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SNS 통해 "한동훈 용서하기 어려워" 공격 이어가
안철수 "자숙과 성찰을"…이준석 "새로운 이미지 구축해야"
나경원 "한동훈 전대 출마와 나의 추후 정치 행보 무관"
정작 한동훈은 조용…당직자 만찬 외 특별한 움직임 없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장관이 안경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장관이 안경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본인은 한달 가까이 공식 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데 정작 국민의힘에서는 그 이름이 계속 거론된다. 국민의힘이 새로운 당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은 계속 오르내린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존재감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증거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놓은 뒤 한달 가까이 공식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오찬 회동 제의도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그나마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3일 선거기간 함께 지낸 당직자들과 만찬 회동이다. 이 자리에서 "정기적으로 보자"고 말한 것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당권 잡으면 차기 대선 주자로 발돋움…대권주자 견제 움직임

이처럼 한동훈 전 위원장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것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차기 대권 경쟁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져 조기 대선론이나 임기 단축설까지 나오고 있는 시점이어서 당권을 잡을 경우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로 단숨에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당헌으로는 차기 당 대표가 될 경우 대선후보 경선 출마가 힘들다.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6개월 전에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이 2027년 3월 3일이므로 2025년 9월에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대선 9개월 전인 2026년 6월에 지방선거가 열리기 때문에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면 지방선거도 지휘하지 못하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국민의힘 황우여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황우여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대선주자들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안철수 의원과 김태호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 개정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홍준표 시장은 자신의 SNS에서 "당 대표 선출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책임질 사람을 뽑는 선거인데 대선 경선 출마 예정자는 2025년 9월 8일까지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출마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당권과 분리 규정 개정 주장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당권을 잡을 경우 차기 대선으로 가는 길은 탄탄대록 될 수 있다. 전당대회 출마와 개최 시기를 놓고 국민의힘 내외에서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만큼 차기 대선주자들의 한동훈 견제는 갈수록 더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연일 한동훈 직격 "갑툭튀가 나라 혼란하게 하면 안돼"

오랫동안 한동훈 전 위원장을 공격해온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에도 자신의 SNS을 통해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홍 시장은 "한동훈의 잘못을 미리 지적하는 이유는 윤석열 후보와 경선 때 저질렀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다. 당시 민심에서는 10%P 이상 앞섰지만 당심에서 지는 바람에 윤석열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던 것인데 또다시 갑툭튀가 나타나 대한민국을 다시 혼란스럽게 하면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한동훈의 잘못과 무능을 미리 알리고 있는 것"이라며 "한동훈이 문재인 전 대통령 지시로 우리를 궤멸시킨 국정농단 사건의 참상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득이하게 받아들여 모시고 있지만 한동훈은 용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 시장이 겨누고 있는 화살은 비단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편을 드는 것 같은 행동이나 발언이라도 하면 홍 시장의 거친 언사는 어김없이 쏟아진다.

가장 좋은 사례가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저격이다. 황우여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8월로 미룰 수도 있음을 시사하자 홍 시장은 곧바로 자신의 SNS을 통해 반격했다.

홍 시장은 지난 8일 SNS에서 "임명직에 불과한 전당대회 관리위원장인 비대위원장이 당헌과 당규에 손을 대는 것은 월권이다. 전당대회 관리위원장에 불과한 비대위원장은 그냥 조속히 전당대회를 열어 당권 넘겨주고 나가면 되는데 무슨 당대표나 된듯 새롭게 비대위원 임명하고 당대표 행세하면서 전당대회를 연기하려고 하니 참 가관"이라며 "욕심 부리지 말고 선출된 당대표에게 맡기고 정해진 당헌과 당규대로 전당대회 관리만 신속히 하라"고 주장, 황우여 위원장을 향해 전당대회 초기 개최를 요구했다.

홍준표 시장이 전당대회 연기를 추진하는 황우여 위원장을 향한 공격을 이어가는 것은 전당대회가 늦어질수록 한동훈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레 출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긴 했지만 신평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가능한 한 연기해 달라는 말을 측근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그 말의 신빙성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한 전 위원장은 가능하면 전당대회에 참여하고 당 대표가 되려고 전당대회를 연기해달라는 뜻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준표 시장의 공격을 받은 황우여 위원장도 전당대회 연기는 한동훈 전 위원장 출마와 관련이 없음을 시사했다. 황 위원장은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 출마 여부와 시기가 연계되어 있다는) 그거에 대해서 생각을 깊이 하지 않았는데 (한동훈) 본인이 (출마를) 잘 결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것(한동훈 출마)을 염두에 두고 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또 황 위원장은 "당헌당규 개정은 헌법 개정이나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여론 수렴을 분명히 하고 협의를 완전히 해놓고 이의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불성실하게 시간만 지체한다면 왜 시간을 끄느냐는 말을 달게 받겠지만 누구 특정인을 뭐 한다는 건 아니다. 전당대회 시기를 6월 말로 치면 5월 20일부터, 다음주부터는 전당대회 레이스를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 그럴 수가 없는 것 아니냐"며 한동훈과 연결되어 있다는 시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철규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철규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尹대통령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 무미건조 발언…'친윤' 이철규도 한동훈 비판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한동훈 전 위원장과 관련해 언급했다.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질문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한 전 위원장은 정치입문 기간은 잛지만 주요 정당의 비대위원장 겸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며 "총선 전 한 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었다. 그 문제는 바로 풀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오찬 회동이 불발된 것에 대해서도 "선거 이후에 본인도 많이 지치고 재충전이 필요한 것 같아 부담을 주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20년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동훈 전 위원장을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통해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길을 잘 걸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목 하나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위원장의 관계는 거의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까운 사이에는 하지 않는 의례적인 덕담 느낌을 받았다. 이를 해석하면 '잘 가' 뭐 이런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발언이 무미건조하다는 의미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도 한동훈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철규 의원은 지난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론에 대해 "이번에 원내대표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의 근저에는 선거결과에 우리가 졌으니 구성원으로 책임을 느꼈다. 그래서 정치적 기여를 하고 싶은 욕망을 접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동훈 전 위원장도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나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총선 참패 지도부는 2선으로…韓, 당분간 물러나 있어야"

한동훈 전 위원장을 향한 비판과 반대는 친윤, 비윤을 가리지 않는다. 안철수 의원도 한동훈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반대 시각을 나타냈다.

안 의원은 9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 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본인의 판단"이라면서도 "선거에서 일단 패하게 되면 지도부는 일단 2선으로 물러나고 자숙과 성찰을 하는 것이 맞는 문법 아니냐. 원칙적으로 보면 한 전 위원장은 당분간 물러나 있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나경원 당선인도 한동훈 전 위원장과 본의 아니게 연결됐다.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나경원 당선인이 '한동훈 전 위원장이 출마하면 나도 출마한다'고 말했다"는 것에 대해 반박했다.

나 당선자는 10일 입장문을 통해 "특정 정치인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추후 정치 행보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준석도 한동훈 당권 도전에 부정적 "현명한 선택해야"

국민의힘 외부에서도 한동훈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인사로서 비윤 또는 반윤의 대표격인 인사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알게모르게 갈등을 겪었다는 점은 한 전 위원장과 닮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이 도전할 자리는 서울시장, 대통령 아니면 수도권의 중요한 보궐 정도일 것 같은데 이기는 것이 만만치 않다"며 "서사를 앞으로 쌓아가야 하는데 지금 대표가 된들 윤석열 대통령과 싸우는 서사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비대위원장 할 때도 보여주지 못했던 대단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이 대표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개인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냐가 중요한데 자질과 능력이 좋기 때문에 본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수의 취약 지역인 호남의 마을변호사를 하고 봉사를 하면 관심이 갈 것 같다"며 "한동훈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안 나올 것 같다. 여기에서 물리면 큰일 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도 "총선 참패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탓할 필요가 없다. 본인이 실패한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음 지방선거 전까지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반전시킬 기회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는 한동훈

한편 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차기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한동훈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여권 차기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 한동훈 전 위원장이 17%로 나왔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때보다 2%P 반등했다. 특히 한동훈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대구경북에서 28%, 부산, 울산, 경남에서 20%로 다른 후보에 앞서거나 대등한 경쟁력을 보였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3%, 안철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2%로 여권 또는 보수성향 인사 가운데 한동훈 전 위원장을 넘어선 경우는 없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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