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당정서 증원 논의.. 국힘 "미룰 수 없는 과제" 의사단체 압박
야당도 일제히 "환영".. 정성호 "역대 정권이 손도 못 댔던 엄청난 일 하는 것"
민주, 공공의대 및 전남권 의대 신설 요구.. 정부는 "신설 계획 없다"
의협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 돌입" 정부 겁박.. 여론은 71.4%가 증원 찬성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야당도 호응하면서 협치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야당도 호응하면서 협치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와 여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처음으로 내 놓은 민생 정책인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야당도 호응하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첫 협치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의사 단체의 강한 반발과 세부 사안에 이견차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야당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전남권 의대 신설과 공공 의대 설립을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의대 정원 확대 안건은 지난 16일 고위당정 후 급물살을 탔다. 정부가 의료 붕괴 상황을 막기 위해 2025학년도 대입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오는 2025년도 의대 입학 정원 1000명, 임기 내 최대 3000명 규모까지 늘리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윤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었다는 이야기까지 꺼내며 추진 의사를 분명히했다.

당초 이번주 중에 의대 입학정원 확대 폭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협의의 시간을 가진 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원 확대를 위한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의사 인력 증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며 의협을 지목해 반대가 아닌 대안 제시를 요청했다. 그는 "과학적 통계 기반 수급 전망에 따른 의료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패키지 논의를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고위 당정서 증원 논의.. 국힘 "미룰 수 없는 과제" 의사단체 압박

여당인 국민의힘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여론 조성에 총력을 쏟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7일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무려 19년 동안 묶여 있었다"며 "지방 의료를 되살리고 필수 의료 분야를 되살리는 것도 의사 숫자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해결이 가능하다. 정원 확대는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고 강조했다.

성일종 의원도 의사 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의료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의대 정원은 18년째 그대로다. 노인인구가 늘고 있으며 지방과 수도권의 의료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지금 반드시 해야 한다. 이는 진영의 문제도, 의사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번에도 집단의 힘 때문에 무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윤석열 정부 정책에 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 고령화와 필수의료 부족, 지방의 의사 부족에 대응하고 의사과학자 양성 과제까지 고려하면 의대 정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의사들과의 대화에 나서 최대한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필수의료, 지방의료 살리기 등 의료계 과제에 대한 종합대책 속에서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정의도 일제히 "환영".. 정성호 "역대 정권이 손도 못 댔던 엄청난 일을 하는 것"

여권 뿐만 아니라 야당도 일제히 환영의 메시지를 내며 힘을 보태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필수 의료 붕괴를 막고 의료의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능·무책임·무대책의 3무 정권이 드디어 좋은 일 하나 하려는가 보다"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의대 정원 확충, 말이나 검토가 아니라 진짜 실행한다면 역대 정권이 눈치나 보다가 겁먹고 손도 못 댔던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라며 "분명하게 추진해서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병덕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 정원 확대 찬성한다"며 "수도권 쏠림과 비필수 분야인 피부 및 성형 등으로 몰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고 찬성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17일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정의당과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주장했던 사안"이라며 "정부는 정치적 노림수가 아니라 의료 서비스 수요 급증 추세에 발맞추며 공공의료를 확대하는 방향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민주, 공공의대 및 전남권 의대 신설 요구.. 정부는 "신설 계획 없다"

다만, 정부·여당과 야당 간에 이견은 존재한다. 민주당은 공공의대와 전남권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신설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디테일에서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모처럼 찾아 온 기회를 다시 한번 놓칠 수도 있다.

홍 원내대표는 18일 "정부의 방안에 필수 공공 지역 의료 기반 확충을 위한 공공 의대와 지역 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7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응급의사는 절대 부족하고, 지역에 우수한 의사와 병원이 없어서 새벽마다 KTX 열차를 타고 상경해야 한다"며 "그에 비해서 성형외과, 피부과 의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의사 수만 늘려서는 안 된다. 성형외과, 피부과에 더 몰려들고 동네 개원의는 넘쳐나겠지만 정작 필요한 필수, 공공, 지역의사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공공의대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 설치와 지역의사제 도입을 함께 요구했다.

그는 "의대 증원 확대는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면 되고 국립의전원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은 입법으로 해야 한다"며 "모처럼 윤석열 정부가 좋은 정책을 발표하고, 여야 모두 찬성하니 국민과 미래를 위해서 더 좋은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 협의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에는 전라남도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이 전남권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전남의 의대 정원 인원은 0명이다.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은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의대 없는 전남권 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전남 국회의원 일동은 정부가 발표할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반드시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을 포함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정부안은 이와 거리가 있다.

정부안은 의사 부족이 심각한 지방 국립대 의대와 현재 입학정원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의대 중심으로 정원 확대를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증원 원칙은 '미니의대' 육성과 지방 국립대에 우선한다는 것이고, 신설은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즉, 붕괴 위기에 처한 지방 의료를 살리고, 교수 인력이나 인프라에 비해 입학 정원이 소규모인 곳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 국내 의대는 총 40곳으로 국립대 11곳 중 3곳은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이고 사립대 29곳 중 14곳이 입학 정원이 60명 이하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선결 조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요구에 대해 "필요성에 대해선 크게 공감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야당의 이야기이니 진지하게 고민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의협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 돌입" 정부 겁박.. 여론은 71.4%가 증원 찬성

의사단체의 반발도 변수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집행부가 전원 사퇴할 각오로 강경 대응하겠다는 태세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지하 1층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정부가 2020년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의료계와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한다면 14만 의사들과 2만 의대생들은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의협은 보건복지부와 의료인력 확충 방안 논의 요구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왔다"며 "특히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인력 부족의 문제는 현재의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분포의 문제이므로, 분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의대정원의 양적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수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정원이 아닌 의료 인력들이 기피분야에 자발적으로 진출하고 정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법적 분쟁 부담을 해소해 주고,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등 기피분야에 대한 적정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4만 의사와 2만 의과대학생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수 있음을 천명한다"며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반대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 회장은 "만약 정부가 의대 정원 문제라는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경우 저를 포함한 집행부는 전원 사퇴할 각오로 최선을 다해 강경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도 정부와 의료계 간 구성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장은 "정부는 필수의료 살리기, 지역 불균형 해소 방편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의대 정원으로는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면서 "의사가 배출되기까지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리는데, 배출됐을 때 지금과 같은 의료환경에서는 (의대 졸업생들이)결코 필수의료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언론의 보도가 사실로 드러나면 회원들의 뜻에 따라 강력한 총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면서 "정부가 절차에 따라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국민 여론은 의대 정원 확대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넥스트리서치가 매일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1.1%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3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66.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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