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에게 "공천 받으려면 그렇게 하면 안돼"
이진복 정무수석 "민주당이 대통령 공격하는데 최고위원 한마디도 안해"
유승민 "박근혜 공천개입 수사검사가 尹.. 검찰, 경찰 즉각 수사하라"
이재오 상임고문 "더 이상 당에 개입하지 말라. 후한이 생긴다"
![태영호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08768_409170_1442.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 여당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에게 ‘공천’을 조건으로 정부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요구하는 ‘태영호 녹취록’이 공개됐다. 당사자들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그간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한 사례가 적지 않다보니 납득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여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검찰, 경찰 수사’ 주장도 나오고 있다.
MBC는 1일 저녁 태영호 최고위원이 지난 3월 9일 의원회관에서 보좌진을 대상으로 발언한 음성 녹취를 공개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공개된 음성 녹취에서 “오늘 나 들어가자마자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앞으로 최고위원 발언할 때 대통령실에서 다 들여다보고 있다”며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며, “강남 갑(태영호 최고위원 지역구) 가서 재선이냐 오늘도 내가 그거 이진복 수석한테 강남 갑 재선되느냐 안 되느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태 최고위원은 이후 한일 외교에 대한 옹호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3월 13일에는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 관계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국익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라며 야당을 비판했고, 3월 1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상권 포기 결정은 대국적, 대승적 결단입니다. 빈손 외교, 굴욕 외교라는 단어 자체가 나오는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난 4월에는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명기한 일본 외교청서에 대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화답징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에게 "공천 받으려면 그렇게 하면 안돼"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08768_409171_166.jpg)
■ 태영호, 이진복 “과장된 내용.. 사실무근”
녹취록 당사자들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고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1일 입장문을 통해 “본 의원실의 내부 보좌진 회의 녹취록이 유출되어 보도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진복 정무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 사이의 지극히 공무상 비밀인 회의 내용이 불순한 목적으로 유출되고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2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며,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대통령실)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저한테 의견을 물어서 답을 할 수는 있겠지만, 누구에게 공천을 주고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태 의원이 전화해서 (보좌진에게) '설명하다 보니 조금 과장되게 얘기를 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 당내에서도 비판 목소리 “검찰, 경찰 수사 촉구”
용산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하기 위한 당내외 압박을 시작으로 당지도부 보다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을 가까이 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또, 전당대회 당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안철수 후보에게는 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인다며 대통령실이 공개로 경고 메시지를 내고,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대표 출마를 표명하자 대통령실이 나서 ‘저출산 대책’을 문제 삼으며 해임한 바 있다.
이번 ‘태영호 녹취록’은 그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형사처벌도 가능한 사안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믿기 어렵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당시의 불법 공천개입으로 2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에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오늘 보도된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 제9조 2항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일찌감치 대통령실의 당무개입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내왔다.
이 고문은 지난 2월 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당에 개입하지 말라. 후한이 생긴다”라며, “윤석열 대통령께서 본인이 지금 당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책임 있다고 생각하면 또 본인의 생각대로 그렇게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이야기한다고 한다면 이 책임은 다 대통령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이슈] '태영호 녹취록' 두고 민주-비윤 "대통령실 당무수석, 불법 공천개입" 맹비난
- 조응천 "대통령실 공천 개입 위험신호".. "송영길 자진출두, 구속영장 대비용"
- 이진복 “태영호와 공천 얘기 전혀 나눈 적 없다, 깜짝 놀랐다”
- 국민의힘,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징계 개시
- ‘윤리위 제소’ 태영호 “尹대통령, 세일즈 외교 잘해서 1호 영업사원 넘어 영업왕”
- 한미정상회담 ‘워싱턴선언’ 두고 여야 평가 ‘극명’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출범…‘설화’ 김재원‧태영호 징계하나
- 태영호 “김구, 김일성 통일전선 전략에 이용 당해” 논란.. 여당 내부서도 비판
- [이슈]국민의힘 지도부 잇따른 설화로 몸살…총선 위기론까지 제기
- [종합] ‘제주 4‧3 추념식’ 與 김기현‧주호영 불참…태영호 “뭘 사과하나” 이준석 “참석은 기본”
- 태영호 ‘김일성 지시’ 사과거부에 ‘서북청년단’ 집회까지, 4.3추념일 무색
- [이슈] '설상가상' 태영호, 이번엔'쪼개기 후원금' 대가로 시·구의원 공천 논란
- 태영호, ‘쪼개기 후원금’ ‘공천 녹취록’ 의혹 전면 부인…김기현, 당 윤리위에 병합 요청
- [이슈] 與 윤리위, 김재원‧태영호 징계 결론 못내 10일 논의키로…김‧태, '자진사퇴' 가능성 일축
- 유승민, 신당 가능성 시사.. 보수 진영 신당 등장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