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성향 러몬도 장관 방중.. "미국, 중국과 좋은 관계 가겠다는 신호"
시진핑 "미중 양국,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을 것“ 우호 메시지
한중 외교채널도 "활발".. 외교장관간 셔틀외교 가동한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국과 미국, 중국 3국간 외교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매파' 성향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중국을 찾아 "디커플링을 원치 않는다"며 협력 의지를 드러냈으며, 중국도 "양국이 경제무역 분야에서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한중관계도 외교채널이 활발히 가동되면서 경색국면을 벗어나는 분위기다. 오는 8일 예정된 G20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리창 총리를 만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내게 '우리는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러몬도 장관 방중을 예고하며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우리는 (미·중 간) 상업적 관계가 전반적인 관계를 안정시키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러몬도 장관에게 "미국과 중국 간 경제·무역 관계가 본질적으로 상호 이익과 상생"이라며, "경제·무역 문화를 정치화하고 안보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할 경우 양국 관계와 상호 신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양국 기업·국민 및 세계 경제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가장 큰 전략은 변함없이 유지되지만 이번 러몬도 장관의 방중으로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및 무역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전문가인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러몬도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강경파고 꼽히는 인물이라며, "미국은 중국과 좋은 관계가 가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러몬도 장관이 27개의 중국 기업에 대해 제재 검토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면제해 주면서 갔다"며, "11월에 APEC 회의가 미국에서 있는데 거기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시진핑 "미중 양국,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을 것" 우호 메시지
지난 31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미중 양국이 서로 업적을 이루고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3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최근 스틸웰 대장의 외손자인 존 이스트브룩에게 서한을 보냈다. 스틸웰 대장은 1차대전 시기 중국 톈진에서 3년간 복무했으며, 이후 2차대전 때인 1942년 중장으로 진급해 중국전구 참모장, 중국-미얀마-인도전구의 미군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여러차례 중국에서 근무하며 중국어에도 능통한 '친중' 성향 인물이다.
이번 서한은 최근 이스트브룩이 미중 간 인문교류 증진을 위한 스틸웰 가족들의 노력을 소개하며 인문교류 증진에 힘써준 시 주석에게 감사 서한을 보낸 데 대한 답신이다.
시 주석은 이 서한에서 "미래를 내다봤을 때 미중 양국은 충분히 서로 업적을 이루고 번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미 관계 기초는 민간에 있고 힘의 원천은 국민 간 우호로 양국 국민은 교류를 강화하고 이해를 증진해 협력 확대를 통해 양국 관계 발전에 지속적인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외교채널도 "활발".. 외교장관간 셔틀외교 가동한다
미중 관계가 점차 완화되는 분위기에 힘입어 한중 관계도 외교 채널이 활발히 가동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31일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약 80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한중관계 발전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다양한 수준에서 고위급 교류와 소통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양 장관은 ▲외교장관간 셔틀외교 차원의 상호 방문 ▲외교안보대화 ▲인문교류촉진위 ▲1.5트랙 대화 등의 협의체 등이 조기 개최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박 장관은 "희토류, 원자재 등 한중 공급망의 안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중국 내 한국 기업들에게 안정적이고 우호적인 투자환경이 유지될 수 있도록 왕 위원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또한, 왕 위원은 오는 9월 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한국의 참여를 환영하고, 양측은 최근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 조치 등을 계기로 양국 간 인적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중국 내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관리, 게임·K-POP·드라마 등 우리 문화콘텐츠 교류 확대를 위한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왕 위원은 양국간 문화콘텐츠 교류 증진을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는 내부 수리가 완료 되는대로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외교 채널이 정상화되면서 연내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르면 오는 8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G20에는 중국 주석이 참석해 왔으나 현재까지 이번 회의에 중국의 어떤 지도자가 어떤 행사에 나올지 통보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한중정상회담은 중국이 누구를 보내느냐에 따라서 논의가 열릴 수도 있고, 그다음 다자회의 계기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한중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31일 한중수교 3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시장과 원자재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중국과 함께 중한 호혜 협력의 더 큰 발전을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양국이 공동의 노력을 통해 중한 관계가 곤경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시중 서강대 명예교수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국제규범에 근거해 양국 간 경제관계를 규율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에 따라 경직된 대중관계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유연한 입장에서 새로운 양국 관계를 모색하자"고 말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는 "한중이 비(非) 군사안보 영역에서 공동이익을 추구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녹색경제, 2단계 자유무역협정, 경제고위급회담, 투자, 전략대화 등 분야에서 기회 요인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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