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수사 은폐 축소 의혹... 국가안보실에 수사기록 전달 후 국방부가 경찰이첩된 자료 회수
해병대 수사단장 "이첩 대기 명령 받은 적 없어" 입장 표명
'과실치사 혐의'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과거 MB시절 이종섭 장관과 국가안보실 근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국가안보실에 보고 후 '사단장 과실치사 혐의 빼라'는 지시 나와"
유승민 "진실규명에 국회 나서야".. 인권위 "국방부 수사자료 즉시 경찰에 넘기라"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첩 대기 명령 받은 적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안보실에 보고 후 '사단장 과실치사 혐의 빼라'는 지시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故 채수근 상병의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가 경찰에 이첩되는 과정에서 사건을 '은폐 축소'하기 위해 '윗선'이 개입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정확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윗선 개입에 선을 긋고 있으나 유승민 전 의원은 "국회가 국정조사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고(故) 채수근 상병은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를 찾다 순직했다. 당시 무리한 수색 지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해병대 수사단은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수색작전 투입 부대의 관련 매뉴얼 준수 여부, 현장 지휘관 판단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해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에게 보고됐고, 해병대 사령관과 이종섭 국방장관이 결재까지 마쳤다.

이와관련 9일 SBS 보도에 따르면, 해병대수사단의 보고를 받은 이종섭 장관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형사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고 물었고 해병대 사령관은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관련 구체적 물증과 정황이 있어 향후 경찰에 이첩해 수사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이 장관에게 사건 관할권이 있는 민간 경찰에 이첩할 계획을 설명했고, 이종섭 장관은 관련 내용을 수긍하면서 "수고했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이종섭 국방장관, 해병대 수사단에 보고 받은 후 돌연 이첩 대기 지시

해병대 수사단은 2일 경북경찰청에 수사기록을 전달했다. 그런데 곧바로 국방부가 수사기록을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경찰로 자료를 넘긴 해병대 수사단장은 '항명'을 이유로 보직해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경찰로 이첩을 대기할 것을 명했는데 해병대 수사단장이 이를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경찰에 넘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9일 변호인을 통해 자신은 이첩 대기 명령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이날 입장문에서 "수사 결과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하였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라며,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접, 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그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또한 사건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저는 대통령님의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이 장관의 우즈베키스탄 출장에 앞서 수사결과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를 내렸으나 수사단장이 지시를 어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만일, 박 대령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 사이에 국방부와 '다른 의견'이 나왔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승인한 것과 다른 의견이므로 자연스레 시선은 국방장관보다 '윗선'을 향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박 대령이 해당 보고서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제출한 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개입 정황.. 대통령실 "정확하지 않은 주장" 윗선 외압 의혹 반박

군인권센터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이 직접 피해복구 지시를 내린 문자를 공개했다. [출처=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이 직접 피해복구 지시를 내린 문자를 공개했다. [출처=군인권센터]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7일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관계자가 개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30일 장관 보고 후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한 박 대령에게 국가안보실 관계자가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를 통해 수사결과보고서를 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박 대령은 '수사중인 사안이라 안된다'고 거절했지만 잠시 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전화로 다음날(31일) 있을 언론브리핑자료를 보내라고 해 수사단 실무자를 통해 안보실 관계자에게 언론브리핑자료를 보냈다고 한다.

이후 윗선 누군가가 이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9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방부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내용을 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당일 예정돼 있던 언론 브리핑이 갑작스레 취소된 것도 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군인권센터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개입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소장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해병대 1사단장인 임성근 소장이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이종섭 국방장관과 대통령실 주요 인사와 함께 국가안보실에서 근무한 과거를 언급하면서 "그렇게 근무연이 있다. 이게 (국가)안보실에 보고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관이 수사 잘했다고 이렇게 (결재) 사인을 했지 않습니까? 그러면 끝난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이게 취소되면서 빼라라고, 과실치사 혐의를 빼라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 위에 권력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임 소장은 "(31일 기자회견이) 2시간 전에 취소가 됐고 이 기자회견과 동시에 이 자료를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에게 보고하려고 부사령관이 출발하고 있었는데 다시 다 돌아온 것이다.  이것도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 이때부터 이거를 빼라라는 얘기를 한다"며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걸 빼라고 요구한다. 그러니까 단장이 그걸 네, 빼겠습니다. 빼버리면 단장은 본인이 직권남용죄로 잡혀가야 되고 빼라라고 하는 행위 자체가 수사 방해 행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방장관이 '수사잘했다. 격려하고 결재까지 했는데 뒤집은 것이냐'는 사회자 질문에 임 소장은 "(국방장관이) 명령이 안 내려온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명령권자가 아닌 국방부 법무관리관, 즉 장관의 법무 참모에 해당되는 법무관리관이 다섯 번 전화해서 빼라고 얘기를 한다"면서 정식 국방장관 명령지시 체계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도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방부 장관도 문제가 없다고 결재를 했던 수사 결과가 사단장과 여단장을 엄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표가 막혔다, 이건 장관 윗선에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금 사실 장군을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이기 때문에 장군을 보직해임하거나 하려면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된다"며 "장관이 지금 (임성근) 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 적용하는 것 결재했는데 그게 중간에서 갑자기 막혔다라고 하는 것은 장관 윗선이면 그 위에 대통령실이나 이런 쪽들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대통령실을 겨냥했다. 

덧붙여 '피해복구' 업무지시를 내린 임성근 해병1사단장에 대해 "임성근 사단장은 형사 피의자로 지금 입건이 돼서 조사를 받아야 되는 사람이다. 일단 빨리 대통령이 보직해임부터 해야 된다. 잘못된 지시를 내린 사단장이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데 그 밑에 부하들이 어떻게 진실을 얘기할 수 있겠느냐"면서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을 왜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안 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7일 윗선개입 의혹을 부정하며 "그 보고서(사단장 혐의 등이 적힌 이전 보고서) 보고 내용을 그대로 이첩했을 경우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건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도 9일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주장은 있는 것 같은데 그 주장들이 정확하지 않은 면도 많이 있는 거 같다"면서 "이 문제는 국방부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국방부에서 앞으로도 계속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국회가 나서야 할 때".. 인권위 "국방부 故 채수근 상병 수사자료 즉시 경찰에 넘겨야"

하지만, '윗선 개입 의혹'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국정조사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안보실이 개입한 건지 국방부 장관이 개입한 건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실 안보실에서 (채 상병 조사 결과 발표) 언론 브리핑하는 자료를 (먼저) 보내달라고 요구한 것 같다"며 "그래서 언론 브리핑하는 수사 결과 자료를 보내줬더니 그다음 날 (7월)31일 오전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건데 그러니까 대통령실 안보실이 개입한 정황으로 의심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헌법 제61조가 국회에게 국정에 대한 감사와 조사의 권한을 부여한 것은 이럴 때 사용하라는 뜻"이라며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병대 수사단장이 집단항명 수괴의 죄를 저질렀다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그게 아니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부 장관, 차관, 법무관리관, 해병대사령관 등의 윗선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사단장이 작성한 정당한 조사보고서를 축소, 왜곡, 은폐하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국방부가 갖고 있는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 관한 수사자료를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채수근 상병 수사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긴급 의견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자료를 곧바로 경찰에 재이첩할 것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 관한 해병대 보직 해임 절차 진행과 집단항명죄, 직권남용죄 및 비밀누설죄 등에 관한 수사를 보류할 것 등을 국방부에 요구했다.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부대지휘관 범죄를 인지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고 선별적으로 경찰에 보내는 경우 사건 축소·은폐에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단장 보직해임과 집단항명 혐의 수사는 즉각 보류돼야 한다. 혐의 여부는 경찰이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한 다음 검찰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한 시점에 객관적으로 분명해진다"며 "결론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수사를 개시한 것은 독립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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