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중진 희생에 반색 "당 살리자는 분위기 타오를 것"
천하람 "윤핵관, 김기현 대표 등 고위당직자도 험지 출마 해야" 압박
하태경, 서울 경기 자객 공천 전망.. "어디든 갈 준비 돼 있다"
친명계, 비명계 겨냥 '3선 이상 중진 험지 출마' 요구.. 비명계 "이재명 대표 먼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서울 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야 중진을 향해서도 험지 출마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서울 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야 중진을 향해서도 험지 출마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해운대갑에서 3선을 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서울 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야 중진이 모두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힘에서는 하 의원을 시작으로 제2·제3의 하태경이 필요하다"며 장제원 의원이나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영남권 중진에 대해서도 험지 출마 요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친명계가 비명계를 겨냥해 험지 출마 요구가 나오자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가 솔선수범을 보이라며 맞서고 있다.

앞서 하태경 의원은 지난 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에서 기존 지역구인 해운대 갑이 아닌 서울에서 출마하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하 의원의 지역구 이동은 지도부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원이 당 핵심 관계자의 제안을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최근 여러 사정을 감안해 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 이상 몸을 담은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측근 공천을 위해 지역구 교통정리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국민 여론을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로 보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제2, 제3의 하태경들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9일 SBS 라디오에서 "하 의원이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적절한 판단을 내려줬다"며 "하 의원이 시작점을 돌파했는데 국민의힘에서 나를 한번 희생하고 당 전체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꽤 불이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하 의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제2, 제3의 하태경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발적인 중진들의 결단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먼저 헌신하고 절박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효과가 있다"며 "누가 됐든 3선 이상 한 것은 많은 기회를 당으로부터 받은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분이 깊게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초선인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어떻게든 총선에서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면 이런 분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천하람 "윤핵관, 김기현 대표 등 고위당직자도 험지 출마 해야" 압박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나 권성동 의원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도 나오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1일 내년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좋을 것 같은 의원에 대한 질문에 "제일 좋은 분은 장제원 의원"이라고 답했다.

천 위원장은 하태경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계기로 '윤핵관', 고위당직을 맡은 의원들이 서울 험지에 출마하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총선에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 호남 출마를 준비 중인 천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서 "가진 게 많은 사람, 힘이 센 사람이 내려놓는 게 그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도 있고 다른 의원들로 하여금 좀 동참해야겠다는 압박이 여기에서 세진다"며 "장제원 의원이나 아니면 지금 당직을 맡고 있는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런 분들이 사실 솔선수범을 해 주면 하나의 흐름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핵관들이 던지고 쭉 나오거나 고위 당직자들이 쭉 이렇게 서울로 올라오는 흐름을 만들어야 되는데 현재로서는 그런 게 보이지는 않는다"며,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분들이나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분들이 전남 지역구로 와주시면 땡큐"라고 말했다.

하태경, 서울 경기 자객 공천 전망.. "어디든 갈 준비 돼 있다"

하태경 의원은 서울이나 경기도에 자객 공천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 지역구인 마포을이나 안민석 의원 지역구인 경기 오산 등이 거론된다.

하 의원은 11일 SBS 라디오에 나와 "어디든 당이 부르는 곳은 갈 준비가 돼 있다"며 "1순위는 서울이고, 경기도도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순위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체 선거 장기판의 말이고, 당의 선거전략 구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두 달 정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라는 말이 있는데, 지역구를 살펴보고 당과 상의해 발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권성동 의원의 수도권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 승리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노력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본인들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중진 그룹에서는 중진을 무조건 수도권 험지로 보내면 오히려 총선 승리에 도움이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1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하태경 의원 스스로 선택하는 자신 있는 지역구가 있다면 과감하게 그쪽으로 보내줘야 한다, 그렇게 해도 겨우 승산이 있을까 말까 하다"면서 "하태경 의원이 저렇게 용기를 냈다면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4년전 21대 총선 직전에 중랑을로 나갔다"며 "그냥 끌고 그쪽에 갖다 놓아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이는 그냥 가서 죽으라는 것이지 무슨 수도권 차출이겠는가"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에서) 중진 수도권 차출에 응했던 사람은 다 떨어지고 고향으로 들어간 분들만 당선이 됐다"머 "중진들을 총선에서 배제하는 수단으로 '수도권 험지로 가라'를 활용하면 당세력만 낮아지니 결코 안된다"고 지적했다.

친명계, 비명계 겨냥 '3선 이상 중진 험지 출마' 요구.. 비명계 "이재명 대표가 1순위"

민주당 내에서도 3선 이상 중진에 대해 험지 출마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친명계는 당을 위한 희생을 명분으로 비명계를 향해 기득권을 내려 놓으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가 먼저 솔선수범 하라고 맞서고 있다.

재선 김두관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이 하 의원의 서울 출마를 혁신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평가한 뒤 "우리 민주당 중진들의 보신주의에 대해 국민이 좋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 경쟁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해 지역위원장 공모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 험지인 서울 서초을로 옮긴 것을 거론하면서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 험지 충청이나 영남으로 옮겨서라도 당에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도 최근 홍 원내대표 당선 직후 총선 승리를 위한 공천 혁신을 명분으로 3선 이상의 중진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7월에도 '현역 50% 물갈이' '3선 이상 다선 4분의 3 이상 물갈이'를 주장한 바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 총선 승리를 위해 보다 강한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비명계들은 당내 주류인 친명계가 먼저 '험지 출마'를 선언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비명계에 대한 축출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상황에서 험지 출마론이 자칫 '비명계 정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SBS '김태현의 정치쇼'서 "그것(불출마 선언)은 중진뿐만 아니고 당도 높은 사람들도 거기에 포함이 될 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도 높은 사람들'이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에 의해 비명계로 분류된 이들을 의미한다.

그는 '험지 출마론이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정리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중진 험지론이 됐든 수박 축출론이 됐든 현직을 자꾸 빼내야 룸(공간)이 생기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11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친명계 의원 중 다선 의원이 아주 많고 10명이 넘을 것 같은데, 그분들이 먼저 판단하고 선언해 줘야 한다"면서 "그분들이 먼저 선언을 해줘야 '아 그래, 우리도 하자'고 기꺼운 마음이 생길 텐데, '너희 해, 우리는 이 자리 지킬 거야'라고 하면 누가 그걸 인정하겠느냐. (그래야) 진짜 비명계 몰아내기 뿐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이 대표를 보면 성남에서 두 번 시장 하고, 경기지사를 했고, 그다음에 국회의원을 했고 바로 또 당대표를 하고 있다"며 "이 정도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당내에 없기 때문에 만일 불출마 또는 타 지역으로 가는 것에 대한 선택을 한다면 1순위는 이 당대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갑석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를 비명, 친명 갈라서 이용할 만큼 당 상황이 넉넉한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비명계만을 겨냥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당대표도 당의 승리에 복무해야 되는 존재"라며 "거기에 따라 대표의 거취랄지 이런 것들이 함께 이야기돼야 한다. 당의 전략이 우선이고 당의 큰 방향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승리가 중요하니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맞붙기 위해 이 대표가 분당이라도 가야 하나"라는 질문에도 송 의원은 "그게 맞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선당후사 정신을 강조했다.

홍익표, 계파 갈등 진화 시도 "다선 의원도 필요.. 조화롭게 가야"

한편, 홍익표 원내대표는 친명계와 비명계간 갈등 양상을 의식한 듯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3선 이상 동일 지역 출마 금지를 제도화하거나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치 개혁의 측면도 있지만 잘못하면 반정치라고 볼 수 있다"고 온건 입장을 보였다.

홍 원내대표는 1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선거라는 건 잘하는 사람한테 계속 기회를 주는 것이다. '세 번 했는데 아주 잘했지만 네 번째는 하지 마'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국회는 다선 의원도 필요하다. 6선, 7선 의원의 역할도 있기 때문에 좀 조화롭게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12월이나 1월쯤에는 총선 판세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당의 헌신이나 결기 있는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 될 수도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 당의 중진 의원 중에서 아주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되면 본인들이 해야 될 몫을 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도부 차원에서 험지 출마를 요청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총선 전략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람은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은 비주류 의원들 대상으로 험지로 나가라고 강제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생길 수 있다"며 "(총선) 전략에 따라 헌신을 하든 어떤 역할을 하든 당사자인 정치인이 동의하거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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