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일 연속 해상완충구역서 포격.. 합참 "연평·백령도 사격 등 군사 훈련 재개"
김종대 "연평도 포격 재현 우려" "우리 민간인 및 비군사시설 공격 가능성도 있어"
김여정 "포탄 아닌 폭약.. 기만작전" 軍 "코미디 같은 주장.. 수준 낮은 심리전" 설전
역대 통일부장관 "한반도 정세 엄중".. 이홍구 전 장관 "남북 대화 복원해야"

북한 해안포 사격 대응 우리 군 해상사격 훈련 [사진=연합뉴스]
북한 해안포 사격 대응 우리 군 해상사격 훈련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군이 5일과 6일에 이어 7일에도 서북도서 일대 9·19 군사합의에 규정된 해상완충구역(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포병사격을 사흘째 이어갔다.

남측을 겨냥한 것이 아닌 북한 내 사격이지만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면 언제든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통일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北, 3일 연속 해상완충구역서 포격.. 합참 "연평·백령도 사격 등 군사 훈련 재개"

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오후 4시께부터 5시 10분께까지 연평도 북방에서 90여발의 포병사격을 했다.

북한군은 야포와 해안포 등을 동원해 사격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했다. 발사된 포탄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한 것이 우리 군의 감시자산에 포착됐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 포탄이 NLL 이남에 낙하한 것은 없고, 우리측 피해도 없다"며 "우리 군의 대응 사격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서북도서 인근 포 사격은 지난 5일 이후 사흘째다.

북한군은 지난 5일 오전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해안포 위주로 200여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했다. 북한군이 서해 NLL 방향으로 사격을 실시했고, 발사된 포탄은 대부분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으며, NLL 이북 7㎞까지 근접했다.

북한군은 6일 오후에도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야포 위주로 60여발의 사격을 실시했고, 이 중 일부는 서해 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다.

북한의 포격이 지속되면서 우리 군도 이에 대한 맞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우리 군은 8일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2018년 체결된 9·19 남북 군사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면서 군은 9·19 합의에 따라 중단한 연평·백령도 사격, 서북 도서 해상 기동 훈련 등 전방 지역에서의 방위 태세 훈련을 6년 만에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합참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9·19 합의를 3600여 회 위반했고, 지난 5일부터는 사흘간 연속으로 포 사격을 했다"면서 "적대 행위 중지 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9·19 합의로 중단됐던 서북 도서 해병대의 정례 해상 사격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상 및 지상 완충 구역에서 함정 및 육상 부대 기동, 포병 사격 등 훈련도 재개하기로 했다.

김종대 "연평도 포격 재현 우려" "우리 민간인 및 비군사시설 공격 가능성도 있어"

이처럼 남북간 군사 행동이 이어지자 국지전 형태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9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교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평도 포격전은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 경 북한이 아무런 선전포고도 없이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의 대연평도를 향해 포격하자 대한민국 해병대가 피격 직후 북한의 영토를 향해 대응사격을 가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으며 각종 시설 및 가옥이 파괴되는 재산 피해를 입었다.

김종대 교수는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단순한 훈련이었다"며 "북에서 자제하라는 경고가 왔는데 고성능 화기 K9자주포를 발사하면서 교전상태로 이어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별다른 경계선이 없던 상황에서 북한이 계속 사격훈련을 하면 대응하겠다고 레드라인을 제시했는데 북측 수역에 포탄이 떨어지면서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새해 들어 남북이 포격을 주고 받은 것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이라면 언제든 교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교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국가라고 규정한 것을 언급하며 "앞으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라든가 비군사시설에 대한 공격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여정 "포탄 아닌 폭약.. 기만작전" 軍 "코미디 같은 주장.. 수준 낮은 심리전" 설전

남북간 설전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2일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공로"라며 윤 대통령은 북한이 자위적인 군사력을 키우는데 공헌한 '특등공신'이라고 비꼬은데 이어 이번 포격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기만 작전에 한국군이 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7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 군대는 130㎜ 해안포의 포성을 모의한 발파용 폭약을 60회 터뜨리면서 대한민국 군부 깡패무리들의 반응을 주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허세와 객기를 부려대는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의 실지 탐지 능력을 떠보고 불 보듯 뻔한 억지 주장을 펼 놈들에게 개망신을 주기 위해 기만작전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폭약 터지는 소리를 포성으로 오판하고 포사격 도발로 억측하며 뻔뻔스럽게 탄착점까지 서해 북방한계선 북쪽 해상완충구역에 떨어졌다는 거짓을 꾸며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는 해당 수역에 단 한 발의 포탄도 날려 보내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은 우리가 던진 미끼를 덥석 받아 물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합참은 우리 군의 탐지능력에 대한 수준 낮은 대남 심리전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NLL 인근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활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합참은 7일 "오늘 김여정이 발표한 담화문은 코미디 같은 저급한 선동으로 대군신뢰를 훼손하고 남남갈등을 일으키려는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 영토와 국민을 대상으로 도발할 경우에는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합참 관계자는 "김여정 부부장이 우리 군의 탐지능력에 놀라 거짓 담화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제도 북한이 포사격을 한 것은 우리 군의 탐지자산에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북한의 포격으로 부서진 연평도 주택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0년 북한의 포격으로 부서진 연평도 주택들 [사진=연합뉴스]

역대 통일부장관 "한반도 정세 엄중".. 이홍구 전 장관 "남북 대화 복원해야"

연초부터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긴장이 고조되자 역대 통일부 장관들이 통일부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라고 주문했다.

통일부가 8일 개최한 신년 인사회에는 손재식(10대), 이홍구(14·20대), 강인덕(24대), 박재규(26대), 현인택(35대), 류우익(36대), 홍용표(38대) 등 역대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재직한 통일부 장관들은 모두 불참했다.

이날 참석자 대부분이 보수 성향임에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태우·김영삼 정부에 걸쳐 통일부 장관을 두 차례 맡은 이홍구 전 장관은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급 남북 간 대화 복원에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당부했고, 손재식 전 장관은 우리가 북한을 닮지 말고 북한이 우리를 닮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인택 전 장관은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태에 주목하면서, 올해 국내외 다양한 정세와 관련한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용표 전 장관은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통일 담론을 만들어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박재규 전 장관은 통일문제 방향성 논의에 해외 연구기관과 민관 토론회를 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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