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앞으로 인류의 역사를 결정짓는 데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선거를 통해 게임의 규칙, 금리, 시장의 움직임, 정부 규제, 정책 등 모든 것이 바뀌며..."

2024년 11월5일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다.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2024년은 우리나라의 4·10총선을 비롯해서 전 세계 약 76개국 42억 명 이상의 인구가 투표장으로 향해, 그 결과가 한반도를 비롯해 국제 정세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슈퍼 선거의 해'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것을 "민주주의의 슈퍼볼"이라고 불렀다.

1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선거(Election)’를 꼽았다. 다른 외신들은 ‘폴리틱스(Politics)’와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폴리코노미(Policonomy)’를 올해 키워드로 꼽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2024년은 앞으로 인류의 역사를 결정짓는 데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선거를 통해 게임의 규칙, 금리, 시장의 움직임, 정부 규제, 정책 등 모든 것이 바뀌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타격 또한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의 정부 수반이 교체된다면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삼각동맹에 기반한 대북·외교 정책의 전면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또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할 경우 조기 레임덕이 작용하면서 권력 공백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적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많은 선거 가운데 미국 대선과 대만 총통 선거, 러시아 대선, 유럽의회 선거,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등이 한국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총통 선거 '미·중 갈등' 대리전

미·중 패권 싸움의 격전지인 대만은 이달 13일 총통 선거를 실시한다.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미·중 간 대리전 양상이 짙다. 양국이 친미 성향 민진당과 친중 성향 국민당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서다.

대만 독립을 추진하는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대만과의 통일을 거듭 언급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여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4년 신년사에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동포는 공동의 목적의식을 갖고 중화민족 부흥의 영광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만은 국제형사재판소(ICC) 참여를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의 결과는 미국의 대북 포위 전략과 중국-일본 간 영토 분쟁 등 동아시아 세력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11월 대통령 선거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현재 2020년 맞붙었던  민주당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하다. 

올해 82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급 낮은 지지율로 재선 전망이 어둡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 공화당의 1, 2위 후보 모두에게 열세다. 트럼프는 콜로라도주와 메인주에서 각각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나쁜 변수를 만났다. 최근에는 헤일리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일부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안으로 트럼프를 따라잡기도 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기본 관세 10% 추가 인상 등 국제 무역 질서는 대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철회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원 축소와 지난 집권 기간 EU 회원국들에 부과하려 했던 징벌적 관세 부활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북·미 정상회담 재개 여부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통상 압력 등으로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중국엔 역내 한국·미국·일본 동맹의 약화를 각각 의미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 간 정상회담이 재추진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기시다 총리 실각 가능성 높아

일본에선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9월에 있다. 총리는 중의원 해산권을 갖고 있으므로, 만약 기시대 총리가 상반기에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다면 해산 후 총선을 치른 뒤 자민당 총재로 재선될 수 있다. 그러나 집권 4년 차로 접어든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했다.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지난달에만 물러난 장관이 4명이다. 기시다 총리는 정부 예산안이 통과되는 3월이나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는 9월에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기시다의 실각은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핵전력을 바탕으로 한 한미일 안보동맹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푸틴 5선 유력

러시아에선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5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무난하게 승리를 거머쥐면서 2030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임기가 올해 5월까지라 원래대로면 3월 31일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전시 계엄령으로 관련 절차가 중단돼 시계 제로 상태다.

▲유럽연합 의회 선거, 극우 정당 선전 예상

‘세계 최대 민주주의 행사’로 불리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가 6월 실시된다. EU 27개 회원국 유권자가 720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향후 5년간 EU의 방향을 결정한다. 의회 구성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 기후 위기 대응, 이민 정책 등의 기조가 변할 수 있다. 유럽 각국에서 세력을 확장 중인 극우 정당의 선전이 예상된다.

▲9억 인도 총선, 모디 총리 3선 유력

인도는 4, 5월에 총선을 치른다. 유럽 전체 인구보다 많은 9억 명의 유권자가 한 달 반에 걸쳐 순차적으로 투표에 나선다. ‘모디노믹스’로 지난 10년 만에 인도 경제 규모를 세계 10위에서 5위로 끌어올린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국정 지지율이 70%를 넘어서서 3연임이 유력하다.

▲인도네시아, 2월 대선·총선

인도네시아에선 2월에 대선·총선이 실시된다. 관전 포인트는 ‘누가 부통령이 되느냐’다. 제1 야당의 대선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만큼, 그의 러닝메이트이자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가 부통령직을 꿰찰 가능성이 크다. 조코위 대통령이 아들을 앞세워 ‘정치 왕조’를 구축하며 민주화를 후퇴시켰다는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이 밖에 방글라데시가 1월에 파키스탄은 2월에 총선을 실시한다.

▲이란, 3월 총선

이란의 3월 총선도 주목된다. 2022년 ‘히잡 시위’로 야당 후보자의 25% 이상이 자격을 박탈당했고, 이에 반대하는 다수의 유권자가 투표를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다.

▲남아공, 아프리카민족회의 실각 가능성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5~8월 예정된 총선에서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후 지금까지 집권해 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과반 의석을 잃고 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알제리, 튀니지, 가나, 르완다, 세네갈, 남수단, 모잠비크, 토고 등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선거가 치러진다.

올해처럼 많은 나라들이 동시에 선거를 치른 역사는 2024년이 처음이다. 우리에게는 대내외 조건이 변화무쌍해지는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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