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반발에도 대만과 무역협정 체결.. 韓日 등 14개국 실질적 탈중국 주도
중국, 미국과 대결에서 자신감 커진 듯.. 원자재·희토류 카드로 미국 압박 전망
![중국, 미국과 대결에서 자신감 커진 듯.. 원자재·희토류 카드로 미국 압박 전망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6/611239_411902_5420.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정상회의를 전후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또 다시 출렁이고 있다.
최근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 인근에서 미 정찰기에 공격적으로 기동하고, 미국의 국방장관 양자회담을 거부하는 등 양국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대결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대만과 무역협정을 체결해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중국도 경제에 방점을 두고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외교력을 확장하며 미국과 대립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미국의 양자간 국방장관 회담을 거부했다. 오스틴 미 국방 장관이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에 친서를 보내는 등 2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간 중에 회담을 타진했으나 중국이 거부한 것이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이 양자간 국방장관 회담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도쿄에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에서 "통제할 수 없는 사태로 단번에 발전하는 사고가 언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화를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미중) 국방당국은 일상적으로 대화하거나 열린 대화 경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나는 (중국) 고위 관계자와 대화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환영한다"고도 언급했다.
중국이 국방장관 회담을 거부한 이후 미 국방부는 지난 26일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군 정찰기 앞을 막아서는 근접 비행을 하는 등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기동"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중국군 J-16 전투기가 지난 26일 남중국해 상공에서 비행하던 미군 RC-135 정찰기의 기수 앞으로 비행하면서 차단했고, 이에 미군 정찰기가 난기류를 통과해 비행해야 했다. 당시 중국 전투기와 미군 정찰기의 거리는 400피트(122m)에 불과했다.
■ 미·중, 잇따른 대화로 ‘해빙기’ 기대감 고조.. 현실은 ‘냉랭’
지난 2월 미국이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한 것을 계기로 미중 간 국방 분야 대화 채널은 단절된 상태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12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데 이어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를 계기로 회담하면서 미중 국방장관 회담 개최 기대감도 고조됐으나 결국 결렬된 것이다.
중국은 회담 거부 사유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최근 미국이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일종의 ‘힘겨루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냉각된 미중 관계가 "아주 조만간 해빙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일(현지시간)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도 "미국은 중국과 갈등이나 대결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중국은 할 수 있는 지점에서 협력해야 한다. 기후 같은 일부 글로벌 도전을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이 겉으로는 대화를 내세우면서 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대만이나 남중국해 등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도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지난 5월 29일 공급망 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총 14국이 실질적인 '탈중국'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1일(현지시간)에는 미국과 대만이 양국 간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2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의 잉그리드 라슨 집행이사와 샤오메이친 미국 주재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가 미국·대만 이니셔티브에 따른 1차 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1차 협정은 보통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핵심 주제인 관세 감축 또는 폐지를 다루지 않으며, 그 대신 세관 업무 간소화와 규제 개선, 물류 시간 단축 관련 내용들을 담고 있다.
덩전중 판공실 대표는 서명 후 "오늘 대만과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은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이후 대만과 미국 간 가장 규모가 크고 전면적인 무역 협상의 결과"라며 "대만과 미국 간 경제·무역관계의 역사적 이정표일 뿐 아니라 대만과 주요 무역국 간의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협정 체결 직전인 1일 오후(중국 현지시간) 외교부의 정례 브리핑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측은 모든 형식의 미국-대만 간 공식 교류를 중지해야 하며, 중국의 대만 지역과 주권적 의미와 공식적 성격을 담은 협정에 서명해서는 안 되며, 경제·무역의 명목으로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 중국, 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으로 경제 영토 확장하며 美와 대결에 ‘자신감’ 확보
미국을 상대하는 중국의 자신감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전에는 미국과 갈등을 가능한 피하려는 모습이었으나 최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경제 영토를 확장하며 미국의 압박을 회피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해 5조원가량의 유무상 원조 계획을 내놨다.
이날 시 주석은 "우리는 전략적 상호신뢰를 심화하고 주권, 독립, 민족존엄, 장기적 발전 등 핵심 이익을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 항상 명확하고 강력한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강조하는 한편, 중국·중앙아시아 에너지 발전 파트너십 수립도 제안했다.
내륙에 위치해 경제 개발이 더딘 중앙아시아 입장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원조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특히, 중국은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고속철도를 개통함으로써 과거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를 상대로 한 외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중국과 주중 아프리카 대사관들이 함께 개최한 '아프리카의 날' 리셉션에 참석해 그동안의 협력 성과를 강조하며 앞으로도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친 부장은 "각자의 특색있는 현대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일대일로의 효과를 증대시켜 아프리카의 산업화와 지방화를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다. 외교부장의 매년 첫 출장지로 아프리카를 찾는 전통을 33년째 고수하며 우군 확보를 위한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 부장도 취임 후 에티오피아, 가봉, 앙골라, 베냉, 이집트 등을 방문했다.
중국 전문가인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지난 5월 30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중국이 트럼프 이전까지는 굉장히 미국에 대해서 겁을 먹고 있었다"며, "트럼프하고 바이든 상대해보면서 ‘아, 이건 견딜 만할 뿐만 아니라 이길 수도 있겠다’ 이런 확신감을 점점 가져가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공격 카드도 예상했다. 그는 "제가 예상하는 건 원자재와 희토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며, "굉장히 무서운 카드죠. 이건 뭐 경제적으로 핵만큼 무서운 카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