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한덕수 총리 "의사부족 돌이킬 수 없는 지경.. 단체행동 자제해야"
복지부 "의대 증원 4월 전 학교별 배정" "환자 생명 도구 삼지 말라"
전공의들, 12일 밤 '철야 토론'.. 집단행동 대신 성명서로 대체?
보건의료노조 "의대증원, 강대강 치킨게임 아닌 대화를"

정부의 강경 대응에 의사단체는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도 파업 등 단체행동에는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강경 대응에 의사단체는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도 파업 등 단체행동에는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의사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2025년 대입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 연일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의사단체는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도 파업 등 단체행동에는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대통령실·한덕수 총리 "의사부족 돌이킬 수 없는 지경.. 단체행동 자제해야"

정부는 지난 6일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고,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후 의사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집단행동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0명 증원도 모자란다"며 "의사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인만큼 의대 입학 정원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정원에 관해서는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대해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실행의 타이밍을 여러 가지 이유로 번번이 놓쳤다"며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논의는 정권 차원을 떠나서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들로서 의사들도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0년 동안 변호사는 10배 늘었는데 의사 수는 3배 늘었다"며 "소득이 증가할수록 전문 직역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나기 마련인데 의사 숫자는 필요한 만큼 늘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의사들은 2천명 증원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하지만 2천명을 지금부터 늘려나가도 부족하다는 게 우리가 가진 의료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13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오직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만을 바라보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8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의대 입학정원 확대의 필요성과 의사 집단행동시 원칙적 대응 기조를 밝혔다.

한 총리는 "의료인력 부족으로 국민들께서 단순히 불편을 겪는 수준을 넘어 수시로 생명과 건강까지 위협받게 되는 상황이 됐다"며 "이 상태를 방치할 경우 2035년이 되면 우리나라 의사수는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 의료인력 부족, 지역간 의료 격차 등과 같은 문제는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하여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은 이런 큰 그림의 한 부분이지, 의사에게 모든 짐을 지우려는 단견의 소산이 아님을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4대 패키지 중 어느 과제 하나 소홀함 없이 의료개혁을 충실히 추진해나가겠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절대적인 의사 수 확충 없이는 현재 의료체계로 생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개혁의 출발점이자 필수과제로, 국민들께서도 그 필요성을 체감하시고 정부 계획을 지지해주고 계신다"며 "의료계에서도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부의 계획에 동참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의대 증원 4월 전 학교별 배정" "환자 생명 도구 삼지 말라"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조기에 확정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보건복지부는 총선이 열리는 4월 전에 대학별 증원 배정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 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브리핑에서 최근 의사단체가 언론 등을 통해 제기한 ▲의대 정원 발표는 선거용 ▲필수의료 개혁은 의사 죽이기 또는 노예화 ▲정부 강경대응 ▲과도한 증원 규모 ▲의사 수 증원에 따른 건보 재정 파탄 등에 대한 주장에 반박했다.

박 차관은 "의사 증원 정책은 오직 국민 보건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었다"며 "복지부는 (선거가 있는) 4월 전에 학교별 배정을 확정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해 관련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필수의료 개혁은 의료인과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며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고, 사법적 부담은 덜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차관은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 대응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며 "법을 지키고 환자 곁을 떠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2000명 증원은 2035년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의사인력 1만5000명을 감안할 때 이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과도하지 않다"며 "19년 간 증원이 이뤄지지 않아 부족해진 의사 수를 감안하면 결코 많은 수준이 아니다. 너무 많이 늘리는 게 아니라 너무 늦은 것"이라고 했다.

건보 재정과 관련해서는 "지역 필수의료 인력 부족으로 인한 국민 건강과 생명 위협보다 더 큰 지출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 남용 방지 등 건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과 전공의 등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 지역 내 진료기관 휴진 비율이 30%를 넘으면 진료 개시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박 차관은 의협이 오는 15일 궐기대회를 예고한 것에 대해 "집회를 하는 것 자체를 정부가 왈가왈부 할 수는 없고, 정부를 향한 비판은 자유롭게 하되 집단 휴진, 집단 사직 또는 집단 연가 등 환자의 생명을 도구 삼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의협에서 주장한 TV토론 등) 어떠한 형태의 토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공의들, 12일 밤 '철야 토론'.. 집단행동 대신 성명서로 대체?

지난 2020년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막아선 전공의들이 다시금 증원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본격 논의에 나섰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총파업 등 집단행동 대신 성명서로 갈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오후 9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시작해 철야 토론을 진행했다.

앞서 대전협은 지난 5일 수련병원 140여곳의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느냐'고 설문한 결과 88.2%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고 공개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정부의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한 집단대응 방안을 두고 전공의들이 머리를 맞댄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은 2020년 집단행동을 통해 정부의 의대 증원을 무산시킨 것처럼 이번에도 연가 투쟁 등 공동으로 대응할 방안을 모색했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논의 끝에 집단 연차, 파업과 같은 단체 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성명서를 내는 방향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근무를 계속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향후 대전협을 비롯한 의사단체들의 대정부 대응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이미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설치하기로 했다.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여는 데 이어, 17일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건의료노조 "의대증원, 강대강 치킨게임 아닌 대화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와 의사단체에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의사단체는 국민을 사이에 놓고 치킨게임을 벌일 때가 아니라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들은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은 어떠한 정당성도 명분도 없다"면서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는 19년째 의대 정원을 동결한 상태로, 의사단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로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강경 대응 방침 카드만 꺼낼 것이 아니라 의사단체 설득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로 늘어난 의사인력을 어떻게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로 유입되게 할 것인지, 돈을 잘 버는 비필수 진료과에 의사가 몰리는 의료 불균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또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살리기와 관련한 TV 토론, 전문가·시민사회단체 좌담회 등 다양한 공론의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위기로부터 국민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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