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난민·기후위기 이슈 등 '자국 중심' 극우 세계관 확산
이탈리아·스웨덴·프랑스·폴란드·헝가리 등에서 극우가 '메인 스트림’
남미도 '극우 돌풍'..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밀레이 대선 지지율 1위

지난 달 22일(현지시간) 유세장서 연설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달 22일(현지시간) 유세장서 연설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 [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유럽을 삼킨 극우 돌풍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히틀러를 겪은 독일 조차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집권당을 넘어서며 유럽은 '극우 천하'가 되고 있다. 이제 '극우' 돌풍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휩쓸 기세다.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극우 정당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극우 강경파들이 주도해 하원의장을 축출하기도 했다. 민족주의, 국수주의, 권위주의를 표방하는 극우 세력들이 '반이민·반녹색' 등을 앞세워 경제 위기로 흉흉해진 민심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에서 '반(反)난민'을 전면에 내세운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사민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포르자의 최근 조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조사에서 AfD는 지지율 22%를 획득하며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을 앞질렀다. 제1야당인 기독민주연합(CDU)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이다.

WSJ은 “극우 포퓰리즘 선풍은 독일 유권자들이 '나치의 망령'에 더는 발목 잡히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지지자들은 AfD가 주류 정당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인 이민과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전쟁 등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교적 저소득층이 밀집돼 있는 옛 동독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나치 집단수용소가 있었던 노르트하우젠 시장 선거에서 AfD 소속 인사가 당선 직전까지 이르기도 했다. 지난달 초 실시된 1차 투표에서 AfD 소속 요르그 프로페트는 42.1%의 득표율을 얻었고, 경쟁자인 현직 카이 부흐만은 23.7%에 그쳤다. 지난달 24일 치러진 결선에서 부흐만 현 시장이 55%를 득표해 재임하게 됐으나 프로페트 후보도 무려 45%를 얻어 기대감을 높였다.

노르트하우젠은 극우 성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AfD의 집권 가능성은 낮지만 2025년 치러질 총선에서 더 많은 극우 연방의원이 당선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AfD는 지난 2021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83석을 차지한 바 있다.

독일 시민 12명 중 1명(8.3%)이 '극우적 세계관'을 보유하고 있다는 프리드리히 에베르트재단의 최근 조사 결과 역시 극우 정당의 약진을 뒷받침한다. 이는 2년 전 조사 결과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런 성향은 특히 젊은층(18~34세)에서 두드러졌으며, 전체 응답자의 6.6%는 ‘강력한 지도자와 유일 정당에 기반한 우익 독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스웨덴·프랑스·폴란드·헝가리 등에서 극우가 '메인 스트림'

이러한 극우 돌풍은 이미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15개 국가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20%를 넘어섰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앞세운 극우 정권이 들어섰다.

멜로니 총리는 최근 내각 회의에서 불법 이주민에 대한 구금 기간을 현재 135일에서 최대 1년6개월까지 늘리는 조치를 승인하는 등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 6월 핀란드에서는 극우 성향 핀란드인당이 집권 연정에 참여했다. 폴란드에서도 극우 민족주의 성향 집권 법과정의당이 오는 15일 열리는 총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 역시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스웨덴민주당이 원내 2당으로 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역시 극우 색이 짙은 자유당이 여론조사상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민주주의 선진국인 프랑스에서는 마리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이 중도 우파를 밀어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네덜란드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신생 우익 포퓰리즘 정당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해 네덜란드 정치권에 충격파를 던지기도 했다.

기존 유럽의 극우정당들은 '반이민'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면 요즘은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후위기 정책에 대한 적대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즉, 극우정당들은 정부가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저소득층을 살피기 보다 기후 위기 같은 먼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사회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AfD는 여당이 국민들에게 값비싼 히트펌프를 설치하게 한다는 공세를 펼쳐 정부가 해당 조치를 철회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서민 가계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는 극우 정당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난민 증가, 인플레이션, 기후변화 비용 증가 등이 포퓰리즘의 새로운 타깃이 되고 있다”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는 물론이고 심지어 핀란드와 스웨덴까지 민족주의 혹은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미도 '극우 돌풍'..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밀레이 대선 지지율 1위

이러한 '극우 돌풍'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달 22일 대선 본선을 앞둔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는 예비 선거에서 소수파 극우 정당 출신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1위에 올랐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 불리는 밀레이는 기후 변화는 거짓이며 중앙은행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단주의자다.

여론조사업체 아날로히아스가 지난 3~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그의 지지율은 31.1%로 나타났다. 집권 좌파 페론당 소속의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28.1%), 우파 야당 연합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안전장관(21.2%)을 모두 꺾었다.

또, 최근 파라과이 대선에서도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파라과요 쿠바스 후보가 예상 밖의 3위를 차지했고, 칠레에서는 극우 성향 공화당이 과반수 의석을 가져갔다. 엘살바도르에서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인권 침해를 불사한 강력한 범죄 단속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영국 요크대학의 비교정치학자인 다프네 할리키오풀루는 최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극우 정당은 다양한 관심사로 유권자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이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이민 문제지만, 이제 이들은 핵심 지지층을 넘어 다양한 의제에서 유권자의 불안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극우 강경파, 자당 미 하원의장까지 축출

이러한 흐름은 내년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자국중심 주의를 앞세워 반이민 정책으로 지지층을 결속시킨 것이 유럽 극우 돌풍에 영향을 미친만큼 재선 될 경우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미 하원에서는 극우 성향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 권력 3위 매카시 하원의장을 축출하기도 했다.

3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은 공화당 극우파 의원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발의한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 해임안을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매카시 의장이 소속된 공화당의 절대다수 의원들은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극우 강경파 의원 8명과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해임안이 가결됐다.

공화당 극우 강경파들은 매카시 의장이 연방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민주당과 임시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불거질 국정 마비와 금융 시장의 혼란을 볼모 삼아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고 했으나 매카시 의장이 합의하며 자신들의 계획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로 공화당 내 극우 강경파들의 입김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트럼프가 내년에 당선될 확률이 높은 만큼 극우 돌풍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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