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대안으로개미투자자 보호 더 강화된 '상법 개정안' 추진
이재명 “정치가 정상화되면 주가 4500 간다…상법 개정안 꼭 추진”
민주당 개정안, 이사 충실 의무 더해 이사의 주주 보호 의무 명시
재계,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이라 비판 성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1/671284_479552_3827.jpg)
[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미투자자와 만나고 개미투자 보호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금투세 폐지에 따른 당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상법 개정을 통한 '개미투자자 보호'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당초 예고된 이사의 충실 의무 강화에서 더 나아가, 이사의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까지 적시한 강력해진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경제계의 반발이 우려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언주 최고위원, 박주민·이소영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인근 카페에서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 위한 일반 투자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투자자 측에서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배창식 KT 주주연대 대표, 심혜섭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잠시 쉬고 있는 휴면 개미’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주식시장을 자주 보는데,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참 안타깝다. 요새는 우량주 장기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그 핵심적인 이유는 어느 순간 우량주가 불량주가 돼 있어서인데, 이런 경영 구조의 문제, 지배권 남용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이 바로 이사회 충실 의무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저희가 이번에 금투세 폐지와 동시에 확실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도 그렇고 여당도 그렇고 대통령도 그렇고 태도가 지금 바뀌고 있어서 조금 어렵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책임지고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저는 지금도 정치가 정상화되기만 하면 지금 2500선 이하로 떨어진 주가가 정상화되리라 본다’며 “주가지수가 현재 그 똑같은 상태에서도 4,500선, 4,000선은 가뿐히 넘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 합석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 많은 과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순 없겠지만, 중요한 것부터 해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상법 개정이며,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경영자들이 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총수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나쁜 짓을 하지 말라는 상법개정의 정당성은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며 “국내 증시 살리려면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데 재계에서 반대 입장을 피력한 이후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상법 개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개미투자자와의 간담회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는 대신, 그 보완책으로 상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당시 상법 개정안을 두고 ‘증시 선진화 정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충실 의무’에 더해 ‘보호 의무’까지 추가된 상법 개정안 발의
민주당은 지난 1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에 따른 후속 대책으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 법안으로 채택했다. 현행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 한정하고 있는데 이를 주주까지로 확대한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간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에 더해 ‘총주주 이익 보호 의무’ 조항까지 추가된 상법 개정안을 19일 발의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할 방침이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19일 상법제382조3에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의 2항을 추가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지금까지 거론된 상법 개정안의 내용을 뛰어넘는 개정안으로 평가된다. 이사가 회사 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충실해야 한다는 충실의무 이외에도, 보호 의무가 추가된 것이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충실 의무 확대만으로는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고, 더 강한 상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개정안은 기업 이사회에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와 ‘보호 의무’를 모두 규정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가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것이다. 보호 의무와 관련해서는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 대규모 상장회사의 이사 선임과정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해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재계,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이라며 상법 개정안 비판
앞서 민주당 안팎에선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강화 쪽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당론이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충실 의무 및 보호 의무 두 가지 의무를 모두 규정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경제계의 우려와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당초 재계와 학계는 상법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지나친 무리수’라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상법을 전공한 전국의 교수(131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6%가 이사 충실 의무 확대에 대해 반대한 바 있다. 반대 이유로는 ‘회사법에 이미 소액주주 보호 조항이 있음’(40.3%), 회사법 근간 훼손(27.4%), 부작용 방지 조항 미비(24.2%), 회사법에 대주주 사익추구 방지 조항 이미 존재(8.1%)등이 있었다.
또한 앞서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 추진을 두고 14일 비판 성명을 냈다.
경제 8단체는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이사의 의사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확대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 경쟁력 하락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국부를 유출시켜 국민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며 “국회는 상법 개정을 논의하기보다 어려운 경제 환경을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