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故채상병 수사보고서 경찰 이첩 과정서 박 대령이 '항명' 주장
박 대령 변호인,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외압 의혹' 수사 촉구
여론은 '수사 외압 있었다' 우세.. 박 대령 주장 '신뢰한다'도 절반 수준
해병대사관 총동문회, 박 대령 원대복귀 요구.. 민주, 진상규명 위한 특검 추진
![군 검찰이 박정훈 대령을 항명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9/620355_421946_4529.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군 검찰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조만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사관 총동문회는 진실 규명과 박 대령의 원대 복귀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온라인에서도 1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박 대령 지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지난 7월 19일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중 발생한 채 상병 사망 사고에 대해 초동조사를 진행했다. 같은 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그 결과를 대면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2일 채 상병 사망사고 조사결과 보고서 등 관련 서류를 민간 경찰에 인계했다가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된 뒤 '집단항명 수괴'(이후 '항명'으로 변경) 등 혐의로 검찰단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국방부는 "이 장관이 박 대령 보고 다음날인 7월 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대령은 '보류' 지시를 명시적으로 듣지 못했고, 오히려 채 상병 사고 보고서 처리 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령은 20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채 상병 사고 조사 등과 관련해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군 검찰은 이날 조사를 끝으로 조만간 박 대령을 기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 변호인,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외압 의혹' 수사 촉구
박 대령의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조사를 마친 후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외압 의혹'을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박정훈) 수사단장이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고 처리와 관련한) 국방부의 불법적 지시에 따른 대처방안을 고민한 부분들이 국회 증언에서 다 나왔지 않느냐"며 "국방부 검찰단은 빨리 이 수사를 종결하고 '외압' 수사에 합류해야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덜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박 대령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의 사전 구속영장청구서 내용과 관련한 국방부 측의 해명도 반박했다. 해당 구속영장청구서엔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이 장관으로부터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는 지시를 받았단 취지의 진술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장관이 유재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범죄혐의가 불명확한 경우엔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이첩하는 게 가능하다'는 보고를 받고 해당 보고 내용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도 설명해주라고 했던 것"일 뿐 혐의를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한 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장관 주재 회의에서 결론이 도출돼 통지받았다면 (해병대) 부사령관은 당연히 장관 지시사항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장관 지시가 아니었다면 박 대령이) 뭘 어겼는지 애매해진다. 이제 와서 (장관) 지시가 아니라고 하는 건 책임지기 싫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은 '수사 외압 있었다' 우세.. 박 대령 주장 '신뢰한다'도 절반 수준
현재 여론은 박 대령에게 유리하게 형성되어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8월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병대 사건에 '외압 있었다'가 57.3%로 '없었다'(24.4%)를 두 배 이상 앞섰다. 특히 보수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과 ('외압 있었다' 47.3%, '외압 없었다' 33.8%) 60대 이상('외압 있었다' 45.8%, '외압 없었다' 31.9%)에서도 외압이 있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여론조사 꽃이 9월 8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박정훈 대령의 주장을 '신뢰한다'(46.6%)가 '신뢰하지 않는다'(34.9%) 보다 10%p 이상 더 앞섰다.
해병대 예비역 장교들과 동문들도 박 대령 지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 해병대사관 총동문회는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박 대령의 원대 복귀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채 해병 순직 진상 규명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심각한 우려와 함께 조속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며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채 해병 순직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외압의혹에 대한 진실규명 △본질이 왜곡된 정쟁화 경고 △ 전 해병대 수사단장 원대복직 등이다.
해병대사관 총동문회, 박 대령 원대복귀 요구.. 민주, 진상규명 위한 특검 추진
박 대령의 후배 기수인 '사관 88기 동기회'는 입장문을 통해 "채 해병 사건 수사과정에서 국방부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개입 의혹과 수사단장을 항명으로 입건한 것이 해병대 가족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며 "외부개입 없이 사고 책임을 공명정대하게 수사해 명백한 결과를 찾아 고인과 유가족을 위로하고 대한민국 해병대의 실추된 명예를 찾아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허경완 해병대사관 총동문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 막바지에 해병대의 상징인 '상륙돌격형 머리'로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는 "해병대가 쌓아 올린 명성과 전통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작금의 상황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기에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절 해병대에 입소해 의지와 결의를 다졌던 그 결기를 담아 두발식에 임한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5일 박 대령의 보직 해임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달라는 온라인 탄원서에 11만28명이 참여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강선우 대변인은 15일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을 덮을 수는 없다"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특검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