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토론회 14건에 약 20억원 예산 투입.. 13건은 '긴급한 행사' 명목 수의계약
직원 3명 A업체, 2억 행사 수주.. B업체, 토론회 당일 수주 계약 체결
민주 "국회 관련 상임위 소집" "진상규명 거부시 국정조사 추진"
조국혁신 "해당 업체, 윤 대통령·김건희 여사와 무관한 곳이냐"
![민생토론회를 한번 개최하는데 1억 4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특정 업체를 지정해 계약하는 수의계약이 남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5/647575_453104_1654.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10 총선 직전까지 3개월 동안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별 숙원사업과 관련된 정책을 발표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이하 민생토론회)를 14차례 진행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민생토론회를 다음 주부터 재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야권은 민생토론회를 한번 개최하는데 1억 4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과 특정 업체를 지정해 계약하는 수의계약이 남발된 것을 문제 삼으며 '관권선거용 수의계약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생토론회 14건에 약 20억원 예산 투입.. 13건은 '긴급한 행사' 명목 수의계약
A업체, 직원 3명에 2억 행사 수주.. B업체, 토론회 당일 수주 계약 체결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한 민생토론회를 다음 주부터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총선 직후 여러 현안이 많아서 민생토론회를 못했지만 아마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경북·전북·광주·제주 네 군데를 아직 못 갔는데 곧 가서 민생토론회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열린 민생토론회는 총 26회로 이 가운데 국가종합전자조달 나라장터에서 확인되는 민생토론회 계약은 14건이다. 12건은 세부적인 계약 조건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14건의 계약에 투입된 예산은 19억 9500만원 가량으로 토론회 한 번에 1억4천만원이 든 셈이다.
민생토론회는 각 부처별로 진행하던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를 대체한 것이다. 지난 2023년 청와대 영빈관 등에서 열린 신년 업무보고에 든 예산은 부처별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수준이었으나 민생토론회로 바뀌면서 10배 이상 늘어났다.
문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7조는 일반경쟁 입찰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나 14건의 계약 가운데 1건을 제외한 13건이 특정 업체를 지정하는 방식의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는데 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26조는 수의계약 사유를 '천재지변,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 작전상의 병력 이동, 긴급한 행사, 긴급복구가 필요한 수해 등 비상재해, 원자재의 가격급등, 사고방지 등을 위한 긴급한 안전진단·시설물 개선,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수의계약을 진행한 정부 부처 담당자들은 민생토론회가 '긴급한 행사'여서 수의계약 사유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행사를 '긴급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의 최용문 변호사는 "과거 대통령실 리모델링공사, 외교부장관 공관 인테리어공사, 청와대 개방 관련 리모델링 공사 등에서도 대통령실이 모두 '긴급한 행사'라며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과 유사하다. 대통령실에서 아전인수식으로 법을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지난 3일 오마이뉴스가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수억 원대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업체 가운데 일부는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는 영세업체라는 사실이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2020년 1월에 설립된 A 업체는 직원수가 3명에 불과하지만 2억이 넘는 금액을 수주했다. 또 B 업체는 1억 5천만원을 수주했는데 입찰공고에 이 업체만 응찰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이 업체는 추가로 2억원의 민생토론회 계약을 수주했는데 해당 계약은 행사 당일 이뤄졌다.
민주 "국회 관련 상임위 소집" "진상규명 거부시 국정조사 추진"
조국혁신 "해당 업체, 윤 대통령·김건희 여사와 무관한 곳이냐"
이처럼 정부 주관 행사에 특정 업체를 지정해 계약하는 수의계약이 남발된 사실이 전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관권선거용 수의계약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8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 차원에서 (민생토론회) 관련 상임위를 소집하도록 요구하겠다"며 "아울러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진상규명을 계속 거부할 경우 국정조사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에서는 여권이 총선용으로 무원칙하게 혈세를 투입하고 수의계약 형태로 선거법을 위반한 거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며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도 이와 관련해 22대 국회 개원 후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국민의힘을 돕기 위해 온갖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던 그 행사마저 '유령업체'에 수의계약 형태로 맡기면서 수십억 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마다 연초에 열리던 정부의 부처별 업무보고를 대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던 민생토론회 행사진행을 왜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했나"라며 "하필이면 해당 업체들 상당수는 왜 사무실도 없는 유령업체 의혹을 받는 곳이냐. 해당 업체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일가, 친척, 지인들과 무관한 곳이냐"고 따졌다.
김 대변인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뜻을 같이 하는 야당들과 함께 '총선용으로 급조한 민생토론회 관련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라며 "민생토론회 외에도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이전 과정의 수의계약 과정 등도 조사대상에 포함해 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부정부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윤석열 정권 관권선거 저지 대책위원회'는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기 대통령실이 민생 토론회를 통한 총선용 공약 남발로 선거에 개입했다며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같은 사유로 지난 4월 윤 대통령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이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경실련 관계자를 오는 13일 소환해 조사를 할 계획이다.
앞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민생토론회 고발인 4명 중 3명에 대한 조사는 마쳤다"며 "나머지 1명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방향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