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위기, 한동훈 아닌 윤석열에게 열쇠 쥐어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유세 발언이 여야 간의 논란 거리로 부상했다. 한 위원장은 28일 총선에 대한 지지층의 관심을 촉구하며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평소 말 실수에 대한 경계를 강조하고 본인 스스로도 설화를 일으킨 적이 없던 한 위원장이 ‘개’라는 표현을 꺼낸 것은 국민의힘의 다급해진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해석들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상황실장은 "무학대사께서 '부처님 눈으로 보면 다 부처로 보이고 돼지 눈으로 보면 다 돼지로 보인다'는 불안돈목의 고사를 남기신 바 있다"고 반박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정치를 개같이 한다? 저는 개를 사랑하는데 좋은 말이죠? 그거 칭찬이죠?”라고 되물은 뒤 “불경에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열세의 상황에서 ‘이재명-조국’ 심판의 구호로는 판세를 변화시키는데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야권의 정권심판론이 먹혀들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여당이 ‘정권심판론 대 야당심판론’의 구도로 가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은 정권심판론으로 기울어져가는 중도층에게 와닿는 자성의 목소리부터 내는 것이 순서이다.

물론 한동훈 위원장도 28일 재외선거권자 대상 비례대표 선거운동 방송연설에 출연해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희망을 드리지 못하는 우리 정치를 반성한다”면서 "저희부터 달라지겠다.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정치 쇄신 약속을 드린다"고 하기는 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유권자들, 특히 중도층이 정권심판론으로 많이 이동한 근본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이종섭-황상무’ 문제를 논란 거리로 만들면서 국민의힘이 잠시 누렸던 ‘한동훈 효과’를 꺾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그리고 의대 정원 문제도 벌려는 놓고 수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 발언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국민의힘 스스로 체질개선을 못한 채 한동훈 위원장의 개인플레이에 의존해온 한계의 측면도 있지만, 용산발 악재로 인해 국민의힘이 휘청이는 상황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직접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여권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싸늘한 시선을 어느 정도라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에서 있었던 소통부재의 국정운영에 대해 진솔하게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서도 ‘2000’이라는 숫자에 대한 자승자박을 풀고 사태를 진정시켜야 민심의 변화가 다소라도 가능해질 것이다. 29일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사의 표명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정 전반에 걸친 반성과 쇄신을 다짐하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직접 전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가까스로 잠시 만들었던 ‘한동훈 대 이재명’의 구도가 ‘윤석열 대 정권심판세력’의 구도로 된 것은 국민의힘에게는 이번 총선을 반년 전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시점으로 되돌림을 의미한다. 만약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크게 패한다면 누구보다 타격을 받은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가 됨은 물론이고 온갖 특검법과 심지어 탄핵소추에 갇히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절박한 윤 대통령 본인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직접 나서서 달라지겠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그렇게 혹독한 심판을 당했으면서도 아직까지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용산의 모습이 자신들에게 지금 같은 화를 다시 자초하고 있다.
 

유창선 칼럼니스트
유창선 칼럼니스트

 

유창선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정치사회학 전공)
한림대, 경희 사이버대 외래 교수 역임
SBS, EBS, B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
현재 여러 언론에 칼럼  연재중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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