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화당 경선 지지율 60~70%.. 바이든과 가상 양자대결도 우세
바이든 "트럼프 안 나왔다면 재선 단념했을 것" "그가 이기게 할 수 없어"
'反트럼프' 공화당 리즈 체니, 바이든 선거 지원 가능성 언급
보수 정치단체, 공화당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 거액 후원.. 트럼프 대항마될까?

텍사스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텍사스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024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가 지속되고, 다수의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에 앞서기 시작하면서 '트럼프 2기' 도래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 유수 언론들이 최근 일제히 '트럼프의 재선이 독재정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공화당 내 유력인사는 바이든 선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민주당·공화당 양당의 연대 움직임'도 나오고 있으며, 보수 정치단체가 공화당 내 다른 인사에 거액을 지원하는 등 미국 언론과 민주당, 보수 정치권이 트럼프 2기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유력 언론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독재'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NYT는 4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는 오랫동안 권위주의적 충동을 보여왔지만, 그의 정책 운용은 이제 더욱 정교해지고 그를 견제할 완충 장치도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매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멕시코 마약 카르텔 공격을 위한 군대 파견, 도심 공공질서 강화를 위한 군대 파견, 서류 미비 이민자 방출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하고 있는 정책 의제가 '일탈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자신이 당선되면 법무부를 이용해 정적에게 복수하겠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민주적 가치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WP는 지난달 30일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로버트 케이건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칼럼에서 "희망적인 생각을 멈추고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자. 미국에는 독재로 가는 길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박해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야당이 이를 막을 힘이 없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독재 체제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우려는 공화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NBC '투데이'에 출연해 미국이 트럼프의 재선으로 독재 정권이 될 위험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나는 이것이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자 우려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 자신도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과 그의 권력, 성공뿐이라고 판단해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공화당 경선 지지율 60%.. 미국 내 무슬림, 바이든 낙선운동 돌입

이처럼 미국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우세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화당 내 경쟁에서는 트럼프가 압도적인 1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뉴스네이션이 5일 공개한 여론조사(지난달 26~27일 등록 유권자 3200명 대상)에서 응답자 6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어 디샌티스 주지사(10.8%), 헤일리 전 대사(10.1%), 라마스와미 후보(6.2%),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3.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바이든과의 양자 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가 앞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8일 미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미국 성인 1514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장 오늘 대선이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누구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49%가 트럼프 전 대통령, 45%가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응답했다.

지난 8월 말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46%, 트럼프 전 대통령 47%로 차이가 근소했으나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swing state)'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부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2일∼이달 3일 실시해 5일 발표한 경합주 6곳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대선 양자대결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48%로, 44%를 얻은 바이든 대통령을 오차범위 밖인 4%포인트 앞섰다.

지역별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네바다 등 5개 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4∼11%포인트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에서만 2%포인트 높았다.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바이든 정부가 친 이스라엘 행보를 보이자 미국 내 무슬림들이 '바이든 낙선운동'을 선언하며 바이든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바이든을 버리자(AbandonBiden)'는 운동은 미네소타의 미국인 무슬림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10월 31일까지 휴전 촉구를 요구하면서 시작됐고, 이후에 미시간과 애리조나,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으로 확산됐다.

로이터통신은 무슬림 유권자들이 대거 바이든에게 등을 돌릴지는 미지수이지만 소수라도 마음을 바꾼다면 바이든은 2020년 대선에서 겨우 이긴 지역에선 고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IRA 기념 행사서 경제 성과 강조하는 바이든 [사진=EPA=연합뉴스]
IRA 기념 행사서 경제 성과 강조하는 바이든 [사진=EPA=연합뉴스]

바이든 "트럼프 안 나왔다면 재선 단념했을 것" "그가 이기게 할 수 없어"

여러 요인을 볼 때 현재로서는 바이든이 트럼프에 비해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反트럼프 정서를 자극하며 재선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5일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만약 트럼프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내가 출마했을 것으로 확신을 못 하겠다"면서 "우리는 그가 이기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라는 최악을 막는 것이 자신의 재선 명분임을 드러낸 것이다. 고령 등 논란 속에서도 민주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자신감을 보이는 동시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트럼프 여론을 규합하려는 의도가 읽혔다.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2기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공화당내 대표적 '반(反) 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연방 하원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제3당 후보로 출마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니 전 의원은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독자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니 전 의원은 "몇 년 전이라면 저는 제3당 후보 출마를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는 분명히 트럼프의 계속된 공화당 장악의 결과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고, 국제적으로도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1년 1월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에 난입했던 사건을 조사했던 미 하원 '1·6 특위' 부위원장을 지내며 사태의 배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목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WP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는 그러한 모든 도전에 대처하고 해결하며 맞설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면서 "그것이 2024년 초까지 내가 검토할 것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체니 전 의원은 만약 자신이 대선 출마를 하지 않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거나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돕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사진=EPA=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사진=EPA=연합뉴스]

보수 정치단체,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 거액 후원.. 트럼프 대항마될까?

이런 가운데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에서 '비(非)트럼프' 주자로 최근 두각을 나타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강력한 보수 정치단체의 후원을 받게 됐다.

헤일리 전 대사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제치고 가장 유력한 트럼프 대안 후보로 부상하면서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세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보수 성향의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이끄는 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은 지난달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AFP는 거액 기부자 모임인 '코크 네트워크'를 대표하는 단체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막기 위해 활동해왔다.

AFP는 이날 성명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그리고 대선 본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 지지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코크 네트워크의 지지는 헤일리 전 대사가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다수 언론은 관측했다.

AFP는 "AFP의 지지 선언으로 수천명의 AFP 활동가와 풀뿌리단체 지도자들이 현장에 투입될 것"이라며 "또 앞으로 우리는 현장 노력에 보탬이 될 광범위한 우편, 디지털, 커넥티드 TV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그가 트럼프 대항마로 손색이 없음이 확인된다.

5일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메신저·해리스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41%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37%)을 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율로 40%를 얻은 바이든 대통령을 7%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다만,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 중 누구를 지지할지 묻는 질문에 공화당 지지자의 76%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헤일리는 19%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메신저·해리스 여론조사 담당자 드리탄 네쇼는 "헤일리 현상은 공화당 온건파, 무당파, 불만이 많은 유권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헤일리는 이런 유권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어 대선 본선에서 바이든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공화당 내부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