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보다는 기자회견, 대국민담화" "야당과 협치 빠져 아쉬워" 의견 이어
일부 익명 의원은 "국민이 원하는 알맹이가 없었다" 질타하기도
'친윤' 의원 사이에서는 "비공개 회의 사과가 대통령 본심" 옹호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16 z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16 zjin@yna.co.kr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하겠다고는 했지만 정작 '대국민 공식 사과와 여야 협치 등 국정쇄신'에 대한 그 의지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아쉽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의 모두발언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하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모두발언은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또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음을 통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총선 참패라는 '민심'에 대한 첫 발언에서 그동안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국무회의 후 참모진들과의 회의에서 겨우 "대통령인 저부터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비공개 사과를 했다는 대통령실 브리핑만 있었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범야권 비판 화살의 표적이 됐다. 무엇보다도 국민과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야당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5개월 가까이 중단 상태인 도어스테핑 재개 여부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반성은커녕 지금까지처럼 용산 주도의 불통식 정치로 일관하겠다는 독선적 선언"이라며 "윤 대통령은 아집과 독선으로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겠다"면서도 야당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총선 민의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모두발언 보다 기자회견, 대국민담화로 했어야" "사과는 용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아쉽다는 비판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야당처럼 수위를 올린 것은 아니지만 같은 여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비판이나 다름없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그런 (모두발언) 형식보다는 지금까지 못 했던 기자회견을 통해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짚고 고치겠다고 말한 뒤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JTBC와 인터뷰에서 "좀 더 직접적인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전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내용 면에 있어서도 '모든 게 부족한 내 책임이다', '제가 더 변화하고 국민들을 더 섬기겠다'라는 어떤 감성적인 접근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 방식의 총선 입장에 대해 '사과는 용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지적했다.

또 16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수도권 여당 중진 의원은 "대통령 발언에 국민이 원하는 얘기가 없었다. 선거에서 심판받은 것은 정책 방향에 관한 것이 아니었는데 알맹이가 없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생중계 모두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2024.4.16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생중계 모두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2024.4.16 ksm7976@yna.co.kr

하지만 아직까지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기조이기 때문에 친윤 의원들 중심으로 모두발언에 대해서 크게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사과를 비공개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해한다는 생각이 우세하다.

권영세 의원은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인적쇄신이나 야당과 협치 문제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들어가있지 않아 실망스럽다라는 반응이 야당은 물론이고 우리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있었다"라며 "그러나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내용에 협치니 뭐니 이런 디테일한 부분이 다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의원은 "대통령이 더 낮아지고 경청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사과를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태도에 대해서 일종의 자성하는 생각을 갖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에서도 행동이 중요하다. 반성한다면서 또 나쁜 짓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어 권 의원은 "도어스테핑 재개 여부는 대통령실 구조가 달라졌으니까 쉽게 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기자회견 같은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기자회견이라든가 이런 것을 피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전해 조만간 기자회견이 있을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경기 포천 가평지역에서 출마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김용태 당선인도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이 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책임에 대해 말했고 본인의 잘못을 강조했던 부분 의미도 있다. 아마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그런 발언들을 하는 것을 원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말 뿐인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정말 변화해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용태 당선인은 "공개적인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원하는 얘기를 하지 못한 것은 국무회의라는 형식도 있었을 것이고 기자회견에서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에 대한 사견도 있다"라며 "야당 협치나 야당과 대화 부분이 들어갔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있다. 야당과 대화하고 협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도어스테핑에 대해서는 "순기능이 있긴 하지만 모든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정쟁 소지가 됐던 경우도 있었다"라며 "도어스테핑보다는 정례 기자회견이나 언론인들과의 간담회 등을 마련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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