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심판” vs 원희룡 “지역일꾼”
민주당 텃밭, 선거구 조정으로 더 유리해져
여론조사서 이재명 앞서지만 원희룡 추격 중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22대 총선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이 후보로 나선 인천 계양을 민심은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계양을은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민주당 대표인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는 ‘정권심판론’ 열기가 높았지만,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원희룡 후보에 대한 ‘인물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오전 인천 계양구 동양동에 위치한 동양노인문화센터에서 만난 김모(73)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눈치 안 보고 잘해서 뽑았었다. 그런데 딱 대통령이 되니까 내로남불”이라며 “자기 편은 하나도 수사 안 하고 상대방만 죽이기 한다. 그래서 완전히 바꿔 버렸다”고 말했다.
계양구 작전서운동에서 16년째 거주 중인 유명희(51)씨는 “일단 소통이 돼야 하는데 지금 정권이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여야하고도 되지 않고 일반 시민하고도 불통”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특성을 좋아하는 이도 있었다. 방모(45)씨는 “이 후보는 화끈하다. 성남시장할 때부터 좋아했다”며 “노무현 대통령 같은 느낌이 있다. 꼭 해야 하는 건 앞뒤 안 보고 밀어붙이는 모습이 좋다. 민주당이 그동안 조용한 정치를 했는데 이 후보는 답답한 정치인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계양구 작전동 일대에서 거리 유세를 하는 이재명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는 주민들. [사진= 김민주 기자]](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3/641200_445922_506.jpg)
당대표로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원 유세를 하는 이 후보는 이날이 선거운동 시작날인 만큼 계양을 주민들을 만났다. 오전 8시 계양역에서 출근 인사를 한 뒤 서울 지역을 돌다가 오후 다시 계양구를 찾았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공식 선거 슬로건인 ‘계양이 대한민국입니다’이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고 계양구 작전동 거리에서 주민들과 인사했다. 캠프 관계자는 ‘계양이 대한민국입니다’ 슬로건에 대해 계양을 선거가 단순한 지역구 선거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명운을 결정할 중대 선거가 될 것이라는 민주당의 진단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도보로 거리 인사를 하는 동안 먼저 인사를 건네는 주민들도 꽤 있었다. 상가 1층 가게 주인들은 이 후보를 향해 “이쪽으로도 와주세요” “응원합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상가 2층 가게와 차량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거나 손을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감사합니다”라며 웃으며 화답했다.
![이재명 후보가 28일 오후 계양구 작전동 일대에서 유세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사진=김민주 기자]](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3/641200_445923_5153.jpg)
이 후보는 거리 인사 중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우리가 준 권력과 예산으로 개인적인 이익이나 챙기고 국민을 억압하고 권력이나 누리고,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대상으로 여기고 지배자, 통치자, 아니 더 나아가서 왕이 되고자 하는 분들한테는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 이제 멈춰 세워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 때 3명 중 1명이 주권을 포기한다. 포기된 주권은 사라진 게 아니다. 현재 기득권 소수들이 그 틈새를 노려 그들의 것이 된다. 바꾸려면 행동하고 참여해야 한다.”
이 후보 유세 현장에 부인과 함께 나온 김모(67)씨는 “대통령을 검찰 수사하듯 하고 경제도 너무 못하고 외교도 나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잘살게 해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못 한다. 평균적으로 민주당이 하면 민생을 더 생각하니까 국민의힘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가 28일 오후 계양구 병방동 계양산전통시장에서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원 후보 후원회장인 이천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사진=김민주 기자]](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3/641200_445924_5036.jpg)
반면 원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인물론과 변화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계양구 병방동 계양산전통시장에서 만난 서주희(66)씨는 “물가가 올라가서 서민들이 어려워하는 거 보면 지금 정권이 많이 못 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 민심을 알아주는 게 부족한 것 같다”면서도 “이재명은 인간성이 아닌 것 같다. 인성이 안 돼 있어서 독불적인 정치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6년간 계양구에 거주 중인 김모(62)씨는 “20년간 야당이 국회의원을 했을 때 개발을 안 했다. 방축동 같은데 빌라는 30년 이상 노후주택으로 다 썼었다”며 “새로운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60)씨도 “우리는 우리를 위해 일해줄 사람을 찾는다”며 “원희룡 후보를 더 자주 본다. 계양구 자체가 침체돼 있는데 지난번 시장 상인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본인이 파악해와서 방향성을 제시하더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다시피 했다”며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 임기가 남은 만큼 지원해줘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김모(66)씨는 “양쪽이 똑같으니까 심판보다는 안정이 좋은 것 같다”며 “매번 정권을 심판하자고 하니까 우리나라가 통일 정책이나 뭘 봐도 일관성이 없다. 임기 동안은 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후보가 28일 오후 계양구 병방동 계양산전통시장에서 소규모 카트 유세차에 타고 연설하고 있다. [사진=김민주 기자]](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3/641200_445925_5118.jpg)
원 후보는 밤낮으로 지역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 후보를 추격 중이다. 이날 계양산전통시장에는 오후 1시경 소규모 카트 유세차를 타고 나타났다. 카트 유세차는 야구르트 전동 카트에 빨간색 시트지를 붙여 개조했다. 도로 소음을 최소화하고 시장과 좁은 골목길을 구석구석 다니기 위함이라고 캠프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카트 양옆에는 ‘정직하게 하겠습니다. 계양은 반드시 바뀝니다!’, ‘국토교통부 장관 경험으로! 원희룡은 진짜 합니다’라는 문구가 써 있다.
원 후보는 카트 유세차에 올라타 마이크를 잡고 지역 발전을 위한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25년 동안 발전이 없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그런데 욕을 하면서도 투표소만 가면 손이 이쪽(민주당)으로 간다고 한다. 국회의원은 당만 보고 찍는 게 아니다. 그러면 국회의원들이 여러분들을 공짜 표로 생각한다. 푯값을 찾고 민주주의 주민으로서의 자존심과 권리를 찾아야 한다.”
원 후보 후원회장을 맡아 함께 선거유세를 다니는 이천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도 마이크를 들고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계양으로 이사 와서 국가대표 될 때까지 살았다”며 “계양구가 왜 발전이 안 됐냐고 봤을 때 축구로 비유하면 라이벌이 없기 때문이다. 발전을 안 시킨다고 하면서 25년 동안 파란색에 표를 주셨다. 이번에 변화를 줘서 민주당도 긴장해서 발전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원 후보는 정권심판론 대응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정권심판론이 있다. 그런데 50% 정도 되지 않겠나”라며 “정권을 심판한다고 그냥 자동으로 (민주당을) 뽑아주면 또 지역 발전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인물론을 조금 더 밀면 이긴다”며 “주민들도 그 지점에서 고민이 많다. 정권심판도 해야 하지만 정권심판과 인물을 놓고 고민을 해달라(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민은 지혜롭다”고 덧붙였다.
원 후보 캠프 관계자도 “정권심판론이 총선에서 작용한 적이 거의 없다. 민주화 이후 정부·여당이 완전 참패한 경우 손에 꼽는다”며 “인물론으로 가면 유리할 것 같다. 30·40 젊은 여성분들의 반응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매우 좋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 양지로 꼽힌다. 계양구가 갑·을로 나눠진 지난 2004년 17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5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2번의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승리한 것은 2010년 재보궐선거 한 번뿐이다.
이에 더해 이번에 선거구가 조정되면서 민주당에 더욱 유리해졌다. 민주당 득표율이 높았던 작전서운동이 계양갑에서 계양을로 바뀌고, 상대적으로 민주당 표가 덜 나오는 계산1·3동이 계양갑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만, 원 후보도 바짝 추격 중이라 민주당의 아성이 깨질지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25~26일 계양을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전화 인터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이 후보가 46%, 원 후보가 42%를 기록해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반면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지난 24일 성인 5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계양을 여론조사(무선전화 면접,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는 이 후보가 50.5%, 원 후보가 37.5%로 오차범위 밖인 13%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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