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럼버거·핼리버튼 등 세계적 기업 대신 액트지오 선정
석유公 "전문성·가격 고려" 산업부 "액트지오, 심해 전문 컨설팅 기업"
액트지오 런던 지사도 액면가 1파운드에 가정집.. 교수 명단에도 이름 없어
野 "손흥민·이강인 탈락시키고 조기축구 벤치선수 선발" "진상 규명 없이 시추예산 없다"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6/653675_459539_1627.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동해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의 탐사기업 액트지오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액트지오의 존재를 언급한 이후 액트지오가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기업인지가 연일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석유공사가 지난 2022년 입찰 과정에 세계적인 석유개발 기업 2곳이 참여했지만 이들 대신 1인 기업으로 의심되는 액트지오를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야당은 "석유 게이트"라며 진상 규명 없이는 시추 예산을 증액하지 않겠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편,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은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것으로 나타났다.
슐럼버거 핼리버튼 등 글로벌 빅2 대신 액트지오 선정
석유公 "전문성·가격 고려" 산업부 "액트지오, 심해 전문 컨설팅 기업"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유전 가능성을 발표한 이후 해당 광구를 분석한 액트지오의 전문성과 신뢰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액트지오가 1인 기업의 외형을 갖추고 있는데다 해당 지역을 수년간 탐사했던 글로벌기업 호주 우드사이드는 유전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철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부는 연일 액트지오에 대해 "다수 심해를 평가한 전문 컨설팅 기업"이라며 신뢰성 논란 진화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최남호 2차관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분석을 수행한 미국의 심해 탐사개발 전문업체 액트지오(Act-Geo)에 대해 "전문 컨설팅 기업"이라며 "브라질, 가이아나, 수리남, 볼리비아 등 다수 지역을 심해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인력은 직원 7명, 컨설턴트 2명, 파트너사 컨설턴트 5명 등 총 14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액트지오의 선정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MBC는 지난 2022년 한국석유공사가 동해 울릉분지 탐사 결과 분석을 맡기기 위해 3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명경쟁 입찰을 실시해 액트지오가 최종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다른 두 업체는 세계적인 석유개발 기업인 슐럼버거, 핼리버튼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가 있는 세계적인 석유개발 서비스 업체로 해당 업계에선 이른바 '빅3'로 꼽힌다. 슐럼버거와 핼리버튼의 시가총액은 각각 600억 달러(82조7100억원), 300억 달러(41조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심해분야 전문성, 가격 요소 등을 중심으로 지명경쟁입찰을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혹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아브레우 고문의 동해 분석 결과를 검증했다는 전문가 '데이비드 모릭' 교수가 같은 논문의 공저자이며, 특히 모릭 교수는 텍사스의 한 대학에서 지질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현재 동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장 A 씨의 지도 교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모릭 교수는 심해저류층 퇴적 프로세스 및 3차원 순차층서분야 전문가로서 액트지오 분석방법의 적절성 등을 자문한 것"이라며 "모릭 교수가 공사 직원의 지도교수였던 것은 맞지만 심해 분야 전문가 풀이 매우 협소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석유공사는 오로지 분야 전문성만을 고려해 해외 자문단을 선정했고, 모릭 교수도 공정하게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액트지오 런던 지사도 액면가 1파운드에 가정집.. 교수 명단에도 이름 없어
액트지오의 아브레우 고문은 지난 7일 한국을 찾아 직접 분석 결과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회사에 관련된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아브레우 고문의 발언이 사실과 다른 부분도 드러나고 있다.
아브레우 고문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최근 영국 런던에 지사를 열었다"며 "새로운 디렉터 르네 용크 박사가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액트지오가 규모가 작은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액트지오의 영국 지사는 액면가 1파운드(약 1700원) 주식 1주로 설립됐고, 영국 지사도 본사와 마찬가지로 일반 주택인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위치도 런던이 아닌 영국 북부 애버딘에 위치해 있다.
영국 지사를 운영하는 용크 박사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나타난다. 액트지오는 용크 박사를 애버딘대 명예교수로 소개했으나 애버딘대 홈페이지에서는 용크 박사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용크 박사뿐 아니라 아브레우 고문의 이력도 기존에 소개된 바와 일부 달라 보이는 부분이 드러났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10일 최남호 2차관 브리핑 직전 아브레우 고문의 전문성을 소개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를 보면, 아브레우 고문은 1999년부터 미국 라이스대에서 피터 베일 명예교수의 후임으로 순차층서학 강연을 현재도 하는 것으로 표기했다. 액트지오도 홈페이지에서 아브레우 고문을 현직 교수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현재 라이스대 교수·연구진·교직원 명단에 아브레우 고문의 이름은 빠져 있다.
野 "석유 게이트" "손흥민·이강인 탈락시키고 조기축구 벤치선수 선발"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고조되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14일 정부의 투명한 자료공개 및 국회 차원의 검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석유게이트가 점입가경이다. 카르텔 냄새가 나지 않냐"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MBC 보도를 거론하면서 "축구 국가대표 선발로 치면 손흥민, 이강인을 탈락시키고 두메 산골 조기축구 벤치선수를 선발한 꼴"이라며 "윤 대통령이 세계적 수준의 기업이라고 콕 집어 발표한 액트지오가 대한민국 산유국의 꿈을 이루어줄지 궁금하다. 나라 꼴이 우습게 돌아간다"고도 비꼬았다.
전은수 최고위원도 "세계적 컨설팅 회사보다 1인 기업을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라며 "까면 깔수록 의혹들이 계속되는 양파 정부"라고 질타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동해 가스전 탐사를 수행한 자, 그 결과의 타당성을 검증한 자 그리고 이를 연결해 준 공사직원까지 사실상 한 몸통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원내대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열리면 사실상 수의계약의 위법성을 따져야 한다. 누가 지시했는지 그 윗선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라면서 "온갖 의혹이 터진 유전처럼 솟구치는데 산자부와 석유공사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국회 자료 요구와 업무 보고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규명 없이는 예산 증액 불가"
야당은 진상규명 없이는 시추 예산을 늘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황 원내대표는 "국회는 예산 심의 권한이 있다.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대왕고래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이 국민께 차분히 기다려 달라던 국책 사업을 산자부가 나서서 발목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국회에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진상 조사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액트지오가 (미국에서) 세금을 체납해 법인자격이 4년간 정지된 상태였음에도 석유공사가 계약을 체결했고, 또 액트지오가 개인의 절세를 위해 만든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도 불거졌다"고 말했다. 이어 "의혹이 점점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개됐던 자료마저 비공개로 전환해 실체를 부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렇게 숨기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게 의혹을 인정하는 꼴 아닌가"라고 했다.
진 의장은 "시추작업에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간다는데 윤석열 정부는 석유가 아니라 양파라도 채굴할 작정인가"라며 "의혹이 까도 까도 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의혹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며 "정부는 자료 제출 없이는 예산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동해안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동해에 상당량의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가 60%, '신뢰한다'는 28%로 집계됐다.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층(63%)과 국민의힘 지지층(58%)에서 많았다.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에서는 '신뢰하지 않는다'(44%)와 '신뢰한다'(40%)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8~29세부터 60대까지는 '신뢰하지 않는다'가 더 많았다. 다만 70대 이상에서는 '신뢰한다'(48%)가 '신뢰하지 않는다'(31%)를 앞섰다.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는 '신뢰하지 않는다'(47%)와 '신뢰한다'(43%)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면 중도층에서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67%로 '신뢰한다'(23%)보다 세 배 가까이 더 많았고, 진보층의 경우 신뢰하지 않는다(77%)가 신뢰한다(15%)를 크게 앞섰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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