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제75주년 제주 4‧3 추념일을 맞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야 의원들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국정 일정으로 불참한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추모의 뜻을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불참했다.

특히 4‧3 사건을 두고 ‘김일성 개입설’을 주장했던 태영호 최고위원은 자신에 대한 사과 요구에 이날 “사과를 해야 한다면 뭘 사과해야 하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대응하며 논란이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추념식에 참석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현 지도부를 향해 “이런 기념식 참석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제주에서 열고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는 4‧3 관련 언급을 논란을 빚은 인사에 대해 조치를 하지 않은 국민의힘에 대해 “4.3 정신 모독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주호영 불참…태영호 “무얼 사과해야 하나”

국민의힘에서는 김병민 최고위원,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이 지도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또한 이준석 전 대표, 천하람 전 최고위원 후보 등이 참석했다.

김 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와 묵념을 한 뒤, 추모의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오늘은 제75주년 4.3 희생자 추념일이다. 제주 4.3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 긴 세월 동안 아픔의 고통 속에서 힘겹게 살아오신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들게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린다”며 “우리당은 제주도가 겪은 슬픔을 기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 통합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은 제주 4.3 사건 75주년이 되는 날이다. 무고하게 돌아가신 희생자 영전에 깊은 애도와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4.3 사건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 및 유족 명예 회복과 지원에 계속 노력하겠단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념식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 "제가 당 대표 권한대행 시절에도 4.3 평화공원을 참배했다. 우리 당이 가진 4.3 사건에 대한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시급한 민생 현안이 있다. 중소기업 관련한 주요 민생 현안도 있고 부산엑스포 관련해서도 당력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서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가 자행한 만행’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아직까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특정인들에 대해서 조롱하거나 폄훼한 일도 없었다. 그분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고자 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인 “4·3 사건의 용어부터 저는 동의할 수가 없다. 1947년 3월1일부터 1954년까지, 6·25 전쟁 이후까지 있었던 대단히 방대한 범위를 포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3이라는 말을 붙인다면 1948년 4월3일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 거기에 초점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남로당 제주도당의 당 결정에 의한 12개의 경찰서와 관공서에 대한 무장 공격”이라고 했다.

이어 “단 이러한 것을 빌미로 국가 권력이 과도하게 진압하는 과정에 이념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정말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억울하게도 안타깝게도 희생됐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와 4월3일에 일어났던 문제는 구분해야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추념식에 불참하게 된 배경에 대해 “오늘은 정부에서도 가고 우리 당에서도 가는데, 그 분들의 그런 노력이 저 때문에, 혹시나 또 예견치 않았던 것 때문에 노력이 지속되지 않을까, 이런 점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준석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기념식 참석은 기본”

이날 이 전 대표는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과 함께 추념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현 지도부와 별도로 참석한 것에 대해 "사실 김종인·이준석 지도부 때는 5·18도 그렇고, 여순(여수·순천 10·19사건)도 그렇고, 4·3도 그렇고 이런 역사의 아픔 속에 함께 하겠다는 원칙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기현 지도부’를 향해 “이런 지역의 아픔을 다루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당이 그리고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언제나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에 대한 불미스러운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당의 모든 사람의 생각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렇게 오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 최고위원을 향해 "저는 정치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 열심히 정치를 하고 있는 다른 당원들이나 지지자들도 많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며 "윤리위나 징계로 규정하기 이전에 스스로 잘못을 깨달아야 하고, 이것이 교정되지 않는다면 국민들께서 선거로 따끔하게 교정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정부여당의 극우적 행태가 4.3 정신 모독”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제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정부여당에 대해서는 "4.3정신을 모독하고 있다"며 공세를 가했다. 

이재명 대표는 “4.3 항쟁이 올해로 75주기를 맞았습니다. 삼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안고 통한의 세월을 견뎌 오신 유가족께도 위로 말씀을 드린다”며 “제주는 우리 현대사 최대 비극인 4.3의 고통을 안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민들께서는 그 모진 상처를 이겨내고,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을 잡으라는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실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정부여당의 극우적인 행태가 4.3정신을 모독하고 있다. 4.3은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망언을 한 여당 지도부(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과 한마디 아직 하지 않았다”며 “4.3은 공산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 폄훼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던 대통령의 약속은 부도났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제주 4.3은 제주만의 상처가 아닌, 우리 역사의 비극”이라며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 당시 ‘제주 4.3 특별법 제정’과 노무현 정부 때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 지난 문재인 정부의 ‘배·보상이 담긴 특별법 전면 개정안 통과’까지, 모두 제주도민과 함께 이뤄냈다. 앞으로도 제주의 완전한 치유를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