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71일만에 '조건 없이' 추방 결정.. 美 "북한에 양보한 것 없다"
설리번 보좌관 "킹 이병 송환 도와 준 중국 정부에 감사"

지난 7월 무단 월북한 주한 미군 킹 이병이 미국으로 송환됐다. 북한의 '조건 없는' 석방 결정에 북미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7월 무단 월북한 주한 미군 킹 이병이 미국으로 송환됐다. 북한의 '조건 없는' 석방 결정에 북미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7월 무단으로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이 중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송환됐다. 예상보다 빠른 송환에 미국과 북한이 조만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북후 71일간 북한에 체류하다 추방 형식으로 풀려난 트래비스 킹 미군 이병이 28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했다고 CNN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킹 이병은 미국 동부시간 28일 오전 1시 30분께 군용기편으로 텍사스주 소재 '샌안토니오-포트 샘 휴스턴' 기지에 도착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앞서 킹 이병은 주한미군에서 복무하던 중 폭행 혐의 등으로 40여일간 구금 처분을 받은 뒤 지난 7월 17일 추가 징계절차를 밟기 위해 미 본토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킹 이병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은 채 몰래 출국장을 빠져나와 18일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견학 도중 판문점 내 유엔군사령부 군정위원회 회의실 건물 사이의 분계선을 넘어 무단으로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후 미국 정부는 킹 이병 석방을 위해 유엔과 유엔군사령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을 통해 북한과 접촉했으며, 특히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이 미국의 이익대표국을 맡아 주요 중재자(primary interlocutor)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북한이 킹 이병을 석방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스웨덴 정부를 통해 알게 된 후 주중미국대사관 등을 통해 집중적인 외교적 노력을 펼쳤고 킹 이병은 북중 국경을 통해 석방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27일 '영내 불법 침입'한 킹 이병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며 "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공화국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대한 환멸로부터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했다고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킹 이병의 석방에는 별다른 조건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킹 이병의 석방을 위해 북한에 양보한 게 있느냐'는 물음에 "답은 간단하다. 하나도 없다. 끝(Full stop)"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70여일 만에 이뤄진 석방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북한이 '조건없는' 석방으로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킹 이병 석방을 계기로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외교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매우 열려 있다"며 "오늘 이 좋은 소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관계가 경색된 상태에서도 소통 라인을 열어두는 게 매우 중요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서 "우리는 가능한 모든 추가적인 외교에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킹 이병 석방과 송환에는 중국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킹 이병의 안녕을 염려해 부단히 노력해준 합동대응팀의 헌신에 감사하다"며 "북한 내에서 미국을 위해 보호력을 발휘하는 외교적 역할을 해준 스웨덴 정부와 킹 이병의 이전을 도와준 중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은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필요한 협조(지원)를 제공했다"고 답변했다.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국에 지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향후 미중 관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AFP 통신은 27일(현지시간) 트래비스 킹 이병이 "집으로 돌아가게 돼 너무 행복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킹 이병은 가족을 만나기를 매우 고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킹 이병이 의학적,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끌고, 좋은 장소에서 가족과 재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킹 이병이 향후 군법회의를 통해 징계 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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