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3가지 이유...헌법정신과 특검 취지에 부합않고, 특검법 독소조항
민주당 "28일 재의결 추진후 22대 국회서 1호법안으로 추진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채상병 특검법' 거보권을 행사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채상병 특검법' 거보권을 행사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야당에서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일명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취임 후 6번째, 법안 수로는 10건째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국무회의를 거쳐 순직해병특검법률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돼 7일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이다.

거부권 행사 3가지 이유...헌법정신과 특검 취지에 부합않고, 특검법 독소조항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진석 실장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정 실장은 우선 헌법정신을 언급하면서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삼권분립은 우리 헌법의 골간을 이루는 대원칙"이라며 "삼권분립 원칙하에서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며, 특검제도는 그 중대한 예외로서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여야 협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헌법적 관행을 야당이 일방 처리한 이번 특검법안은 여야가 수십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삼권분립 원칙상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특별검사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했다"며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 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두 번째 이유로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특검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현재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특히 "공수처는 지난 정부서 민주당이 사실상의 상시 특검으로 일방적으로 설치한 수사기관"이라며 "지금 공수처 수사를 못 믿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정 실장은 세번째 이유로 "특검법안은 특별검사 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번 특검법안에서는 대한변협 회장이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을 고르고 대통령은 2명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토록 했다"며 "이는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으로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에서 이 법안에 따른 수사 결과가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우리 사법 시스템 어디에도 고발인이 자기 사건을 수사할 검사를 고르도록 하는 모델은 없으며, 이는 사법 시스템의 기본에 관한 문제이고 상식에 관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또 "이번 법안에 사건의 대국민보고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실시간 언론브리핑을 하도록 했다"며 "이 조항은 법상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하는 잘못된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독소조항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보고, 봐주기 의혹이 있거나 납득이 안 될 경우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뜻을 밝힌 바 있다"며 "정부는 채 상병 사건의 안타까운 사망이 더 이상 정쟁의 소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국회의 신중한 재의를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의결 과정이나 특별검사 추천 방식 등 내용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민주당 "28일 재의결 추진후 22대 국회서 1호법안으로 추진할 것"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로 다가오자 민주당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적으론 재의결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거부권 행사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석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데, 범여권에서 17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즉각 장외투쟁에 나서는 한편 22대 국회 개원 직후 1호 법안으로 특검법을 재추진해 관철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해병대 소속 채모 상병이 순직한 지 288일 만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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