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채상병 특검법' 거부하면 10번째... 양곡관리법 시작으로 총 9개 법안 거부권 행사
이재명 대표, 영수회담 통해 대통령에 가족관련 의혹 해명 요구
박찬대 원내대표 당선인 공언한 '김건희 특별법' 다음 차례 될 듯
채상병 특검법 거부할 경우 정국 경색 불보듯…대통령 정치적 부담
범야권 "노란봉투법·방송3법도 22대 국회서 통과시킬 것" 다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2024.5.2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2024.5.2 hama@yna.co.kr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채상병 특검법'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2대 국회도 여소거야(與小巨野)로 구성된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회의 대치는 갈수록 첨예해질 전망이다.

지난 2일 21대 국회 5월 본회의에서는 여야 합의로 올라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곧바로 <채상병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 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이다. 하지만 총선 참패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 이후 협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 5월1일 여야 극적 합의가 타결됐다. 여야는 기존 이태원특별법에서 '독소조항'을 뺀 수정해 본회의에 올렸고 재적 의원 259명 가운데 찬성 256명, 반대 0명, 기권 3명으로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로 통과됐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러나 이날 함께 처리된 '채상병 특검법'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고,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 9개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간호법 제정안>(지난해 5월),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이른바 방송3법(지난해 12월), <김건희특검법>과 <대장동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올해 1월 5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올해 1월 30일) 등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여소거야'로 구축된 22대국회에서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9개법안을 모두 재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중 '이태원특별법'은 21대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지난 2일 본회의에 전격 통과됐다.  여기에 '채상병 특검법'이 새롭게 거부권 행사 법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가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로 합의한 뒤 재발의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4.5.2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가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로 합의한 뒤 재발의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4.5.2 kjhpress@yna.co.kr

국민의힘 "거부권 건의"…채상병 특검법 10번째 尹대통령 거부권 법안 될듯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곧바로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단독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대부분 불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웅 의원만 표결에 참여했다. 결국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사실 '채상병 특검법'의 본회의 상정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5월 국회를 열어줄 것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건의하면서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올려 처리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국민의힘도 모르지 않았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에서 이미 수사 중인데 수사 중인 것을 특검하는 경우는 없다. '채상병 특검법'은 특검 대상이 아니다"며 "기간 조정 등 분히 양보할 의지가 있으니 지금이라도 합의 처리를 시도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일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와 '이태원 참사 특별법' 합의처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본회의에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법들이 올라와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원하던 일은 생기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의사일정 변경안을 올렸고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윤상현 의원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이태원특별법을 여야 협치를 통해 통과시켰는데 바로 민주당 지도부에서 채상병 특검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온 것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얘기를 들어보면 김진표 국회의장과 홍익표 원내대표가 자기를 속였다고 하더라"며 "여야 합의처리하고 안 할 것 같더지만 갑자기 의사일정 변경안을 올려서 강행처리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또 윤 의원은 "채상병 순직 사건은 진실규명 반드시 해야 하고 어떠한 수사 외압도 알아봐야 한다. 그런데 공수처에서 왕성하게 지금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경찰은 경찰대로 과실치사 협의에 대해서 수사를 하고 있다"며 "공수처가 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는데 못 믿어서 특검을 한다는 논리다. 특검에 가기에는 절차적으로 미성숙하다고 판단한다. 이것도 여야 추후 협의를 통해 다음 국회에서 논의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을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더 나아가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여야 합의가 안 됐고 이미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말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채상병 특검법'이 10번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윤재옥 원대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더불어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 대해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야당을 규탄하고 있다. 2024.5.2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야당을 규탄하고 있다. 2024.5.2 utzza@yna.co.kr

22대 국회는 더욱 거센 대정부 강경 드라이브…김건희 특검법 아킬레스건 될까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요청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이다. 결국 거부권 행사는 확정적이다.

이 경우 대통령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다. 우선 여당 이탈표에 대한 우려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서 재의 표결을 할 경우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만 통과된다. 현재 295명 의원 가운데 국민의힘 113명과 자유통일당, 무소속 의원 각 1명을 더하면 범여권은 115명이다. 

295명이 전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다고 가정할 경우 범여권에서 18명이 찬성표를 던지면 채상병특검법은 가결된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공천에서 낙천했거나 낙선, 또는 불출마를 선언했던 일부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고 본다. 이미 김웅 의원이 국민의힘 집단 퇴장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 찬성에 표를 던졌다. 이미 이탈표 하나가 생긴 것이다.

또 표결 때 자리를 이탈했지만 평소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보훈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론을 폈던 안철수 의원의 생각도 미지수다. 표결 때는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해 이탈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안철수 의원은 방송을 통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말해왔다. 지금으로서는 반대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는 하지만 20여일 후 재의 표결 때 다시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채상병 특검법' 다음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법안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법안들이다.

이 가운데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김건희 특검법>이 가장 먼저 22대 국회에 올라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했을 때 가족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면서 김건희 특검법 상정이 예고되고 있다.

박찬대 의원은 지난 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21대 마지막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이 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3일 22대 국회 1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김건희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당론으로 재발의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 첫 법안으로 내세운 <한동훈 특검법>도 있다. 박찬대 의원은 지난 1일 SBS 라디오를 통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생각은 거의 일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입틀막 거부·언론장악 방지를 위한 22대 국회 1호 입법 다짐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4.24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입틀막 거부·언론장악 방지를 위한 22대 국회 1호 입법 다짐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4.24 saba@yna.co.kr

22대 국회 노란봉투법·방송3법 대기…여당 이탈표 관심집중

이뿐이 아니다.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 역시 범야권에서 22대 국회 개원 즉시 처리하겠다는 법안들이다. 이 역시 지난해 12월 1일 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들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소속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149명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반노동 정책을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하며 노란봉투법 발의를 예고했다. 노란봉투법은 야당이 22대 국회 개원 뒤 추진할 노동입법 1순위로 꼽힌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보수층에서도 반대 입장을 보이는 법안이라 보수성향의 야당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부담은 적다.

하지만 방송3법은 개혁신당도 찬성하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녹색정의당, 개혁신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 등 야 8당은 지난달 24일 '입틀막 거부,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제22대 국회 1호 입법 다짐문'을 발표하고 방송3번 처리를 예고했다. 이 자리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저지 긴급 현안 간담회'를 열고 방송3번을 당론으로 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2대 국회에서는 지금보다 이탈표가 더 적다. 21대 국회의 범여권 의원은 115명이지만 22대 국회는 108명이다. 지금은 18명이 이탈해야 재의 표결이 통과되지만 22대 국회는 8명만 이탈해도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여당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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