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핵 보유한 두 국가, 대결 이롭지 않아"
美국무부 "김여정 담화 관심 갖고 주목"
美 "트럼프, '싱가포르 성명' 목표 달성 위해 北과 협상 의지"
미군실종자확인국 "북미 채널 복원에 유해 발굴이 좋은 수단"
美 전직관리 "북한 핵보유 용인할 가능성"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8/703486_515057_4521.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담화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조건으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미국이 김 부부장의 담화에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고 화답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르면 다음 주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생겨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순서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여정 "핵 보유한 두 국가, 대결 이롭지 않아"
美국무부 "김여정 담화 관심 갖고 주목"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대미 담화에서 북한 비핵화가 아닌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 국무부가 담화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화답한 것이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미국이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 근본적으로 달라진 "지정학적 환경" 등 "변화된 현실"을 인정한다는 전제로 미국에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다른 목적의 대화는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고 한 부분은 핵군축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미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백악관 당국자는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소통하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에는 세스 베일리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 대행도 "우리는 김여정의 담화를 관심 갖고 주목하고 있다(note with interest)"고 말했다.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은 "새로운 한국 정부는 한반도 전역에서 긴장을 줄이기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美 "트럼프, '싱가포르 성명' 목표 달성 위해 北과 협상 의지"
미군실종자확인국 "북미 채널 복원에 유해 발굴이 좋은 수단"
이날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의 발언은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수습 등 4개 항목을 골자로 한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같은 해 8월 미국에 유해 상자 55개를 전달한 바 있다.
DPAA는 이 때 받은 상자에 총 250명의 유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감식해왔으며 그 결과 지금까지 102명이 미군으로 신원이 확인됐고, 약 90명은 한국군으로 추정돼 한국에 송환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남북·북미 관계가 경색되면서 유해 발굴은 중단된 상태다.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은 "미국은 미군 장병 유해 송환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이자 양자 목표 중 하나로 생각한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밝혀왔다"면서 "유해 송환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공동성명에 중요한 항목으로 포함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 이런 정책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 협상에 관여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켈리 맥키그 DPAA 국장은 북미 채널을 복원하는 데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포로와 실종자의 유해 발굴이 좋은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키그 국장은 "미군 유해 발굴이 상호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 사안은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 사회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美 전직관리 "북한 핵보유 용인할 가능성"
외교가에서는 만일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북한 비핵화'가 핵심 의제였던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핵군축'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고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차관을 맡았던 로버트 조지프는 5일 공개된 워싱턴타임즈재단 주최 한반도 안보 관련 온라인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의향이 없다고 분석했다.
조지프 전 차관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는 쪽으로) 굴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핵무장한 북한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고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조지프 전 차관은 "북한이 소유한 핵탄두 보다 미국이 10배 많이 보유하고 있어 북한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외교에서 비핵화 진전보다는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지원 중단과 핵무기 동결을 실질적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델러리 교수는 또 미국이 미중 사이에서의 '택일'을 한국에 과도하게 요구할 경우 결과적으로 한국이 중국 쪽으로 경도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발생하고 총출동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한국은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라도 미국의 '충성스러운 동맹'이 될 것이나 그 단계까지 가기 전이라면 한국은 미중이 잘 지내는 것을 원할 것"이라며 "거기에는 보수와 진보의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