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중도보수 연합 28.6% 1당, 극우정당 원내 2당
집권당 사회민주당(SPD) 숄츠 총리 2선 후퇴...메르츠 기민당 대표 차기 총리 유력
'정통 보수' 메르츠, 총리 유력.. "미국으로부터 독립 달성"
'뒤스부르크를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슬로건 유사
이민문제와 경기불황...독일 철강산업단지, 서부 러스트벨트 극우 돌풍
트럼프 "독일과 미국에 굉장한 날".. 이스라엘 네타냐후도 반색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기민당과 기 [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82915_492593_5040.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3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의 '중도보수연합'이 28.6%의 득표를 얻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진보정당'인 현 집권당 사회민주당(SPD)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제1당을 차지했다.
이로써 3년만에 정권교체가 유력해 졌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트럼프의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와 유사한 '뒤스부르크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앞세워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의 지역 기반을 공략하는데 성공하면서 원내 2당의 위치에 오르기도 했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민주당 기반인 '미 철강 제조업' 지역인 펜실베니아, 미시간, 위스콘시 등 '러스트벨트'에서 승기를 거두었던 것 처럼 독일 총선에서도 철강단지인 '서부 러스트벨트'에서 극우 돌풍을 일으켰다.
이번 선거 결과는 대표적인 진보 정책인 '이민 문제'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기존 이민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 수정과 함께 자국중심 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尹탄핵정국에서 드세지는 극우결집을 겪고 있는 우리의 정치상황에 미국과 독일의 극우·보수 돌풍이 조기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도보수연합 28.6% 1당-극우정당 원내 2당.. 집권당 숄츠 총리 2선 후퇴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299개 선거구 정당투표에서 CDU가 22.6%, CSU는 6.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두 정당 연합이 28.6%를 얻어 1당을 차지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득표율 20.8%로 뒤를 이었고 집권당인 SPD는 16.4%로 제3당으로 전락했다. SPD의 연립정부 파트너 녹색당은 11.6%, 좌파당은 8.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체 630석 가운데 CDU·CSU 연합이 208석, AfD 152석, SPD 120석, 녹색당 85석, 좌파당 64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의석 배분은 24일 확정될 전망이다.
SPD는 득표율 기준으로 1949년 제헌의회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일단 CDU·CSU 연합과 SPD의 합계 의석수가 과반(315석)을 넘기면서 이들은 연정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SPD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는 총선 패배를 인정하고 연정 협상은 물론 차기 정부에서 입각하지 않겠다며 2선으로 후퇴했다.
CDU·CSU 연합 주도로 연정이 구성되면 CDU 소속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2021년 12월 퇴진한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보수 성향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독일 총선 결과 [출처=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82915_492620_4358.jpg)
'정통 보수' 메르츠, 총리 유력.. "미국으로부터 독립 달성"
신임 총리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유력하다.
메르츠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미국으로부터 '실질적 독립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는 "안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수십년간 이어져 온 미국에 대한 의존을 종식해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가능한 빨리 유럽을 강화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츠 대표는 1989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뽑히며 정치를 시작했다. 1994년 연방의회에 입성한 뒤 2000년 CDU·CSU 원내대표를 맡았는데 이때부터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 악연이 이어졌다.
메르켈이 2002년 총선을 치른 뒤 메르츠를 밀어내고 CDU·CSU 원내대표 자리를 차지하면서 메르츠는 2009년 정계 은퇴까지 하게된다. 하지만 2021년 당 대표로 복귀하는데 성공했고, 이번 총선 승리를 이끌게 됐다.
메르츠 대표는 CDU 내에서도 보수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이에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한 메르켈 총리와 달리 우파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부터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소득세·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2015년 메르켈 당시 총리가 도입한 포용적 난민 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아프가니스탄 난민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총리로 취임하면 첫날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유효한 서류 없는 이민자의 입국을 실질적으로 금지하겠다"며 초강경 난민 대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 탈원전 재검토 및 지난해 4월 합법화한 기호용 대마초도 다시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민문제와 경기불황...철강산업 중심지 서부 러스트벨트에서 극우 돌풍
이번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AfD는 2013년 창당 이후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2당을 차지했다.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극우 돌풍이 독일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이는 이민문제와 경기불황이 원인으로 꼽힌다. 난민들이 벌인 강력범죄와 테러의 영향으로 독일 사회에 반이민 정서가 팽배한 가운데 초강경 난민정책을 내세운 극우 정당에 유권자가 몰표를 던진 것이다.
특히, AfD는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구(舊)동독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서부 독일의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독일 러스트벨트를 대표하는 뒤스부르크는 과거 철강산업의 중심이었으나 10여년 전부터 산업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AfD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겼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모방한 '뒤스부르크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앞세워 유권자를 공략했다.
그 결과 사회민주당(SPD)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뒤스부르크에서 SPD와 AfD의 득표율 격차가 0.6%p까지 좁혀졌다.
다만, AfD가 원내 2당에 올랐으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당들은 AfD가 민주주의를 해친다며 연정 구성을 비롯한 모든 협력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역사적 승리"라며 "우리는 CDU와 연정 협상에 열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정치적 변화도 불가능하다"며 연정에 참여시켜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독일과 미국에 굉장한 날".. 이스라엘 네타냐후도 반색
이번 독일 총선 결과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과 미국에 굉장한 날(great day)"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보수 정당이 매우 크고 기대를 모았던 선거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미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국민들은 수년간 지배해 온 에너지와 이민 등에서 비상식적인 의제에 지쳤다"라면서 독일 보수 정당에 "향후 더 많은 승리를 거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도 힘이 실리게 됐다. 차기 총리가 유력한 메르츠 대표는 그간 이스라엘을 굳건히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메르츠 대표는 지난 1월 한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 총리가 체포될 위험에 처해 더 이상 독일이나 EU의 다른 국가를 방문할 수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를 예방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여권 인사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반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우리 두 나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차기 독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적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장관도 "이스라엘의 친구로서, 당신이 독일과 이스라엘 국민들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총리로서 첫 예루살렘 방문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독일의) 새 정부와 협력해 굳건한 관계를 더욱 공고히하고 공동 안보를 강화하며 양국 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강하고 주권적인 유럽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불확실성의 시기에 우리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단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생명을 보호하고 우크라이나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며 유럽을 강화하기 위해 독일과 공동 작업을 계속하기를 기대한다"며 "유럽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며 필요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