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5237억 증액 추경안 편성하면서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
대구대표도서관·박정희 공원 동시 개관…시내 두 곳에 동상 건립
대구시민단체, 우상화 반대 입장 "기념사업 지원 조례 철회" 요구
홍준표 시장은 시민단체 반대 여론에 대해 "좌파단체 주장일 뿐"
"나는 친박 아니어도 헌정 중단 우려해 박근혜 탄핵 반대" 소회 밝히기도

발언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촬영 연합뉴스=윤관식]
발언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촬영 연합뉴스=윤관식]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행보가 최근 심상치 않다.

홍 시장은 '친박은 아니지만 헌정 중단을 우려해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다'고 강조하며 동시에 '박정희 기념사업을 추경예산 편성안에 포함'시키는 등 일찌감치 차기 대권을 향한 TK·보수결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6일 5237억 원이 증액된 11조 1109억 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예산은 대구경북신공항 조기 착공, 미래혁신기술박람회 개최, 대구의료원 통합 외래진료센터 구축, 동부소방서 이전 신축, 대구대표도서관 건립, 신천 수변공원화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박정희 산업화 정신 출발은 대구"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 의지

그런데 추경예산에 포함된 사업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도 들어있다. 이번 추경예산 편성안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과 2.28 자유정신이 공존하는 자랑스러운 역사적 정체성을 가진 도시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취지로 대구대표도서관 앞 박정희 공원과 박정희 광장(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히 동상을 건립하기 위한 14억 5000만원도 들어있다. 또 대구대표도서관과 박정희 공원을 내년에 동시에 문열기 위한 건립비 115억 원도 편성됐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22일 대구시의회 임시회를 통해 "대구는 제2의 산업화 시대를 열어가야 하며 과거 자랑스러운 역사 재조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박정희 기념사업을 당당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박정희 산업화 정신은 출발이 대구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정희 기념사업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준비위원회는 지난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는 박정희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철회해야 한다"라며 "동대구역에 박정희 동상 건립 등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조례가 입법 예고됐는데 박정희는 대구 역사와 시민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또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22일 시의회 앞에서 발족실을 열고 "홍 시장에게 박정희 기념사업 일대일 찬반 토론을 제안한다"라며 "다음달 2일까지 시의회 앞에서 천막농성과 1인 릴레이 시위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시장의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홍 시장은 지난달 11일 시 간부회의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관련 조례 제정과 동상건립준비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구미 출신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띄우는 사업을 직접 시행함으로써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보수 결집을 일으키겠다는 홍 시장의 의중이 엿보인다.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이 단순히 시 차원의 사업이 아닌 정치활동이라는 해석은 홍 시장 스스로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홍 시장은 시의회 임시회에서 지역내 일부 반대 여론에 대해 "일부 좌파 단체에서 주장하는 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예산을 짰냐는 것은 멍청하고 무식한 것이다. 국회는 매년 예산 부수 법안과 예산을 동시에 제출한다"고 비난했다. 박정희 기념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좌파라고 규정한 것이다.

기자회견 여는 시민단체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기자회견 여는 시민단체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홍준표 시장 "박근혜 탄핵 반대"…보수 성향 TK 여론 결집

또 홍 시장은 22일 자신의 SNS을 통해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홍 시장은 "나는 친박이 아니어도 박근혜 탄핵 반대했고 박근혜 탄핵인용 헌법재판소 심판도 비판했다"라며 "그건 헌정중단이어서 나라의 안정을 위해 반대했던 것이지 친박이어서 반대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의 박근혜 탄핵 반대 발언과 박정희 기념사업과 묶어서 살펴보면 보수결집을 통한 당내 입지 구축이라는 시각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특히 박정희 정서와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자신에게 호의적인 여론을 결집시켜 차기 대권을 노리는 포석이라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이와 함께 홍 시장은 이미 자신의 SNS을 통해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비난자'라며 비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홍 시장은 이런 시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이 홍 시장의 최근 발언들이 한동훈 전 위원장과 경쟁구도 및 대권 행보와 연결되어 있다고 논평한 것에 대해 홍 시장은 SNS에서 "3류 평론가들은 누구와 경쟁구도 운운하기도 하지만 아직 대선은 3년이나 남았고 지금은 윤석열 정부에 협조하고 바른 조언을 해야 나라가 안정이 된다"라며 "일부 잡설로 국민들을 혼란하게 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친윤이 아니어도 나라의 안정을 위해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반대한다"라며 "이를 두고 친윤 운운하지만 나를 계파구도에 넣는 것은 참으로 모욕적이다. 나는 30여년 정치역정에 단 한번도 계파정치를 한 일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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