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레우 고문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 "성공 확률 20%, 굉장히 높은 수준"
호주 석유회사 "영일만 더 이상 장래성 없다" 철수… 정부 "사실 아냐"
野 "의혹 해소 전 시추 강행시 형사처벌" 정유사 출신 이언주 "기대 않는 게 좋아"
與 "민주당, 희소식 앞에 재 뿌리기 바빠.. 어느 나라 정당이냐"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6/652390_458275_5152.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을 확인한 미국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Act-Geo)가 영세 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해 심해 프로젝트의 유망성이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일대에서 탐사 작업을 해 오던 글로벌 기업 우드사이드가 지난해 초 "장래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철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드사이드의 자료를 기반으로 액트지오가 심도 깊은 분석을 한 결과 매장 가능성을 도출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으나 글로벌 기업인 우드사이드보다 액트지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의혹시 해소되기 전에는 시추를 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시기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브레우 고문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 "성공 확률 20%, 굉장히 높은 수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직접 국정브리핑을 통해 포항 영일만 일대에 대량의 석유·가스전 매장 가능성을 발표한 이후 세간의 관심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이라는 미국의 액트지오(ACT-GEO)가 어떤 회사인지에 쏠리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액트지오의 본사 주소가 미국 휴스턴 지역의 주택가로 나오며 '페이퍼컴퍼니', '1인 기업' 논란이 일었다. 또 미국 인구조사국에 등록된 액트지오의 미국 법인명 '아브레우 컨설팅 앤 트레이닝'에는 직원이 아부레우 박사 1명뿐이고, 연평균 매출도 2만7000달러에 그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논란에 직접 답을 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액트지오의 규모와 전문성에 대해 "회사 주소지가 저의 자택이 맞다"며 "액트지오는 컨설팅 업체로, 우리 팀은 뉴질랜드, 브라질, 스위스 등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업무를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소규모 업체가 대규모 프로젝트의 분석을 담당하는 것은 이 산업 분야의 표준"이라며 "우리는 실제 시추를 담당하는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회사다. 한때 직원이 15명까지 늘어났던 적도 있는데, 지금은 14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포항 영일만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우리가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모든 제반 요소를 갖췄다"며 "7개 유망구조에 대한 마지막 단계인 리스크 평가와 매장량 분석 과정을 통해 총 35억∼140억배럴에 해당하는 탐사자원량을 추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고문이 밝힌 '석유·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모든 제반 요소'는 저류층(모래), 덮개암(진흙), 기반암, 트랩 등 4가지로, 동해 심해에서 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아브레우 고문은 "해당 유정에 트랩이 존재할 잠재력이 있고,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을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라며 "이런 유망성을 보고 이미 세계적인 석유 관련 회사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평가·분석에서 탄화수소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우리가 도출한 유망구조의 석유와 가스의 잠재적인 존재를 판별해냈지만, 실제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하는 것"이라며 "시추를 하지 않으면 리스크를 전부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 탐사의 성공률로 '20%'의 수치가 제시된 것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5년 사이 발견된 유정 중 가장 매장량이 큰 가이아나 리자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16%였다"며 "오해하면 안 될 부분이 '2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80%의 실패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석유공사는 지난 4월 노르웨이 유전개발업체 '시드릴'과 시추 계약을 체결했다. 시추 작업에는 시드릴이 보유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가 투입된다. 작업은 오는 12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호주 석유회사 "영일만 더 이상 장래성 없다" 철수… 정부 "사실 아냐"
이날 아브레우 고문이 포항 영일만 원전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이보다 앞서 이 일대에서 물리 탐사를 진행한 호주의 우드사이드는 장래성이 없다는 이유로 철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우드사이드는 2007~2022년 15년 동안 석유공사와 물리 탐사를 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드사이드의 탐사 지역은 동해 8광구와 6-1광구의 북부 지역이었다. 당시 탐사 과정에서 석유가 나올 수 있는 유망구조가 발견되자 2019년 석유공사와 함께 정부로부터 오는 2029년까지 해당 지역에 대한 조광권을 확보하고 심해 탐사에 나섰다.
하지만, 우드사이드는 지난해 1월 사업을 종료했다.
우드사이드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3년 반기 보고서'를 보면 "우드사이드는 탐사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장래성이 없는 광구를 퇴출시켰다"며 그 대상 중 한 곳으로 '한국'을 언급했다.
보고서에는 "여기에는 트리니다드토바고 심해 5광구 철수 결정과 함께 캐나다, 한국, 미얀마 A-6 광구에서 공식 철수한 것이 포함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드사이드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포기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개발 가능성을 정부가 부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일자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6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정부는 "우드사이드가 2022년 7월 철수 의향을 표시하고 지난해 1월 철수했다"면서 "이는 (우드사이드가) 2022년 6월 호주의 자원개발기업 BHP와 합병하면서 기존 추진 사업에 대한 전반적 재조정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드사이드는 보다 정밀하고 깊이 있는 자료 해석을 통해 시추를 본격 추진하기 전 단계인 유망구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석유·가스 개발 과정은 △물리탐사 자료 수집 △전산처리 △자료 해석 과정을 거쳐 유망구조를 도출하고 탐사시추를 통해 부존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우드사이드는 유망구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철수했다는 설명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우드사이드는 탐사 작업으로 나온 자료를 해석했지만 탄화수소가 있을 구역을 도출하진 못했다"며 "따라서 마치 우드사이드가 유망구조에 대한 심층 평가를 통해 장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해석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유공사는 그간 축적된 탐사자료, 우드사이드가 철수하면서 넘겨준 자료, 자체 추가 탐사자료 등을 지난해 2월 심해탐사 기술분석 전문기관인 액트지오에 의뢰해 자료 해석을 진행했다"며 "액트지오는 자체적인 첨단기술과 노하우 등을 토대로 분석해 이번에 새롭게 유망구조를 도출한 것"이라고 했다.
野 "의혹 해소 전 시추 강행시 형사처벌" 정유사 출신 이언주 "기대 않는 게 좋아"
정부가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결국 우드사이드가 결론 내리지 못한 유망구조 도출을 훨씬 작은 기업인 액트지오가 해냈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발표가 '이명박(MB) 정부 시절 자원 개발 사기극'을 연상시킨다고 공세를 펼쳤다. 또, 의혹이 해소되기 전 시추를 강행한다면 관련 공직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액트지오를 겨냥 "가정집이 본사고, 사실상 1인 기업에 가까운 연매출 2만 7천 700달러인 '듣보잡' 액트지오사"라며 "아무래도 찜찜하다. '베리 베리 스트레인지'"라고 비꼬았다.
이어 "윤 대통령이 콕 집어 홍보한 액트지오의 예상대로 석유가 매장돼 있다면, 개발하면 막대한 이익이 예상되는데 우드사이드는 세기적 바보 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국민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때 자원개발 대국민 사기극을 기억하고 있다"며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기 전에 시추를 강행한다면 관련 공직자들은 형사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자원개발은 성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실패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잘 되면 좋고 안 돼도 책임을 묻지 말라는 말이다. 이렇게 무책임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의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출렁거렸다. 대통령으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무책임한 판단을 했다"며 "대통령 지지율 20%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기획된 '국면전환 정치쇼'에 국민이 희망의 널뛰기를 한 꼴"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계열사 에쓰오일 출신인 이언주 의원은 액토지오에 대해 "제가 봤을 때는 큰 이력이 별로 없는 회사"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액트지오는) 작은 지질탐사 회사인데 이 회사를 굳이 굉장히 미사여구를 붙여서 세계적인 뭐 이러면서 회사 실명을 거론했었어야 되느냐. 그리고 산자부도 이런 회사를 굳이 우리나라에 불러서 기자회견까지 시켰어야 되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사(액트지오) 입장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손해 볼 게 없다"며 "이 사람(비토르 아우레브 박사)은 벌써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네임 밸류가 엄청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석유 시추에 1회당) 1000억 이상 든다. 최소 1000억. 훨씬 많이 들 것이다. (수차례 탐사를 하려면) 최소 몇천 억에서 최대 몇십 조"라며 "저는 폄훼하고 싶지 않지만 너무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산업자원부에 관련 기초자료 제출을 요구했던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액트지오에 앞서 탐사를 진행했던 우드사이드가 '유망하지 않다'고 판단한 뒤 철수한 것을 언급하며 "정부는 인수합병(M&A) 때문에 철수했다지만 이 정도의 유전이라면 더 유망한 유전으로 봤어야 하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브리핑 하는 과정에서 산자부가 완전히 배제됐다"며 "거꾸로 누가 이 사업을 이끌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與 "민주당, 희소식 앞에 재 뿌리기 바빠.. 어느 나라 정당이냐"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가적 경사에 미리 재를 뿌리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시추에 성공하면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에도 큰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윤 대통령을 엄호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이런 희소식 앞에 민주당은 유독 재를 뿌리기에 바쁜 거 같다"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전문가들도 재정부담은 있지만 자원개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탐사해 볼 가치가 있다고 한다"며 "불확실성이 큰 자원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런 경험의 축적 끝에 성공할 수 있는 만큼 여당도 국민과 함께 차분한 입장에서 이번 사업을 지켜보고 필요한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일종 사무총장 또한 "(유전탐사는) 한 자리 수만 (가능성이) 있어도 도전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겨냥 "(유전 발표를) 당론으로 비난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당은) 어느 나라 정당인가"라고 비판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국가적으로 역량을 모아야 할 일에 연일 '뻥통 박정희 시즌2', '탄핵만 답이다', '산유국들이 비웃고 있다', '희망 사기' 등 막말을 퍼붓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정의 동반자로서 힘을 싣지는 못할망정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20% 가능성이라는 정부의 신중한 발표에도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성공을 기원하고 있는 것 역시 다름아닐 것"이라며 "오로지 실패만을 바라는 이들이 있다. 행여 성공하면 그 공이 윤석열 정부에 돌아갈까 걱정하며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그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정쟁과 당리당략만을 위한 '저주의 굿판'을 벌일 때가 아니라 차분하고 냉철한 시각으로 산유국 진입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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