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IAEA 검증 신뢰해야”.. 국무조정실 “별도 시료 채취는 국제 기구 신뢰 훼손”
민주당, 오염수 안전성 검증하려면 ‘시료 채취’ 필수.. “이번이 실질적 마지막 기회”
17일 한일 2차 실무회의서 세부 사항 협의.. 日 "허용할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해 보겠다"

한덕수 총리 “IAEA 검증 신뢰해야”.. 국무조정실 “별도 시료 채취는 국제 기구 신뢰 훼손”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총리 “IAEA 검증 신뢰해야”.. 국무조정실 “별도 시료 채취는 국제 기구 신뢰 훼손”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을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는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정작 우리 정부는 느긋한 모습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7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한국 시찰단의 역할에 대해 “오염수 검증은 IAEA 역할”이라면서 '오염수 처리 시설이나 절차에 대한 의문점 확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과 관련한 현안 보고에서도 박구연 국무조정실 제1차장은 "일본 측의 계획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17일 열리는 한일 간 2차 실무회의에서 어떠한 결론이 내려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의 후쿠시마 시찰단이 별도의 오염수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거리를 두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성에는 신뢰를 보내는 모양새다.

한 총리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시찰단의 역할과 관련해 "(IAEA 검증을)다시 한번 더 컨펌할 수 있는, 그런 절차나 시설이나 그런 것들에 대한 의문점을 물어가면서 확인하는 절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염수 시료 채취 문제에 대해서는 "IAEA라는 원자력에 대해 최고의 전문가들이 일본의 주권 행위에 깊게 참여해 모든 과정과 결과를 다 보고 있고, 거기에 우리나라 등 전 세계에서 4개의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며 "이거를 '일본이 한 건 못 믿겠으니 우리가 뭘 하나 떠서 검사를 해야겠다'고 하는 것은, IAEA가 하고 있는 것이 전문가들 입장에서 봤을 때 합리성이 있겠다는 판단이 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서는 별도의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현재 64개 핵종 중 9개 핵종만 분석하고, 그 데이터도 불안정한 만큼 원천 데이터를 확보하고, 방사성 물질 총량 평가 자료도 획득하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이외에도 ▲ 장기간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경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 해양 투기 외 원전 오염수 처리 대안 ▲ 후쿠시마산 농수산 식품의 위험성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관되게 ‘검증’을 위한 시료 채취와 같은 별도의 조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박구연 국무조정실 제1차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과 관련해 "그간 확보한 정보 등을 토대로 일본의 오염수 정화설비, 일본 정부가 그것을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역량조사 및 분석 등을 통해 일본 측의 계획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도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검증 기관으로서 시료 채취와 분석을 하고 있고 그 팀에 한국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분석 과정에 이미 한국 정부가 참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또 시료 채취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제기구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무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이 볼 때는 시료채취도 따로 못하고 또, 반대하는 인사들이나 전문가들의 참여도 미진하다. 채취하는 위치, 시찰하는 위치 등에 대해서도 일본이 정해주는 대로만 한다고 하는 것들에 대해 국민들이 몹시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의원은 "실질적으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잘못하면 면죄부를 주는 그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뚜렷한 성과도 없이 돌아온 대만의 사례를 밟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안 가느니만 못하다. 요식행위가 되지 않도록 책임있게 행동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민병덕 의원도 "이번 시찰단이 21세기 신사유람단이 되지 않아야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부분, 그 부분들을 우리가 가서 결정해야 한다. 그 사람들이 '보라, 볼 수 있다, 이거 봐라' 하는 것들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염수시찰단 23일 파견.. 한일 시민단체 “오염수 방류 중단하라”

이런 가운데 정부가 파견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의 활동 계획을 세부 조율할 한일 간 2차 실무회의가 17일 오후 열린다.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지난 12일에는 한일 국장급 회의를 개최해 전문가 중심의 조사단 20명 내외를 4일간 파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앞선 회의에서 정부는 오염수 방류 과정 전반을 모두 살펴보기 위해 시찰단이 접근을 원하는 시설과 정보 목록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일본 측에 전달했다.

이에 일본 측은 "허용할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해 보겠다"면서도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내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2차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국무조정실 산하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시찰단 구성과 활동 계획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한일 양국 시민단체들은 오염수 방류를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16일 도쿄 거리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중단하라는 외침이 울렸다. ‘더는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와 ‘사요나라(잘 가) 핵발전소 1000만인 액션’ 실행위원회가 주최한 이 날 집회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저녁까지 이어졌다.

한국의 34개 시민사회환경단체 연대체인 탈핵시민행동 소속 단체인 녹색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한국YWCA연합회 활동가들은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한국의 목소리를 전하고 일본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도쿄 행사에 참석했다.

국내에서도 부산지역 16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고리2호기반대운동본부)가 16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고리2호기반대운동본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지역 내 수산물 업체계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결국 수산물 소비 위축이 아니라 수산물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른 부산의 경제적 타격은 현재로서 가늠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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