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인사 파동 문책성 경질? 대북 전문가로 지휘부 교체 목적?
신임 국정원장 후보 다수 거론.. 대통령실 경호처장·안보실장 등도 가능성
윤건영 "용산이 국정원 장악하려는 것" 박지원 "1·2차장 먼저 임명, 하극상 초래"
![국정감사에 출석한 권춘택 1차장(왼쪽부터), 김규현 원장, 김수연 2차장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6085_428749_657.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영국·프랑스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국가정보원장과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을 전격 경질했다.
사상 초유의 국정원 지휘부 교체에 대해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는 '대북정보 강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국정원 내부에서 인사문제로 인한 잡음이 지속되는데다 그러한 갈등이 외부로 지속적으로 유출 된 것에 대한 문책성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무리한 국정장악 시도가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6일 김 원장과 1·2차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 영국 공사를 임명해 당분간 원장 직무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신임 2차장에는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이 임명됐다.
대통령실은 "김규현 원장은 정권 교체기에 국가 최고 안보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 위상을 재정립하고 우방국 정보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 원장 체제는 지난 정부 당시 약화된 한미 정보협력 등을 복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지금은 한미·한미일 협력이 잘 돌아가고 있으니 북한에 특화된 능력을 더 활용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정원 인사파동 문책성 경질? 대북 전문가로 지휘부 교체 목적?
대통령실은 정책 변화에 따른 인사라는 설명이지만 정치권과 정보 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경질 성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국정원 내부 알력 다툼이 끊이지 않자 윤 대통령이 기강을 잡기 위한 문책성 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국정원은 1급 간부들에 대한 보직 인사를 했다가 약 1주일 만에 번복하고 직무 대기발령을 냈다. 이에 대해 김 원장 측근으로 알려진 A씨가 자신과 가까운 이들의 인사를 전횡하려다 윤 대통령에게 투서가 보고된 이후 뒤집혔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돌연 사의를 표했을 때 조 실장과 국정원 수뇌부 간 충돌설이 제기됐는데, 당시에도 A씨의 인사 전횡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또, '외교관 출신'의 김 원장을 견제해 왔던 '공채 출신' 권 1차장의 비위 의혹도 불거지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김 원장이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찾아 윤 대통령에게 비공개 업무보고를 예정대로 하면서 그가 유임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영국·프랑스를 방문 중이던 지난주에도 김 원장과 권 차장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등 대북 관련 이슈가 부각됨에 따라 지휘부를 대북 전문가로 교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새로 임명된 1차장과 2차장 모두 대북전문가이다. 1차장에 임명된 홍장원 특보는 국정원 재직 중 대북 공작 파트에서 첩보 수집이나 휴민트(인적정보) 관련 업무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영국 대사관 공사를 지냈고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맡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신임 2차장에 임명된 황원진 특보도 국정원 재직 중 북한정보국장을 거치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된 대북 관련 업무 전문가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신임 1·2차장에 대해 "해외 정보와 대북 정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평가했다.
신임 국정원장 후보 다수 거론.. 대통령실 경호처장·안보실장 등도 가능성
이제 관심은 후임 국정원장에게 향해진다. 현재 국정원장 후보로는 다수의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국정원 내부 출신에선 대북공작국장 출신 김승연(육사 38기) 국정원장 특보와 변영태 전 해외공작국장, 김옥채(육사 38기) 일본 요코하마 총영사,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김승연 특보는 이명박 정부 때 원세훈 국정원장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변영태 전 국장은 해외공작 전문가고, 김옥채 총영사는 일본 대사관에서 주로 근무하면서 첩보 활동을 해왔다.
외부 출신에선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김숙 전 국정원 1차장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김용현(육사 38기) 현 대통령 경호처장도 후보군으로 거론하고 있다. 김 처장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경호처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해 왔다. 육군 3성 장군 출신으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요직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실 용산 이전 작업도 주도한 바 있다.
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의 이름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과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난 김관진 전 실장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국정원 지휘부 경질이 내부 갈등이 원인이 된 만큼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김승연 특보가 유력하다는 평가다. 이번에 경질된 김 원장도 외교부 출신이다 보니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대북 대응 역량을 갖춘 인사를 선택한다면 김용현 경호처장과 천영우 전 외안수석이 유력해 보인다.
현재 대통령실은 급하게 국정원장을 인선하기 보다는 홍 1차장을 통해 국정원 내부 문제를 진단하도록 하고 결과를 본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후보 검증 시간을 가진 후 중폭 이상의 개각이 예상되는 다음달 중순 정도에 지명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건영 "용산이 국정원 장악하려는 것".. 박지원 "1·2차장 먼저 임명, 하극상 초래"
정확한 경질 배경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정원장과 1·2차장이 모두 경질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무리한 국정장악 시도가 원인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27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인사와 관련해, 후임자 없는 상태에서 국정원장, 1·2차장이 모두 교체되고 원장이 공석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아마 초유의 사태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가 이른바 '인사 파동'이란 사태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권 수석대변인은 "1·2차장은 감찰대상이다. 그동안 여러가지 구설이 있었는데 철저히 감찰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문책해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인사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원내에서 정보위 소집 등을 통한 사실관계 추궁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참 요상한 인사(人事)"라며 '빵점'이라고 평가했다.
윤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장을 교체한다면서, 차장부터 임명했다. 이 도대체 무슨 초식인가"라며 "정상적이라면 원장을 임명하고, 그의 의견을 들어 차장을 임명하는 게 상식적이다. 한마디로 거꾸로 가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차장 임명하는데, 원장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요상한 인사를 하는 것은 용산 대통령실이 국정원을 직접 장악하겠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어차피 '바지 사장'을 앉힐 생각이니 상관 없다는 생각일까"라고 했다.
이어 "아니면 국정원장 후보자로 '오직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을 점찍어 두었으니 상식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것일까"라며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는 빵점"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정보 기관이 1년반 동안 서너차례 인사 파동이 있었는데 결단하지 못했던 윤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며 "김 원장과 1·2차장은 해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감찰해 원인을 규명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임) 원장이 1·2차장 팀워크를 짜야 하는데 (1·2차장을 먼저 임명한 건) 말도 안 된다"며 "또 하극상이 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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