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과 회담 조기에 있을 것"
푸틴 "미·러 정상회담 장소 UAE 적합"
러-우, 평화협상 지지부진…트럼프, 러시아에 경제 제재 경고
푸틴, 트럼프 압박에 휴전 요건 일부 양보? 경제적 이득 노리나
우크라, '패싱 가능성'…젤렌스키 "유럽 참여해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휴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정상회담을 예고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하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3차례 평화협상을 열었으나 러시아가 요구하는 휴전 조건을 우크라이나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휴전 압박 차원에서 고강도 제재와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 미국에 핵미사일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핵잠수함 2척 배치를 지시하면서 국제사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푸틴과 회담 조기에 있을 것" 

푸틴 "미·러 정상회담 장소 UAE 적합"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중 만난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6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약 3시간 동안 대화한 끝에 성사됐다. 

양국 정상회담은 2021년 6월 제네바에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만난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벌인 이후 양국 관계는 냉전 이후 최악으로 악화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미국 내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을 언제 만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회담이 매우 조기에(very soon) 있을 가능성이 상당(good chance)하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뿐 아니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까지 포괄한 질문이었지만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만남을 염두에 두고 한 답변으로 해석했다.

크렘린궁도 7일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수일 내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측의 제안으로 수일 내 최고위급 양자 회담, 즉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을 개최하자는데 기본적으로 합의했다"면서 "현재 미국과 함께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하는 3자회담 가능성은 일축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곧이어 젤렌스키 대통령도 함께하는 3자 회담을 하려고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샤코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준비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며 "이 회담이 성공적이고 생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장소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거론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7일 크렘린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우리가 결정하겠지만 UAE는 적절하고 적합한 장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미국 중 어느 쪽이 먼저 회담을 제안했느냐'는 물음에 "양측이 관심을 표했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러-우, 평화협상 지지부진…트럼프, 러시아에 경제 제재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중재 역할을 해왔다. 이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총 3차례 평화협상을 진행했지만 러시아가 요구하는 휴전 조건을 우크라이나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 내 우크라이나군의 철수, 서방 제재 해제 등을 휴전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협상이 장기화되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칼을 빼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8월 8일을 휴전 시한으로 못박으면서 러시아가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도 100% 정도의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미국에 핵미사일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핵잠수함 2대 배치를 지시하면서 핵전쟁 위협까지 불거졌다. 

푸틴, 트럼프 압박에 휴전 요건 일부 양보? 경제적 이득 노리나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종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강해지자 휴전 요건 가운데 일부 양보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우샤코프 보좌관은 전날 푸틴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공동 노력을 논의했으며,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상호 이익 시나리오에 따라 구축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SNS에 "고도로 생산적이었다"면서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고,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좀 더 휴전에 의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일 푸틴 대통령이 휴전 요건 가운데 일부를 양보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대가를 얻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는 기자들에게 "다음 주로 예정된 러시아와 미국의 정상회담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입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명확히 전달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의 대화는 경제 분야를 포함해 더욱 활발히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부터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협상하면서 직항 노선과 공관 운영을 위한 은행 서비스를 재개하는 방안을 요구해왔다.

반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의 목표 달성을 최우선 순위로 강조하고 있어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 '패싱 가능성'…젤렌스키 "유럽 참여해야"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우크라이나는 평화 협상 과정에서 '패싱'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미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트럼프 취임 직후인 올해 2월부터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접촉하며 유럽을 '패싱' 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 유럽 정상들과 연쇄 통화를 하고 유럽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통화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종전의 매개변수가 향후 수십 년 유럽의 안보 지형을 형성할 것이라는 견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은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고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중인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일부분"이라며 "따라서 유럽은 (우크라이나 평화) 관련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우리는 유럽의 핵심 안보 현안에 관한 공통된 유럽의 견해가 필요하다는 동등한 시각"이라며 "유럽과 미국이 취할 조치 하나하나에 현재, 그리고 장기적으로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통화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6일 나눈) 대화와 현재 외교적 옵션에 대해 설명했다"며 "우크라이나는 실질적이고 공정한 종전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된 유럽이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모든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우르줄라(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명확한 시각에 감사하다"며 "EU는 전후 재건에 주요 역할을 할 것이고 이는 수십 년 만에 유럽 최대 규모의 경제 프로젝트가 될 것이므로 유럽의 목소리는 외교에서 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안보 보좌관들이 온라인 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유럽 전체, 미국까지 우리의 공동 견해를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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