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광물협정 노딜 후 우크라 지원 중단 시사
백악관-연방하원의장 "다른 누군가가 협상 이끌어야"
젤렌스키 "광물협정 서명 준비 돼".. '노딜' 수습 나서
유럽정상들 "우크라 안보 연합 추진".. 6일 EU정상회의서 구체화

백악관 떠나는 젤렌스키 [사진=EPA=연합뉴스]
백악관 떠나는 젤렌스키 [사진=EPA=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정권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이 설전 끝에 '노딜'로 끝나자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정상회담 당시 거친 발언으로 맞섰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미국과 광물 협정에 서명할 준비다 되어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광물협정 노딜 후 우크라 지원 중단 시사

백악관-연방하원의장 "다른 누군가가 협상 이끌어야"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광물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양측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거친 발언을 주고 받은 끝에 '노딜'로 끝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자신의 종전구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이 제공한 원조에 감사하지 않고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고 몰아붙였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세계 3차 대전을 놓고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도 맹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에 물러서지 않고 트럼프 정부를 비난한 것.

이후 트럼프 대통령 측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지속을 원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나아가 '정권교체' 카드까지 거론하면서 젤렌스키를 상대로 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가 끝까지 싸운다면 그리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우리가 없으면 그는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대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물자 수송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고, 결국 러시아와 협상을 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협상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정권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진행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의 사임을 원한다는 말인가"라고 질의하자 종전을 위해선 우크라이나에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새 정권이 들어설 경우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도 NBC와의 인터뷰에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그(젤렌스키)가 정신을 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그 일을 할 다른 누군가가 우크라이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통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앞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9일 SNS에 우크라이나의 대선 연기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작년 임기 종료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젤렌스키"라는 표현을 썼고, 같은 날 마이애미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도 그 표현을 반복했다.

물론,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정권교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노딜'로 끝난 광물협정을 체결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광물협정 서명 준비 돼".. '노딜' 수습 나서

젤렌스키 대통령도 2일 광물협정 서명 의향을 밝히면서 정상회담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긴급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고, 미국 역시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우리의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난 그저 우크라이나 입장을 들어주길 원했던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으로 초대한다면 기꺼이 돌아가겠다고 했다.

트럼프 측이 우크라이나에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를 나토와 교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나토 가입이 성사된다면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유럽정상들 "우크라 안보 연합 추진".. 6일 EU정상회의서 구체화

한편, 유럽은 백악관 회담 파행 이후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 정상들은 2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주재로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 강화 대책을 논의했다.

스타머 총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협정을 수호하고 평화를 보장할 연합을 발전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다수 국가가 우리가 개발 중인 계획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이날 회의 직전 BBC와 인터뷰에서도 "영국은 프랑스, 그리고 아마도 1∼2개 다른 국가와 함께, 싸움을 멈출 계획에 관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것이며, 그 계획을 미국과 논의하겠다"며 종전 계획을 짜서 미국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위원장도 취재진에게 "유럽은 급히 재무장해야 한다"며 오는 6일 EU 정상회의에서 이를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회의가 끝난 후 "더 많은 유럽 국가가 방위비를 증액할 계획이다. 이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인접한 발트해 국가들도 방위 강화를 추진 중이다. 라트비아는 최근 2028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늘리겠다고 밝혔고, 리투아니아는 지난달 2030년까지 GDP의 5∼6%를 쓰겠다고 했다. 에스토니아도 내년 국방비를 GDP의 4%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 정상은 "유럽이 단합해 유럽의 미래 안보에 필수인 최선의 결과를 보장할 긴급 행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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