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령 "VIP가 격노" "군 관련 이보다 화를 더 낸 적 없다" 폭로
민주당 "박 대령 입을 구속으로 막으려는 술책" 군인권센터, 구속 반대 탄원 운동
![군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8/618449_419765_2157.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방부 검찰단이 30일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수사 기록의 경찰 이첩을 놓고 하루 만에 결정을 뒤집은 배경에 VIP(윤석열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진술서와 녹취록 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지 이틀만이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박 대령의 입을 구속으로 틀어막으려는 술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 대령은 지난달 경북지역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순직한 채수근 상병 관련 수사를 맡아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을 비롯한 관련자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 7월 30일 박 대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후 결재를 받았다.
박 대령은 지난 2일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같은 날 직무정지 및 보직해임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사건 자료를 회수하는 한편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까지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 검찰은 박 대령에게 이첩 중단을 지시한 국방부 장관의 명을 어겼다고 보고 '항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군 검찰 측은 "그동안 국방부 검찰단은 피의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위해 노력했으나 피의자가 계속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박 대령이 지난 29일 군 검찰 조사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는 것이다.
박 대령이 지난달 3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하자, 김 사령관은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간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
30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박 대령의 육성 진술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31일 날 오전 11시경에 VIP 주관으로 회의를 하는데 군사 보좌관이 이래저래 얘기하니까 바로 표현에 따르면 '군 관련해서 화를 이것보다 더 낸 적이 없다, 가장 격노했다'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한테 연락해 꽝꽝꽝꽝 했다고 하길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박 대령은 "왜 사단장을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김계환 사령관은 "아무래도 옆에서 사전에 입력을 한 것 같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생각했다가 바로 보고하니까 바로 국방장관한테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 대령 입을 구속으로 틀어막으려는 술책" 군인권센터, 구속 반대 탄원 운동
이에 야권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박 대령의 입을 구속으로 틀어막으려는 술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30일 서면 브리핑에서 "수사 외압의 몸통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증인의 입을 막으려는 국방부의 후안무치한 행태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국방부는 군을 대체 얼마나 더 망가뜨리려고 하나. 국방부는 신뢰가 땅에 떨어져도 용산의 심기만 지키면 그만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무도한 수사를 벌인 국방부 검찰단은 반드시 진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국방부 감찰단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무도한 수사를 당장 멈추고, 박정훈 대령이 요청한 수사심의위 재소집 진행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구속 반대 탄원 운동을 벌인다.
군인권센터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 격노가 수사 외압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사건 수사·재판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잡아 가둬서 입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박 대령을 국방부 영창에 가둬 놓고 대통령 개입 의혹 규명을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며 구속 반대 탄원서를 모집해 군사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항명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대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내달 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에서 박 대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당일 오후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