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7645명 중 104명 모집.. 흉부외과 0명
수도권도 응급실 셧다운 임박.. 충북대병원 응급실 진료 일시 중단
정부, 모집 대책 없이 "전공의 복귀방해 불법행위 엄중대응"

전공의 공백으로 응급실 진료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공백으로 응급실 진료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이 내일 마감되지만 모집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필수의료 공백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대부분의 필수의료과의 모집률이 1% 안팎인 가운데 흉부외과는 한명도 지원하지 않은 것.

여기에 일부 지역 대학병원에서는 응급실 진료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현재 전공의 모집 상황을 감안하면 수도권 병원에서도 응급실 셧다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 전공의 7645명 중 104명 모집.. 흉부외과 0명

당초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지난달 31일 마감됐다. 하지만 모집율이 저조하자 정부는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추가 모집을 진행하고 있으나 지원자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비상대응반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사직한 전공의에 대해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기 위해 모집 기간을 연장했지만 현재까지 지원자가 많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모집된 전공의는 104명이다. 모집 대상 7645명 중 1.4%만 충원된 것이다.

반면 사직 전공의들 가운데 병·의원에 취업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레지던트 사직자 중 971명이 취업했다. 이는 전체 사직 레지던트 5701명 중 약 17%로 최소한 이 수 만큼은 전공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재 모집된 전공의도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과 지원자는 극히 저조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산부인과는 367명 모집에 3명, 소아청소년과는 553명 모집에 2명, 응급의학과는 301명 모집에 2명만 지원했다. 외과는 317명 모집에 5명, 내과는 735명 모집에 12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1%대에 그쳤다.

특히, 흉부외과는 0명이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흉부외과 전공의는 107명이었으나 이제 아무도 남지 않은 것이다. 사직하지 않은 흉부외과 전공의는 12명으로 이들 중 내년에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6명으로 예상된다. 반면 은퇴하는 흉부외과 의사는 내년과 내후년까지 87명이다. 2년 뒤에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맡아야 하는 심장 수술·폐암 수술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공의 모집이 안될 경우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와 같은 필수 의료는 물론 응급의학과도 진료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도 응급실 셧다운 임박.. 충북대병원 응급실 진료 일시 중단

전공의들이 이탈한지 반년이 지난 상태에서 하반기 모집도 난항을 겪자 이제 응급실 운영도 어려워지고 있다.

충북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지난 14일 진료를 일시 중단했다.

이곳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4명 등 10명이 번갈아 가면서 당직을 서왔으나 최근 전문의 2명이 각각 휴직과 병가를 내면서 기존의 당직 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병가를 낸 전문의가 오는 18일부터 다시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병원 측은 이달 말까지 응급실 운영 차질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순천향대천안병원과 단국대병원도 의료진 부족으로 비상 운영에 들어간 상황이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에선 응급실 전담의 5명 중 2명이 퇴사해 지난달 일주일간 응급실 문을 닫았다.

의료계에서는 앞으로는 수도권 응급실도 진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가 없는 6개월을 버틴 것이 오히려 기적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응급의학회도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일부 권역응급의료센터, 대학병원, 종합병원 응급실, 응급의학과 교수들마저 격무에 시달리고 지쳐 24시간 응급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며 "정말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 응급의료가 무너지게 둘 것인가"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까지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권병기 반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아직 응급실의 진료에 큰 부담이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지속해서 지방자치단체, 관계 기관과 협력해 응급실 운영 상황을 살피고 이를 통해 진료 공백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응급실 내원 환자는 전공의들이 이탈하기 전 수준을 회복해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달 둘째 주 응급실 평균 내원 환자 수는 1만9347명으로 평시의 108% 수준이다.

이에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일반의 채용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중앙보훈병원은 최근 6개월 계약직 일반의 19명을 채용했고,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도 일반의 30명을 채용한다.

또, 빅5 대학병원도 하반기 전공의 채용 후 당직 전담의나 일반의를 채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지원(PA) 전담간호사, 퇴임교수 등 다양한 형태의 채용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 모집 대책 없이 "전공의 복귀방해 불법행위 엄중대응"

전공의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정부는 마땅한 대응 없이 전공의 복귀방해에 대해 엄중대응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복귀 전공의 보호를 위해 근무 중인 전공의 명단과 비방 게시글을 온라인에서 확인하는 즉시 수사 의뢰하고 있다"며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어려움 없이 수련에 전념하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최선을 다해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금까지 명단 유포 및 비방 관련 21건의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 당국은 용의자를 특정하고 검찰 송치 등 조치를 하고 있다"며 "복귀를 방해하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9일 해외 해커들의 파일 정보 공유 사이트인 '페이스트빈'에 집단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전임의를 '감사한 의사'라고 조롱하며 이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이 게시된 바 있다. 해당 게시글은 전임의 약 800명의 이름과 출신 대학, 소속 병원 등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으며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이에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3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전임의 조롱 게시글 작성자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일부 복귀한 전공의들이 고립감 등 마음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며 "심리상담을 원하는 전공의들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등을 통해 정서적 지지를 받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들은 '일반 촉탁의'를 모집하는 등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정부도 진료지원(PA) 간호사와 같은 인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법 제정 등 제도화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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