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가상자산 과세 2027까지 유예해야”
민주당 진성준 “공제한도 5000만원으로 올려 과세 기본안 시행 방침”
원외정당 및 진보 성향 시민단체 “과세 기본안 시행 지지”
친명 김남국 “가상자산 과세, 아직 이르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의 한 가상화폐소 현황판에 표시된 이더리움 실시간 거래 가격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의 한 가상화폐소 현황판에 표시된 이더리움 실시간 거래 가격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민주당이 손을 들어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민주당은 과세 유예에 반대하고 있지만, ‘금투세 유예’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의 전향적인 선택이 재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산하 소소위원회에서 내년 1월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26일 예정됐던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도 미뤄졌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란 현행 소득세법에 의거,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소득 중 기본공제되는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자산 과세 문제는 이미 여론의 뜨거운 감자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 청원은 3일만에 동의 수 5만명을 돌파하면서 국회 기재위에 회부된 바 있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은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과세는 아직 성급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제도적 미비 ▲이용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함을 들었다. 그렇지만 청년층의 재산 증식을 도와준다든지 이런 차원에서의 과세 유예 논리에는 “국가적인 산업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 “가상자산 과세 2027까지 유예해야”

정부·여당은 과세체계 인프라가 미비하고, 청년층에 자산 형성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을 들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내년부터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되 대신 공제 한도를 기존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세 유예에 매우 적극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진행된 청년 당원 간담회에서 “제가 최근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며 “상대당은 가상자산에 대해서 22%를 내년 1월부터 과세하려 들고 저는 그것을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해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한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금투세 폐지처럼 결국 민심을 따를 것이면서 힘겨루기할 필요가 없다. 그럴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표는 “지금 청년세대들은 자산형성의 기회와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많이 없어졌다”며 “기성세대로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투기로 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산형성과 새로운 희망의 도구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청년의 희망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공평한 과세를 위한 준비가 덜 돼 있기 때문에 실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한달 뒤 22% 과세가 시작된다. 아직 공평과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한다는 원칙은 흔들림 없이 지켜져야 하지만, 그러한 과세는 여러 법적 제도적 기술적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 이뤄지는 게 맞다”며 “별다른 준비나 유예조치 없이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이뤄질 경우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과세가 되지 않는 해외 거래소로 급속하게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민주당, 공제한도 5000만원으로 올려 과세 기본안 시행 방침

반면 민주당은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되, 투자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본 공제 한도인 250만원을 5000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과세를 위한 인프라 또한 국제 자동정보교환체계를 통해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것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입장문을 통해 “국세청은 이미 2023년도 가상자산과 관련해 해외계좌를 신고받고 있다”며 “2027년부터는 국제 자동정보교환체계(CARF)가 가동되어 실시간으로 거래정보를 공유한다. 따라서 해외 자산은 거래정보를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단으로 허위신고를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며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인프라가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 의장은 “우리나라는 자산의 편중과 격차가 극심하다. 가상자산 과세의 공제한도를 5천만원으로 상향해 큰 수익을 올리는 거액 자산가는 과세하고, 대다수 소액 투자자는 보호하자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며 “일부 정치인들은 800만 가상자산 투자자 모두가 세금을 내야 하는 것처럼 허위선동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 의장은 “정녕 청년을 위한다면 국가는 담세능력이 있는 이들에게 정당하게 세금을 걷어 청년들에게 교육비를 줄여 주고 값싼 주택을 제공하며 임금 격차를 좁히기 위한 사업을 과감하게 벌여야 한다”며 “수많은 비난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과세에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이유이고, 민주당은 그런 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군소정당·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 “가상자산 과세안 원안 시행 지지”

한편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등 군소 원외 정당들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은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투세 폐기, 그 다음은 가상자산 과세 폐기인가?”라며 “더불어민주당이 공제 한도를 5천만원으로 20배 상향해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이재명 대표가 우려를 표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오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확고한 이재명 일극체제에서 민주당 정부가 추진하고 관철한 정책이 어떻게 단숨에 뒤집히는지 우리는 이미 금투세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며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5천만원으로 한도를 높이면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0.03%만 세금을 낼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이 ‘5천만원 상향’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0.03%만 내는 세금을 유예하자는 국민의힘도 무책임하지만, 0.03%만 내게 하자는 민주당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정의를 형해화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라며 “2025년 1월 1일 시행, 공제 한도 250만원의 가상자산 과세안을 원안대로 정상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이재명 결단에 달려 있어 

이렇게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가 전향적으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결정할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현재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과세하려면 소득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외국 거래를 포함해서 가상자산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느냐”라며 논의의 여지를 열어놓은 상태다.

친명계 인사인 김남국 전 의원은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와의 27일 인터뷰에서 “금투세는 폐지하겠지만 가상자산 과세는 또 다른 것이다 하면서 과세를 하겠다고 들고 나왔다”며 “정무적 판단이 아쉽다. 금투세 폐지 당시 당내 반발 있다고 하더라도 중도층 포섭하기 위해서 한 것인데 가상자산에 과세한다고 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사실상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를 내보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시스템이나 이런 어떤 규제나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저는 당연히 과세를 해야 된다고 보지만, 아직은 가상자산 시장이 태동하고 성장하는 시기”라며 “지금은 과세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견해도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지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찾는 커뮤니티인 ‘클리앙’에는 “코인세도 유예하면 안되나”, “진성준 의원은 민주당에서 퇴출 시켜야 한다”, “코인 과세 그냥 없애는게 맞지 않아요?”, “민주당 가상과산 과세는 똥볼”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가상자산 과세를 놓고 이 대표와 담당 상임위원들 간에 큰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앞서 당 소속 기재위원들의 반발을 무릎쓰고 금투세 폐지를 관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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