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오물풍선 240개 중 10개만 낙하
9일 탈북민 단체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
외부지원 거부 "수재민 1만5400명 평양서 보호"
전문가 "김정은, 애민지도자 위상 노림수"

군 관계자들이 오물풍선 내용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4.7.24 [사진=연합뉴스]
군 관계자들이 오물풍선 내용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4.7.24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이 지난 10일 저녁 다시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수해 지원을 거부하면서 "한국 쓰레기들"이라고 비난한 직후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수해 지원을 모두 거부하고 자력으로 복구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애민행보를 통해 민심을 다잡고 체제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11차 오물풍선 240개 중 10개만 낙하.. 9일 탈북민 단체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

11일 합동참모본부는 저녁 7시 55분쯤 "북한이 대남 쓰레기 풍선을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오물풍선 살포는 11번째로 지난달 24일 이후 17일 만이다. 우리군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240여 개의 오물풍선을 식별했으며 이 가운데 10여개만 경기북부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플라스틱병 등이었다.

이날 오물풍선 살포는 지난 9일 남측 탈북 단체가 날려 보낸 대북 전단 풍선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번 11차 오물풍선 살포로 인한 피해는 없으나 지금까지 10차례의 오물풍선으로 인해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 운영이 총 12차례나 중단되는 등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인해 인천공항 활주로는 총 12차례, 265분간 운행이 중단됐다.

가장 오랜 시간 공항의 이착륙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지난달 26일로 이날은 하루 동안 총 8차례에 걸쳐 166분간 활주로가 통제됐다.

현행법으로는 오물풍선으로 인한 재산 피해에 대한 보상이 불가능하다. 이에 국회에서는 입법 활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민방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적의 침투·도발에 따른 주민의 생명과 재산상 피해에 대해서도 국가와 지자체가 보상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전단 및 물품 투하를 민방위사태로 규정하고, 사망·장애 발생 및 장기치료가 필요한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특별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김정은, 의주군 수해지역 방문 2024.8.10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부 수해 지원 의사에 김정은 "적은 변할수 없는 적" "수재민 1만5400명 평양서 보호"

이날 오물풍선 살포는 최근 압록강 인근 지역 수해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북한 신의주시와 의주군 등에 심각한 수해가 나자 이달 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구호물자 지원을 제의한 바 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수해 지원 의사에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침수 지역에 투입돼 주민 4천200여명을 구출한 공군 직승비행부대(헬기 부대)를 방문해 훈장을 수여하고 격려 연설을 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지금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 지역의 인명피해가 1천 명 또는 1천5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구조 임무 수행 중 여러 대의 직승기(헬리콥터)들이 추락된 것으로 보인다는 날조된 여론을 전파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모략선전에 집착하는 서울것들의 음흉한 목적은 뻔하다.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 언론이 압록강 유역 수해와 관련해 인명피해 추산 등의 보도를 한 것이 가짜 뉴스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통신은 "(김 위원장이) 어떻게 하나 우리를 깎아내리고 우리 공화국의 영상에 먹칠을 하자고 악랄한 모략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 쓰레기들의 상습적인 버릇과 추악한 본색을 신랄히 지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도 모두 거부하고 있다.

10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현장을 찾아 수해민들을 위로하고 재해복구를 위한 중대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보육과 교양, 교육문제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양보할수 없는 제1의 국사"라며 "피해복구 기간 평안북도와 자강도, 량강도 수재민 가족들의 어린이들과 학생들을 모두 평양에 데려다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하여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보육과 교육을 맡아 제공하는 비상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년로한 어르신들과 병약자들, 영예군인들과 어린애 어머니들도 수해지역에 새 살림집들이 건설되기 전까지 평양에서 국가적인 보호혜택을 제공해드리려고 한다"며 "평양에 데려오자고 하는 수재민들은 모두 1만5400여명"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이번 수해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국가사업의 모든 령역과 공정들에서 제일로 내세우는 것은 인민에 대한 굳은 믿음과 철저히 자력에 의거하는 문제처리 방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수해를 계기로 '애민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7일 유튜브 김어준의뉴스공장에서 김 위원장이 보트를 타고 수해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언급하면서 "비슷한 큰 사고가 났을 때 김일성 김정일도 저렇게는 안 했다"면서 "김정은이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자기가 인민을 위한다는 위민, 인민을 사랑한다는 애민의 지도자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10일 YTN에 "주민들과 김정은 위원장의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김정은 위원장 체제의 안정성을 보다 확보하는 그런 차원에서의 내부 결속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노동신문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친어버이 심정으로 생활의 구석구석을 세심히 헤아려주시였다"며 "새옷을 입은 어린이들을 한품에 안으시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고 귀속말도 나누시면서 친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정을 부어주시였다"고 전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 북한의 홍수 피해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왕야쥔 주 북한 중국대사도 지난 9일 지원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는 "가장 어려울 때 진정한 벗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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