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청특위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野 "김 여사 국정농단" 與 "법카로 과일 1천만원 사 먹어"
"여성 대법관, 인구 대비 대표성 유지해야" "재판지연 해결 위해 법관 늘려야"
신 후보 "소수자 아픔에 공감, 공정한 판단 약속"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2/636886_440554_97.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여야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열띤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가방을 수수하는 영상을 재생하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맞섰다.
한편, 신 후보자는 1969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거쳐 지난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27년간 서울·대전·제주·창원·수원 등 법원에서 민사·형사·행정 등 다양한 재판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여성 최초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野 "김 여사 국정농단" 與 "법카로 과일 1천만원 사 먹어"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인청특위)는 2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신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첫 질의자로 나선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전달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재생한 뒤 "면담한 사람이 고가의 명품백을 건네는데 거절하지 않고 받았고, 그분의 정책 제안에 동조하면서 남북문제에 나설 건데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명백하게 헌법 위반이고 국정농단이고 국정 개입"이라며 "선물을 거절하지 않고 받은 건 청탁금지법에 해당하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해당 영상이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발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동료 야당 의원의 질의를 들으면서 지금 총선 유세장에 왔나 생각이 든다"며 "아무리 준비가 안 돼도 그렇지 어떻게 후보자 검증과 무관한 이슈로 인사청문회를 파행으로 유도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희용 의원은 "몰카 공작한 것을 틀어 입장을 물어보고 난처하게 만들면서 정치공세를 하면 되겠나"라며 "저도 단체장 했던 분이 법인카드로 과일을 1000만원씩 사 먹고, 일제 샴푸 사고, 초밥 먹는 것은 안 물어보려고 한다. 그 부인이 법인카드 논란이 있어 재판에 출석한다는 이런 질문을 해서 청문회가 되겠나"라고 이재명 대표와 부인 김혜경씨를 끌어들였다.
이에 강민정 의원은 "명품백 사건은 전 국민의 관심사고 국가적 이슈가 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대법관 후보자가 사실을 모르고 고민도 안 하고 있다면 후보자 자격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이 신 후보자를 향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신 후보자는 "대법관 후보자로서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라면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강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다시 재발의될 것이고 그러면 대법원에서도 관련된 사안처리를 해야 될 사안"이라며 "대통령 거부권이 제약 없이 행사되도록 하는 현실이 개선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신 후보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취지에 맞춰서 행사돼야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고 언급한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디해 신 후보자는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는 말이 있었던 것을 최근에 알았다"며 "그 말씀은 굉장히 부적절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성 대법관, 인구 대비 대표성 유지해야" "재판지연 해결 위해 법관 늘려야"
이후 청문회에선 주요 현안과 정책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다양성을 고려할 때 현재 여성 대법관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자 대다수 여성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어 "인구 대비 대표성은 유지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말하자 신 의원은 "적어도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미인가"라고 되물었고 신 후보자는 수긍하며 "반대하실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대법관 14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신 의원이 '여성할당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우리나라는 성별갈등이 첨예하고 그 갈등의 근본에는 병역의무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병역의무를 홀로 부담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다투시는 분들에게 설득력 있는 해소책을 마련해 드린 후에 전반적으로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신 후보자는 젠더법연구회 창립 멤버이자 회장을 맡으며 여성 인권 향상에 앞장 서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차관이 여성 의료인력 효율이 떨어진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 신 후보자는 "여성이 그 직역에 많아지면 사회적 지위가 떨어진다는 말을 식사 자리에서 많이 들었다.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말했다.
또, 성범죄 사건 판결 형이 낮다(민주당 허숙정)는 지적에는 "양형 기준은 어느 정도 정비됐지만 개별 사건에서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양형심리와 유무죄 심리가 분리해 이뤄지기 어려운 점이 있어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1심 판결문에 의하면 사법권 독립 침해가 있었느냐'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신 후보자는 "있었다고 보인다"고 일부 인정했다.
신 후보자는 재판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관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3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신 후보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사실 그 이상 늘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예산사정을 고려하면 한꺼번에 늘리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수법원 신설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생법원이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수원에 설치되고 나서 굉장히 국민의 호응이 높다고 알고 있다. 가능하면 고등법원 권역마다 설치되면 국민께서 좋아하시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안락사 허용 문제와 관련해 신 후보자는 "적극적 안락사는 자살 방조와 같은 전통적 법관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는데 네덜란드 전 총리와 같이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소극적 안락사(생명 연장 조치 중단)는 입법화가 된다면 굳이 저어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헌법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취지의 지적에 대해 신 후보자는 "헌법이 우리나라에 가장 최상위법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저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저를 비롯한 가족들과 주위 친지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이 문제를 굉장히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법원의 영역으로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정치사회 영역에서 타협해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신 후보 "소수자 아픔에 공감, 공정한 판단 약속"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는 "소수자와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대법관에게는 수시로 바뀌는 여론이나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어 "저는 이른바 젠더 전문 법관이 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며 "판단 과정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며 그들과 소통하는 법관이 되려고 노력했고, 젠더 관련 활동은 그 과정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관이 특정한 집단이나 이념에 대한 편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재판이란 작은 목소리와 숨은 이해관계까지 면밀히 살피는 균형감각과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법과 원칙에 충실한 재판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신 후보자는 "저는 법정에서 당사자들에게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설명하고 보장하려고 노력했고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재판을 진행하며 이해관계를 꼼꼼히 살펴 공정하면서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흔히 사법부의 정당성은 소수자 보호 임무에 있다고 한다"며 "또 한 나라의 발전 정도는 아동과 여성,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의 웃음소리에 비례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