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PMI)에 의뢰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성향이 보수라는 응답자의 40.4%는 한 전 위원장을 차기 당대표 적임자로 꼽았다. [그래프=폴리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5/648170_453764_131.png)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 경선에 출마할까? 다가온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관심사다. 또 다른 관심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그것을 용인할지 여부다.
지난 5월 9일 개최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 전 위원장에 관해 이렇게 언급했다. “정치 입문 기간은 짧지만 주요 정당에서 비대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정치인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이 발언을 결별 선언으로 해석한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과 의대 증원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윤 대통령의 마음이 떠났기 때문이라는 추정에 근거한 해석이다. 반면에 당시 약속대련을 한 것이라는 추정에 근거한다면, 결별 선언으로 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아직은 어느 쪽이라 단정 짓기 어렵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식사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4월 22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초대해 오찬을 가지려 했지만,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 이유를 들어 참석하기 어렵다며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공식 설명이다.
윤 대통령의 초대해 응하지 않았던 한동훈 전 위원장이지만, 비대위원 그리고 당직자하고는 만찬을 가졌다. 5월 12일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회동을 했다. 그 전날은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에서 독서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권 복귀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전당대회를 8월에 치를 예정인 가운데, 최근 임명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당대회 개최 시점을 뒤로 늦출 움직임이다. 이것이 결국 한동훈 전 위원장 등판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른 대표 경선 주자들이 반발하자 황 위원장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할 수는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이런 속에 보수 지지층 내 한동훈 전 위원장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PMI)에 의뢰해 8일 발표한 전국 거주 만 20세~65세 남녀 1000명을 대상 여론조사에서 성향이 보수라는 응답자의 40.4%는 한 전 위원장을 차기 당대표 적임자로 꼽았다.(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보수 지지층의 여론이 곧 당심은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싱크로율이 높기 때문에 현행 당심 100% 룰로 대표 경선을 치를 경우, 한동훈 전 위원장이 선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는 한 전 위원장을 억지로 주저앉히고 친윤 아무개를 대표로 만들려 할 경우, 엄청난 저항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전 위원장과 또 다른 약속대련을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극적인 화해 시즌2다. 한 전 위원장의 대표 경선 출마와 당선을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손을 잡는 편을 선택하는 시나리오다. 친윤계 대표 후보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한동훈 카드로 버리지 않는, 그래서 누가 되건 취하면 그만인 양수겸장(兩手兼將), 나름의 묘수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미 한 전 위원장과 회동 재추진을 예고했다. 만약 회동이 이뤄진다면, 이번에는 한 전 위원장이 90도 각도로 인사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이 예의 어색한 미소와 정중함으로 맞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적어도 보수 지지층 내에서는, 갑을이 바뀐 탓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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