 격리되어 모든 것이 늦어졌다. 이점 또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5‧18 헌법수록 반대” “전광훈 우파 통일” 잇단 설화
앞서 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12일에는 전 목사가 주관하는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전 목사가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는데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 전라도는 영원히 10%"라 말하자, 김 최고위원은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어 전 목사가 "전라도에 립서비스하려고 한 거 아니냐"고 묻자, 김 최고위원은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최고위원은 이날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교인들 앞에서 언급한 저의 모든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죄송하다"면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게재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후 반성하는 차원에서 지난 16일과 23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 등 지도부 일정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27일 최고위는 미국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는데, 미국 방문 중 또다시 문제가 되는 발언을 했다.
김 최고위원은 2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보수단체 북미자유수호연합 강연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파 진영에는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이 잘 없었는데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통일했다고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게도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며 "그나마 우리 쪽도 사람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우려 표명, 당 차원의 징계 요구
전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김 최고위원을 향해 자중하라며 주의를 당부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 차원의 제명을 요구했다. 29일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에 이어 다시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홍 시장은 이날 당 지도부를 향해 실제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홍 시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하라. 경고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한두 번도 아니고 실언이 일상화된 사람인데 그냥 제명하자”며 “총선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홍 시장은 또한 29일 페이스북에 “당에 해악이나 끼치는 천방지축 행동을 방치하게 되면 당의 기강은 무너지고 당의 지지율은 더욱 폭락하게 된다”며 “당 대표가 카리스마 없고 미지근한 자세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당 운영을 하게 되면 당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적었다.
이어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 망언한 이번 일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리 한번 지켜보자”며 “지금은 살피고 엿볼 때가 아니다. 살피고 엿보는 판사식 당 운영으로는 당을 역동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학생식당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전후 문맥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도된 것만 봤는데, 별로 그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의 주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우리당은 이제 겨우 체제를 정상상태로 재정비하고 새 출발을 하는 단계에 놓여 있다”며 “여당이라지만 소수당이니만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매사에 자중자애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책전략은 탁월한데,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되는 워딩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언어를 전략적으로 구사하는 데 감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우파가 정말 쪼그라드는 것”이라며 “1등으로 최고위원 된 분 아닙니까. 그분이 5.18에 대해서 그런 발언을 했을 때 저는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한 이후에 보면 도대체 당 윤리위가 실종 사태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5.18 발언 같은 걸 하면 이거는 당에 대해서 민심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건 당연히 징계를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지나갔다”며 “아틀란타에 가서도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발언하고 하는 것은 도대체 국민들께서 이걸 어떻게 보실까 정말 걱정”이라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것 같다. 도대체 이런 식으로 내년 총선은 어떻게 이기겠다는 겁니까”라며 “‘수석’ 최고위원의 분별 없는 행동과 발언들이 일반 당원과 국민들에게 보수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질까 너무 두렵다”고 했다.
민주당 “망언‧극우 논란 사죄하고 최고위원 사퇴하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김재원 최고위원은 연이은 망언에 대해 사죄하고 사퇴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박 대변인은 “여당 수석 최고위원이 만사를 제쳐두고 미국에 날아가서 아스팔트 극우 목사를 찬양하고 있으니 황당무계하다”며 “불과 얼마 전, 김 위원은 전광훈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 헌법 수록이 불가능하다며 5.18을 부정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며칠이나 지났다고 또다시 전광훈 목사를 호명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아스팔트 극우세력과 손을 잡고 민주주의를 희롱하는 여당 최고위원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연이은 망언과 극우 논란에 대해 사죄하시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시기 바란다. 국민의힘도 김 최고위원의 망언을 수수방관하지 말고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김 최고위원에게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한다”고 촉구했다.
대구민주당은 “알박기로 80억 보상의 교회를 500억 받아낸 전광훈 목사나 따라다니며 그저 헬렐레하며 칭송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당 최고위원의 위상은 간데없고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고 무얼 하고 있나”며 “작은 불씨는 관리하기 쉽지만 이미 커져 버린 불은 막대한 손상을 입힌다. 막말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